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온다 (김동규 산문집 | 양장본 Hardcover)

사람이 온다 (김동규 산문집 | 양장본 Hardcover)

$17.58
Description
수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특히 가슴에 깊게 새겨지는 사람이 있다
사람의 온기가 묻어나는 김동규의 첫 산문집
『사람이 온다』는 앎과 삶을 연결시키고자 고민하며 살아온 김동규 교수의 자취를 담아낸 책이다. 인간에 대한 연민과 연대가 어떻게 시작되는 것인가를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 강남순(텍사스 크리스천대학교 교수, 『질문 빈곤 사회』 저자)

저자의 시선은 삶이 지닌 고통에 향하고 있다. 그러한 고통이 개인적이건 사회적이건 저자의 공감능력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이야기가 되어 펼쳐진다. 한 편 한 편마다의 글은 낱낱의 구슬이 되어 독자에게 제시된다.
- 우희종(서울대학교 교수,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상임 대표)
저자

김동규

동명대학교교수.한양대학교에서광고학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젊은시절카피라이터와크리에이티브디렉터로일했다.『카피라이팅론』,『여성이야기주머니』(공저),『10명의천재카피라이터』,『미디어사회』(공저),『광고카피의탄생:카피라이터와그들의무기』,『계획행동이론,미디어와수용자의이해』(공저)같은책을썼다.이책은그의첫산문집이다.

목차

추천사
들어가는말

1장그해봄
그해봄
겨울산
가족관계증명서
그의삶
아들과함께한촛불집회
새학기의꿈
인연의무게는얼마나되는것일까
보이지않는손

2장내가만난사람들
광야에서울리는목소리-성내운
너무일찍떠난사람-강정문
선생님나의선생님-강순일
혼자지내는추모식-노무현
그의노래그의꿈-김판수
애썼다,친구야-하응백

3장함께걷는길
환상이현실을대체하는세상은불온하다
우리학교이야기
시대의광기와사람다운삶
서씨삼형제
조선학교여학생과일본인제자
저새색시는어찌이리곱누
안내원청년의짝사랑
변희수하사
세모녀의죽음

4장세월호이야기
속보
신이계시는곳
강우일과염수정
유민아빠
나는이제울지않을것이다
개인의도덕적책임을묻는자들에게
괴물들의나라
그라운드제로에서세월호를생각하다
광장의기도
팽목항의바람
어느4월16일
파리코뮌과세월호리본
원주하늘의구름리본

5장우리가빼앗긴이름들
노동절,우리가빼앗긴이름
웃지마라
컵라면세개
비겁한아이들
지금중요한것은검찰개혁이다
과두기득권동맹의정체
마크헌트의품위
지조(志操)라는것에대하여
누가예수를죽였는가?
갓구운신문의추억

6장살았고싸웠고죽어간이들을위해
마르크스무덤을찾다
미국의민낯,홈데포의노인노동자들
그날이오면
체코의집시아이들
황소앞에서얼어붙다
제3세계에서온친구들
시애틀의아코디언청년

출판사 서평

마치선물처럼다가온사람들의이야기

저자김동규는2009년봄,노무현대통령이비극적으로삶을마감한이후세상을향해서글을쓰기시작했다.2014년4월에일어난세월호참극은또다른분기점이었다.분노와절망의기도를하며,세상의변화에한뼘이라도힘을보태야겠다는생각에개혁적지식인운동에참여했고검찰개혁과우리사회의제반개혁운동에작은힘이나마얹으려애써왔다.

그의첫산문집『사람이온다』는1980년초에서2022년까지저자자신이경험한개인사가우리네공동체적삶의고갱이와교차하는부분에대한증언이며,동시에사람에대한이야기다.자신을낳고키워준가족,인생의이정표가되어준사람들,확장된시공간을함께통과했던사람들….그렇게사람에게서출발해서결국사람에게로돌아가는개인적기록이다.저자가사람을통해얻은인생의기쁨과슬픔이한편의영화처럼펼쳐진다.

1장“그해봄”은20세기후반과21세기초반까지저자의개인적체험과가족에대한이야기다.2장“내가만난사람들”은소중한만남에대해적었고,3장“함께걷는길”에서는더불어살아가는세상에대한소망을풀었다.4장“세월호이야기”은저자의삶에중요한영향을미친참극에대한기록이다.5장“우리가빼앗긴이름들”에서는노동문제,검찰,종교,언론개혁에대한고민을담았으며,마지막6장“살았고싸웠고죽어간이들을위해”에서는밤하늘의유성처럼우연히스쳐만났던인연에대하여이야기한다.
사람과만남속에서성장하고단련되다

우리는일생동안수많은사람과길고짧은만남과인연속에서자신을세워간다.한때는무척친했거나무척사랑했음에도기억에서희미한사람이있는가하면,잠시스쳐지나갔지만절대잊혀지지않는사람이있다.저자는가슴에불도장처럼새겨진사람들을중심으로글을펼쳐간다.

부모님은대부분사람에게세상사인연의첫시작일것이다.비자신청을위해발급받은가족관계증명서에적힌부모님의성함.그것을보는순간가슴이매이고눈물이북받친다.일찍세상을떠나신어머니의기억이되살아온다.초등학교입학식때왼쪽가슴에맨손수건을고쳐주시던다정한손길.저자는여섯살땐가멀리서식당을하시던어머니가보고싶어혼자버스타고찾아가다가버스차장이엉뚱한곳에내려주는바람에십리길여름땡볕을걷고또걷는다.그렇게발갛게익은채식당에들어서자,깜짝놀라자신을품에꼭안고뒤안우물로데려가씻겨주셨던기억.

