우리는 한때 같은 성에 살았고 (김희재 연작소설)

우리는 한때 같은 성에 살았고 (김희재 연작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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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극찬을 받으며 2023년 한겨레문학상 수상을 통해 데뷔한 김희재가 『탱크』 이후 3년 만에 중량감 있는 소설로 돌아왔다. 김희재의 신작 『우리는 한때 같은 성에 살았고』는 폭력의 기억에 갇혀 살아온 네 여자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뤄낸 생존의 서사를 그린 연작소설이다.
누구보다 김희재의 두 번째 장편을 기다렸다는 편혜영 소설가는 “김희재의 첫 소설을 읽은 후 누구를 만나든 그의 소설을 읽어보았느냐고 묻고 다녔다”며 “인생의 시시한 비밀을 간파하고도 인간에 대한 믿음과 삶에 대한 갈망을 놓지 않는 소설의 온도는 특별했다”고 언급하면서 “이번 소설에서 김희재는 그 온도를 품은 채 기억의 뒷면을 더듬는다”고 설명했다. 차갑게 부서진 세계 한가운데에서도 고요하고 끈질기게 온기를 길어 올리는 작가 김희재가 펼쳐낸 폭력과 균열, 상처와 트라우마는, 그래서 확실히 다르게 읽힌다.
저자

김희재

2023년『탱크』로한겨레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탱크』,단편소설『화성과창의의시도』를펴냈다.

목차

우리는한때같은성에살았고
돌들을주우러
그곳에두고온사람은
모든것을잃어버리는사람

해설│어두운방앞에서(백지은문학평론가)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폭력의트라우마속에살던네여자가
기억과망각사이에서구원의문을여는이야기
이소설은폭력과기억,침묵과망각이라는주제를중심으로네개의이야기가유기적으로연결되는연작소설이다.각기다른인물들이서로다른방식으로과거를기억하고,그기억이현재의삶을어떻게규정하는지를집요하게추적한다.‘성城’이라는은유를통해기억의구조를형상화했는데,이곳은보호를받는안전한공간이면서동시에결코빠져나오기힘든감옥이기도하다.소설의주인공들은모두어떤형태로든이‘성’에머물러있다.벗어났다고믿지만떠나지못했고,잊었다고생각하지만끝내잊히지않는기억속에서살아간다.자칫과거에무너지고상처에매몰된여자들의슬픔을이야기하는것으로보일수있지만,이소설은그로부터자신들을구해낸,일종의생존을다루는작품이다.

짙어지는망각속에서도
결코잊지못한이름을품은여자
「우리는한때같은성에살았고」의‘신영’은“가장오래기억하는사람이자끝내그기억을온전히보존할수없게된사람”이다.어린시절아버지의폭력과통제속에자란그는,아버지로인해어머니를잃고유일한형제인쌍둥이오빠와같은상처속에서살아남는다.매일악몽에시달리면서도벗어나려는생각조차하지못할정도로무력해진열아홉의그들은아버지의죽음에이르러서야비로소폭력으로부터해방된다.하지만그것도잠시,자신과는다르게과거를깨끗이잊은채새삶을살고있다고믿었던쌍둥이로부터믿기지않는현실을맞닥뜨린후한시도잊은적없던과거의상처더깊은곳으로빨려들어간다.하지만이전과달라진게있다면,자신의어린시절과겹쳐보이는조카‘이소’가있다는것.시간이흘러요양병원에서기억을잃어가는와중에도이소만은잊지않고있는신영은자신의심리상담사에게이렇게말한다.“이소야,네엄마가우리를그감옥같은성에서꺼내줄거야.우리는안전해질거야.”
희미한기억을붓삼아
존재의윤곽을그리는여자
‘이소’의직업은화가.기억하지못하는과거로작업을한다.작업의방식은흐릿한기억의이미지를관찰해알루미늄판으로형상화하는것.즉,“이소의생존은재구성과예술의형식으로나타난다.”그런이소의작품을보고“우리가비슷한시간을통과했을수도있겠다”며다가온‘준’은시나리오작가로,염세적인이소에게행복과영감을가져다줬다,얼마간은.언제부턴가엄마의일기장속문장을무작위로뽑아작업의재료로삼기시작한이소는,“기억이라기보다각인이라고해야좋을어떤순간들을떠올리”며“그것을끊임없이되새김질”한다.생전에함께한엄마와의추억속엔행복했던세가족이있고,화재로잃은아버지가있고,엄마의재혼으로생겨난새아버지가있고,암에걸려자신을혼자남겨두고떠난엄마가있고,유일한혈육인자신을부담스러워한고모가있고,“나를건드리지않았지만나를향한욕망을숨기지도않”았던새아버지에대한공포도있다.자신의과거를여러방법으로더듬으며자신의“존재의윤곽을그리는일”을해가는이소에게어느날전화가걸려온다.자신을떠난준의연락이길바랐던이소는예상치못한이의소식을마주하며진실을깨닫고,스스로친결계로부터한발짝나아간다.

