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파: 조선의 마지막 소리

금파: 조선의 마지막 소리

$15.00
Description
“소리의 영과 한이 오롯이 살아나
한 편의 아름다운 가사가 되었다” - 송가인, 가수

1902년, 대한제국 최초의 국립극장에 올라
소리판을 뒤흔든 여성 소리광대 허금파 실화소설
“우리 역사소설에서 이제껏 보지 못한 개성적 인물을 강렬하게 창출해 냈다”라는 평을 받으며 제1회 고창신재효문학상을 빛낸 김해숙 소설가의 첫 번째 장편소설 『금파』가 다산책방에서 출간된다. 2021년 제정된 이번 공모의 수상작 『금파』는 구한말 격변의 시대에 판소리와 창극 무대에서 독보적 소리꾼으로 활동한 실존 인물 ‘허금파’의 이야기다. 작가는 여성이 무대에 설 수 없던 시대에, 늦은 나이로 소리판에 들어와 최고의 가객이 되기까지 갖은 고초를 이겨냈던 ‘금파’의 생을 소설로 복원해 냈다

[줄거리]
금파가 오직 소리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고창에 온 뒤로 판소리 학당 동리정사에는 소란이 끊이지 않는다. 지역의 세력가 주 영감은 금파에게 추근대다 망신을 당한 대가로 동리정사에 후원을 끊고, 소리선생 김세종은 빼어난 외모와 재주에 고개 숙일 줄 모르는 금파를 염려한다. 금파는 소리를 인정받겠다는 일념으로, 과거에 관청의 가녀가 된 일도 쪽 찐 머리를 풀어 댕기를 묶게 된 속사정도 모두 가슴속 깊이 묻는다.
그러던 어느 날 김세종은 고종 황제의 즉위 40주년 기념식 무대에 오를 이들을 가리기 위해 소리 경연을 열고, 금파는 단연 제일가는 소리로 관중의 찬사를 받지만 선발 명단에 오르지 못한다. 금파는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그와 실력을 견줄 만한 유일한 상대 승윤 역시 결과에 의문을 품는다. 그리고 이 일에 주 영감이 연결되어 있으리라 직감하는데…….
양반가의 자제이나 소리를 위해 집안을 버린 승윤, 그리고 승윤의 스스럼없는 장난에 자신도 모르게 마음 흔들리는 금파…… 이들은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소리를 끝까지 함께할 수 있을까?
저자

김해숙

대학원에서문예창작을전공하고2016년광주일보신춘문예에「누룩을깎다」로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2017년「어쩔수없다」로한국소설가협회신예작가에선정되었으며소설집으로『유리병이그려진4번골목』(2018)이있다.
현재아이들을가르치면서틈틈이소설을쓴다.오래도록읽힐‘글집’을짓는것이소원이다.

허금파許錦波,1866?~1949?
여자는소리를할수없었던조선후기,금기를깬최초의명창진채선이후두번째로명창의반열에오른여성소리꾼이다.
우리나라최초의국립연희극장협률사協律司무대에올라창극〈춘향전〉의월매역을맡으며최고의인기를누렸다.예술활동이절정에이르던시기에무대아래로내려오면서자세한기록을남기지않았지만,철종또는고종재위무렵김천에서태어나고창동리정사桐里精舍에서소리선생김세종으로부터판소리를배웠을것으로추정된다.
20대에관기였고후처가된후뒤늦게동리정사에들어가한성으로올라갔을무렵이이미30대였던그는소리에대한꿈을결코놓지않는예인藝人이었다.1902년고종즉위40주년기념식을계기로전국의소리꾼들과함께자리를겨루던때에도남성중심의소리판에서주역을맡아권력에승복하지않으면서하층민의삶을대변하는월매로무대에선다.
진채선의명성에힘입지않고스스로최고에오르고자했던그의소리인생은세상을떠난지70여년만에다시빛을보게되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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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달비를태우다
2.귀성鬼聲으로울고웃게하고
3.밟으면밟을수록
4.소춘대笑春臺
5.소춘대유희笑春臺遊戱
6.소문
7.앞과정뒤과정도없이
8.소문은소문으로
9.내가서는곳이무대

