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태어나봤자또공부지옥이잖아?다음생은거절합니다!”
저승을누비는유명한말썽쟁이‘환생거부삼총사’의흥미진진한모험담
주어진수명을채우지못하고저승사자에게이름을불리어야했던어린영혼들.환생에필요한깨달음을얻지못한채삼도천을하염없이헤매는영혼들을가엾게여긴지장보살은어린혼의환생을돕는‘삼도천고등학교’를세웠다.『삼도천환생고등학교』는이곳을배경으로일어나는흥미진진한모험과가슴아픈비밀,눈부신용기를그린작품이다.
『삼도천환생고등학교』에는망자의옷으로죄의무게를재는탈의파,죽음의기억이잠든삼도천,서천꽃밭의관리자할락궁이와저승사자등우리에게익숙한존재들이등장하지만,저승을배경으로하는흔한소설로만머물지는않는다.환생하려면반드시피워야하는‘환생꽃’,삼키면잊었던죽음의기억이떠오르는‘기억돌’처럼새로운요소를추가하면서작품만의독특한무대를만들어내기때문이다.이곳에머무는아이들의일상을들여다보고있으면죽음과가장맞닿아있는세계인데도낯설고신비로울뿐만아니라이상하리만치따뜻하게느껴지는데,이는살아있는이들이떠난자리를보듬기위해존재하는공간이기때문일것이다.
삼도천고등학교의학생들은전생의미련을내려놓은채환생을준비하지만모두가다시태어나기를바라는건아니다.죽음의기억을잃고삼도천고등학교에서만난문이철,서지유,이하록은환생을바라지않아서어딜가나말썽쟁이취급을당한다.그러나세사람에게는어렵게얻어야하는환생의기회보다지금의일상이더소중하다.세사람은환생꽃이피지않는방법을알아내기위해학교의금기를깨고금지된장소를드나들며저승곳곳의비밀을파헤치기시작한다.그러던어느날,삼도천깊은강아래잠들어있는‘기억돌’의조각을실수로삼킨서지유는잊고있던죽음에관한충격적인기억을떠올리게된다.
신비로운저승학교를탐험하는모험담처럼시작된이야기는어느새상처입은아이들의마음을비추는이야기로나아간다.그리하여죽음너머에서도끝내놓지못했던소망을붙잡으려애쓰는세아이의여정은,마침내새로운삶을향해한걸음내딛는용기의순간을그려낸다.
“보물을찾아오거라.그대들이이승에남기고온슬프고도아름다운보물을.”
환생이아니라다시상처받는것이두려웠던날들
세사람이환생하고싶지않은이유는전생에있다.삼도천고등학교에오면전생은흐릿하게기억하지만죽음과직접적으로관련된기억은깨끗하게잊어버린다.문이철은다시공부하고경쟁하는삶을살아가야할까봐두려워하고,이하록은귀문을지닌탓에살아생전누구에게도이해받지못했던삶을반복할까봐불안해한다.서지유역시아버지의가정폭력때문에받은상처를안고있다.세사람은환생꽃을시들게하려고온갖방법을동원하지만정말피하고싶었던것은환생이아니라자신들의과거이다.견디기힘들었던날들,전생에저지른끔찍한잘못,잡지못하고놓쳐버린그리운인연까지,세사람에겐아직도미련이가득하다.
미련을떨치기위해보물찾기행사가열리자학생들은모두이승에가게된다.그과정에서외면하고싶었던기억과다시는떠올리고싶지않았던순간들,차마용서할수없었던마음을마주하며조금씩변화하기시작한다.전생에괴로운기억만있었던건아니다.잊어서는안됐던슬프고도아름다운‘보물’이바로그곳에있었던것이다.
범유진작가는바로이지점에서저승판타지라는독특한설정속에성장의본질적인순간을담아낸다.과거를잊는것이아니라다시바라보는것,상처를없애는것이아니라이해하는것.보물찾기를통해자신의삶을되돌아본아이들은더이상죽음에머무르지않는다.상처에얽매여움직이지않으면영원히묶이고만다는걸깨달았기때문이다.상처가사라지지않는다면상처를끌어안고앞으로걸어가면된다.문이철,서지유,이하록은마침내아픔을껴안고나아가길택한다.이로써『삼도천환생고등학교』는끝난줄알았던삶의이야기속에서다시살아갈이유를찾아가는아이들의눈부신성장담으로완성된다.
“나는잊지않을거야.마음은남으니까.”
결국우리를구하는것은서로의손을잡아주는다정함이다
『삼도천환생고등학교』는결국누군가를구하고자하는마음에관한이야기다.골목깊숙한곳에놓인오락기앞에는울고싶은아이들이모인다.문이철,서지유,이하록,그리고하아랑까지,그들은서로의상처뒤편에있는외로움과후회를알아본다.오락기앞에쭈그리고앉아보스를깨기위해버튼을연타하고스틱을움직이는아이들의등은사실사랑받고싶었을뿐인어린소망을품고있지만,아무도그등을제대로봐주지않는다.오히려세상은그들을상처주기바쁘다.
학원승합차사고로아들을잃은문이철의엄마의분노는운전자에서운전자의딸인하아랑에게향하고하아랑은아빠의잘못까지뒤집어쓴다.서지유는집에서아버지의가정폭력에노출되어있고,학교에서는아이들에게괴롭힘을당한다.이하록은귀문을가지고태어나가족에게걸림돌취급을당하고주변에서는귀신보는아이라고수근거린다.하지만이아이들에게손을뻗는친절하고책임감있는어른은없다.유일하게그들에게오락기라는아지트를내주었던감자탕집할머니는떠나버렸다.남겨진아이들은다른누구도아닌서로의상처입은손을맞잡기로한다.이승과저승을가로지르는경계에서도끝끝내놓지않았던그손들은,마침내삶을포기하고싶을만큼커져버린거대한절망속에서서로를구해낸다.
소설은끊임없이묻는다.사람은무엇으로구원받을수있는가.『삼도천환생고등학교』가내놓는답은의외로단순하다.누군가를끝까지기억해주는마음과손을내밀어주는용기,그리고상대를이해하려는다정함이다.상처입은사람이다른이의상처를보듬고,그손길로얻은용기덕분에외면했던마음을마주하며한걸음앞으로나아가는과정은독자에게도깊은울림을남긴다.결국이이야기는죽은아이들의저승모험담이아니라,사람이사람을구하는기적에관한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