푸르고붉은멍을감추기위해
오랜시간어둠에잠겨산여자
요양병원에서간병인으로근무하는‘성희’는자신이돌보는환자‘신영’이심리상담사라고착각하는이다.상담이란명목으로성희에게만털어놓는신영의기억속과거는안타깝고애처롭고흥미로우면서도혼란스럽다.기억을잃어가는이의고백속에는가끔성희가꺼내놓았던과거의상처까지섞여들어있다.왜소증인홀아버지아래에서일찍이철이든채자란성희는,바라던대로타지로거처를옮기지만친절과예의를관심으로착각한상사로인해폭력적인회사생활을겪고만신창이가되어집으로돌아온다.아버지의품에서회복한몇년후결혼을하고행복을꿈꾸지만,남편의폭력으로지옥같은나날을보내다다시집으로도망친다.그리고그날,성희를향하던주먹이기어코아버지에게돌이킬수없는장애를남기고성희의가슴속엔평생의죄책이아로새겨진다.그죄책감을동반자삼기로한성희는이후돌보는삶을선택했고,유난히마음이가는신영의슬픔을돌보고있다.그래서신영이잊지못하는이름,이소를찾기위해제일처럼노력한다.

지옥같은감옥을부수고떠났으면서도
그날의기억을목줄처럼매고다닌여자
죽음직전에야자신을짓눌러온기억을털어놓는이도있다.이소의엄마이자한때신영의새언니였던‘주연’.실로엄청난비밀을간직한채오래도록침묵했던그는신영에게부치지못할편지를쓴다.자신과닮은결핍에안식을느껴결혼한남자와목숨보다소중한딸이인생의전부였던그는자신에게드리운불행을조금의틈도없이껴안으며불구덩이속에자신을내던지는삶을택했다.오랜시간폭력에노출된채살아오다스스로도제어불가해진남편의폭력성을매일온몸으로받아오던어느날,아무것도모를줄알았고모르길바랐던어린딸이자신의슬픔에전염되어가는것을깨달은주연은어떤결단을내린다.그것은무력하고미련하던이제까지와는다른,아니정반대선상에위치한,분명지금까지겪은폭력과비견될수없이폭력적인것이었다.그리고그것은한때같은성에살았던이의도움없이는불가능한일이었다.살아남고자감옥을,성인줄알았던그곳을무너뜨렸지만스스로더견고한감옥으로걸어들어간그의해방은어쩌면생존의반대편에있으리란기묘한희망이소설을맺는다.

우리는살면서한번쯤
고통스러운기억의성에갇힌다
이작품의해설을쓴백지은문학평론가는“폭행,방치,모욕,화재,죽음등의사건이”존재하지만이소설은“너무담담한이야기”라고정의한다.격렬하기쉬운소재를김희재는결코“극적으로활용하지않는다.대신(사건이)끝난뒤에도끝나지않는폭력을기억으로바꾸어,영원히그것이없었던일이되지는않도록끝내과거로부터도망가지못하는그녀들의삶을조용히따라갈뿐이다.”김희재는소설을통해우리에게묻는것만같다.우리는살면서누구나‘그곳’을거치지않느냐고,때론갇히고스스로가두고도망쳐나왔다가부수어버리기도하는‘성’이면서‘감옥’이기도한그곳이다들있(었거나있거나앞으로있을수있)지않느냐고.이소설은그곳에있는우리에게눈을맞추고고개를끄덕이며옅은미소를보내는이야기다.용기는,구원의힘은그런담담함으로부터비롯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