에필로그
고창신재효문학상심사평
작가의말
판소리인용출처

출판사 서평

“세상을향해북이되고,꽹과리가되고싶었습니다”
격변의시대를살아가는이들을끌어안는애달픈노랫말

우리나라최초의국립연희극장‘협률사’에발탁되어〈춘향전〉의‘월매’로이름을떨친금파는이십대에기녀였고삼십이훌쩍넘어서야소리꾼이된독특한인물이다.그런그는후일기록조차남기지않고무대최고의자리에서사라진다.판소리단가〈도리화가〉의주인공으로유명한‘진채선’이후의여성소리꾼인까닭에실력을논하기전부터진채선이라는‘최초’의영예에비교될수밖에없었던금파였다.그럼에도남성중심소리판의냉대에굴하지않고오직소리로무대를장악한그였다.작가는인생황금기에장막에가려진채뒤안길로사라진허금파에주목해소설『금파』를써내려갔다.
소설은금파가신재효의제자인김세종문하에서소리를배우고자고창의판소리학당동리정사로찾아오면서본격적으로시작된다.소리를하고자가족의울타리에서벗어나스스로기녀가되었다가무턱대고동리정사를찾은금파에게주변의시선은곱지않다.여느소리꾼에지지않는목소리를가졌지만여자라는이유로,출신을모른다는이유로괄시를받는다.김세종역시금파를동리정사에들이면서도무르익지않은금파의성품에마음을졸인다.그런금파앞에양반소리꾼승윤이나타나면서어디로뻗칠지모르는금파의재능과열정에물길이인다.

“나는나요.누구의뒤를밟지않고오롯이나로남을거요”
소리내어싸우고사랑하고자유를얻기위해
지금우리가만나야할여인,금파

고종황제의즉위40주년기념식이예정됐던1902년전후를배경으로,소설은소리의고장고창과수도한성을넘나들며문화적과도기가만들어내는갈등과혼란을놓치지않는다.개화기를지나신식연극이물밀듯들어오면서판소리역시창극무대로변모했지만,극중창자가남자여야함에는변함이없었다.그것은여자배역에도마찬가지였다.남녀가함께무대에오르는것만으로도질타를받는때였다.치마저고리를입은남자소리꾼이춘향을연기하던시기에여자소리꾼으로서당당히창극무대에올라관중을사로잡은이가바로금파였다.
그러던중소리만알던금파의가슴에난데없는불꽃이피어난다.장난스럽게다가와언제부터곁에있었는지도모를승윤이금파에게나비떨잠을건넨후로금파의마음은하릴없이흔들린다.소리꾼이되고자양반가문을버린승윤은금파와맺어질수없는사람이었다.그럼에도승윤은금파가마음으로라도지켜주고싶은유일한사람이되어버렸다.시기어린호기심에서사랑과연민으로바뀐인연은그들이끝까지포기할수없었던소리의염원을예상치못한곳으로흩어놓는다.
금파는밑바닥에서부터자신의삶을연단하여시대의타오르는불꽃으로다시태어난여성이었다.소리의영과혼을곡조에아로새기며남이가지않은길을닦아나가는과정은비단소설속금파만의일이아니다.작가역시작품속금파와나란히걸으며세상의이목에비켜간자신의지난날을끌어안고더욱숙련해야했다.그렇기에스스로를꺾을지언정흔들리지않는강골의성품과재능의여인금파의행적을소설로되짚어가는여정은백여년이지난지금에도깊은울림을남긴다.『금파』는자신의꿈을향해묵묵히걸어가려는이들의앞날에환한등불을비춰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