홀로되어자식키우기에애쓰다환갑잔칫상도못차린아버지는재수하겠다고내려온저자가시위도중에붙잡혀두달간행방불명되었을때,물어물어부대앞을찾아와서매일저자의생사를물었다고한다.자신을세상에나오게해주신부모님에대한그리움과미안함이밀려온다.

저자가일했던D기획은한국광고사에서최초로노조가탄생한회사였고,그는노조를만드는데진력을다했다.그때관리이사였던강정문과대립한다.광고계의전설인강정문은동아투위(東亞鬪委)의해직기자출신으로,한국에과학적광고를소개하고개척한선구자였다.D기획창립멤버로들어온다음부터는미국과유럽거대다국적대행사들의광고전략을직접번역하고현장에서그것을적용한최초의인물이었다.

“민주화는한판의승부가아닙니다”라는우리에게도꽤익숙한문장을남겼던강정문은갑작스럽게세상을떠난다.저자는자신의첫사회생활을옆에서지켜봐주고성장시켜주었고,온갖애정과미움이교차했던그에게가슴속에묻어둔이야기를미처하지못한아쉬움을토로한다.

짧은만남속에서사람사는길의방향을가르쳐준교육자성내운선생,문학에눈뜨게해주고어려운시절힘을준은사강순일선생,평생을두고포기할수없는어떤꿈을함께꾸게해주었던김판수선생,그리고자신의어린시절의기억을깊게끌어주었던문학평론가하응백.이들은저자의삶에깊은영감을전해준다.


목소리없는이들의목소리

저자의시선은자기목소리를크게내지못했던이시대의착하고가난한사람들을향한다.빈곤과절망속에서살아갔지만스스로삶을마감하면서까지남은사람에게조금이라도민폐를끼치지않기위해모든재산을남겨둔송파의세모녀.구의역에서지하철스크린도어를고치다가달려온전동차에치여세상을떠난19살김군.걸신들린악령처럼휘돌아가는자본의컨베이어벨트가삼켜버린스물네살청년노동자김용균의삶과그의유품컵라면들.특히저자의삶에엄청난영향을미친세월호의아이들그리고이땅의수많은소수자들.

이들은그가더는세상을넋놓고바라볼수없게한다.자신이발붙이고살아가는이세상이더건강하고올바르게나아가는데작은힘이라도보태야한다는의무감을놓지않게한다.그가한국사회의여러문제에더욱더깊고예리하게비평하며,거기에서멈추지않고검찰개혁에동참하는등지식인의실천에매진하는것도결국사람의문제에서시작한다.

그가바라는사회는애덤스미스의그것과는다소의미를달리하는‘보이지않는손’이란표현에숨어있다.추운겨울꽁꽁얼어붙은육교계단의얼음을긁어내는한아주머니의손처럼'나의안온함'을위해더고생하는손들이있음을기억하는것이다.

우리사회가그들의곤고한노동을명증히인식하게하고,노동의가치를으뜸으로인정하는것.노동하는이의존재를존경하는'사람의세상'이되는것이다.그리고변희수하사처럼많은사람의침묵의연대에의한사회적타살이더는자행되지않는사회를꿈꾼다.


하여사람으로인해삶은아름다웠다

이미세상을떠나간이들에게서도온기를느낀다.파리의페흐라쉐즈묘지에묻힌파리코뮌의전사들,자유와해방을외친그들의목소리를세월호리본을통해듣는다.런던근교하이게이트묘지에묻힌불세출의혁명가마르크스를찾아가그가세상에남긴뜻을되새긴다.

저자의따뜻하면서예민한감성은영화와책을통해서도사람과만난다.〈우리학교〉라는다큐멘터리영화를통해재일동포학생의애환과꿈을공감하며읽어내며,〈패왕별희〉를통해시대의고난을만나고감독인첸카이거의깊은반성을발견한다.또서경식의책을통해서씨3형제의고난의삶을돌아보며,지난한세기이땅을둘러싼분단과이산(離散)을극복하는상징적씻김굿을소망해본다.

저자는더나아가이방에서만난사람들을이야기한다.미국의민낯을보여준홈데포의노인노동자들,한여름의여행중가장빛나는시간을안겨준체코의집시아이들,시애틀의아코디언청년,ESL(EnglishasaSecondLanguage)에서만났던제3세계의친구들.어떤면에서먼곳이방인과의만남은지금여기에서살아가는우리의모습을더욱더뚜렷하게보게해주기도한다.

시공을넘나들며펼쳐지는그의사람이야기는넓은우주안에서티끌처럼보잘것없는사람하나하나가오히려잔잔한또하나의우주일수있음을일깨워준다.또한사람으로시작해사람으로수렴되는여러글은이험난한시대를살아가면서연민과사랑그리고연대가얼마나소중한가치인지를절감하게한다.

사람을깊게들여다보는것은삶을깊게들여다보는것이다.이한권의책은스쳐가는인연은물론이거니와늘우리곁에있지만무미건조하게대하는,‘그러나소중한’사람들을한번더깊게바라보는힘을안겨준다.우리는우리가만난사람들로인하여우리의삶이진정풍요롭고깊이있게피었음을뒤늦게깨닫고고백하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