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던진가장불편한질문,
“당신은왜일하십니까?”
‘일하는인간’이라는정의가끝나는시대,
철학자의사유로들여다본일의의미
일자리에관한상반된뉴스가연일쏟아지고있다.한쪽에서는인공지능이아주가까운미래에사람의일을대신할것이라고예측하는한편,다른한쪽에서는인공지능이아무리발달한다고한들,인공지능을사용하는사람의지위는흔들리지않을것이라낙관한다.양쪽모두인공지능이불러온이변화를‘일자리가사라질것인가’라는경제적위기로만받아들인다.
하지만AI가불러온진짜위기는따로있다.바로수백년동안인류의삶을지탱해온‘노동의시대’자체를조용히끝내고있다는사실이다.억지로일하지않아도기본소득이주어지거나혹은가치를느끼지도못하는일자리만이남아있다면,과연우리는행복해하며그미래를만족스럽게받아들일수있을까?인간은무엇으로가치를증명할지,어디에서삶의의미를찾을지등보다근원적인질문을낳는다.즉‘일자리의위기’가아니라,‘인간의자리’가흔들리는근본적위기다.그렇다면일이사라질때,인간의쓸모와의미도함께사라지는것일까?
“‘일하는삶이가치있다’는공식이깨진미래는
유토피아인가,가장우아한감옥인가?”
자본의독점과공동체의상실이
인간의‘쓸모’에울리는강력한경종
노동에관한오랜믿음이무너질때,몇가지불편한질문이따라온다.노동이없다면개인의돈과재산은무엇으로정당화될수있을까?AI시대가창출하는막대한부를특정대기업이나소수의개인이독식해도괜찮은것일까?한편일자리를잃은사람들은새로운기회를얻는가,아니면사회의주변으로밀려나는가/마지막으로만약기계가대부분의일을대신하는사회가온다면,우리는자유로워질까,아니면소비와오락속에서시간을소모하는존재로남게될까?미래세상은완벽한유토피아일수도,그저소비와오락으로시간을때우는‘가장우아한감옥’일수도있다.
“왜일하는지묻지않았던사람은
일이없는시대에,존재할이유를잃는다”
AI시대에필요한새로운인간의존엄,
인간답게사는법을다시배울시간
노동은단지생존을위한생계수단을넘어선다.일은우리의자존감,자유,성장의기반으로서우리의의미있는삶을실현해온핵심구조다.이런점에서AI시대에일은자신의능력을발휘하고타인과관계맺으며사회에기여하는의미있는활동으로완전히새롭게정의해야한다.
그렇기에AI시대에필요한해결책은사라지는일자리를억지로붙잡고싸우는데있지않다.기계에노동을넘겨주되,부를공정하게나누고,인간은노동의굴레에서벗어나삶의본질적즐거움을누리고,의미를찾는존재로거듭나야한다.AI시대,우리에게진정필요한것은기술에맞서는힘이아니라,인간답게사는방식을처음부터다시배우려는용기다.
책속으로
완전자동화된미래사회,즉일이사라진세상에서는어쩌면사회적강자만이일할기회를얻고,일할수없는사람들은보편적기본소득을받으며단순히생존하는데급급하게될지도모른다.바로이지점에서우리는노동의의미를다시생각하게된다.일이사라진세상에서비로소일의의미를성찰한다는것은역설이다.
---p.11
우리가의미와목적을묻지않고유용성만을추구한다면,우리는스스로불필요한존재가된다.인공지능은인간의필요를충족시키는동시에인간을불필요하게만든다.사람들은자신이‘쓸모없다’는감각을잊기위해오락과알코올같은값싼위안속으로뛰어든다.하지만어떤위안도‘필요한존재’가되는기쁨을대신할수없다.물론가장끔찍한비극은인간이쓸모없어지는순간,인간을사랑하는일이인간에게조차어렵게된다는사실이다.타인은물론,자기자신조차사랑하기어려워진다.
---p.26
인공지능과자동화로인한전문직의변화는어떤과업과업무가표준화되고체계화될수있는가에달려있다.AI시대직업변화의핵심은인공지능이의사,변호사,회계사를통째로대체하는것이아니다.인공지능으로인해과업묶음이재조합되고,가치를창출하는구간이이동하며,따라서인력피라미드가변형된다는게핵심이다.
---pp.84-85
니체의언어로말하자면,AGI는또하나의“신의죽음”이다.그러나이번에죽는것은초월적신이아니라,인간자신을신성시해온인본주의적인간상이다.노동의종말은그징후일뿐이다.진짜위기는인간이더이상세계의의미중심이아닐지도모른다는깨달음에서시작된다.이이후의문제는기술이아니라철학의문제다.인본주의이후의인간은어떤존재가될것인가?
---p.110
인공지능과자동화덕분에우리는더많이생산하고더많은가치를창출한다.생산대상은한층정교해지고문명화되었다.생산성은무한히늘어났고노동력은강력해졌다.21세기의노동은신체적노동을넘어선지식기반노동이다.하지만이화려한과정속에서노동자는철저히무력해지고가치가떨어진다.이것이바로‘소외’다.기술은궁극적으로인간을노동에서해방시킬것처럼보인다.그러나역설적으로이‘노동의종말’은인간을‘노동으로부터소외’시키는결과를낳는다.
---p.141
마르크스의소외개념은AI시대에도여전히타당한두가지문제를설명할수있는매우강력한모델이다.한편으로우리는관계의상실을겪고있다.다른한편으로소외의문제는바로우리가스스로만들어낸것이라는점이다.우리자신의행위와산물,사회제도와조건들이이질적인힘이되어버린것이다.인공지능이지배하는세계는완전히소외된세계이다.이를막으려면인공지능을통제할수있는사회적제도를꼼꼼히설계해야한다.
---p.145
자동화가위험한이유는그것이노동을없애기때문이아니다.노동외의삶의형식을회복하지못한채오직노동만을제거하는것이문제다.노동자사회에서인간은이미정치적행위자도,세계를만드는장인도아니다.단지생산하고소비하는존재로축소되었다.이런사회에서노동이사라지면,남는것은자유가아니라무의미한여가와방향을잃은시간이다.아렌트가말하는“인간에게남아있는유일한활동이없는사회”가바로이상태다.결국문제는인공지능기술이인간을해방시키느냐억압하느냐가아니다.해방된인간이무엇을할수있는존재로준비되어있는지가핵심이다.
---p.171
노동의소멸이곧바로자유의도래를의미하지는않는다.노동자사회에길들여진인간에게남는것은늘어난여가가아니라더커진소비충동일가능성이크다.AI시대의진짜과제는노동을없애는것이아니다.노동이후의삶을정치적이고의미있는활동으로재구성하는일이다.아렌트가꿰뚫어본진정한위기는기술발전그자체가아니다.기술발전으로축적한잠재력을자유를위해쓰지못하는인간의‘무사유無思惟’에있다.일이사라진세상은결국아무생각없이살아가는세상이될지도모른다.
---p.174
노동이사회적보상의핵심경로로기능하지못할때사람들은일할동기를상실한다.서울부동산폭등은자산불평등을심화할뿐만아니라노동의가치자체를무의미하게만든다.노동이다시삶의경로가되기위해서는자산이노동을압도하는분배규칙부터고쳐써야한다.기술혁신으로증대한부와번영을나눌새로운규칙은누가만들것인가?이질문은결국AI시대거대기업과국가의정치적권력을향하고있다.
---p.197
빅스테이트의역할은바로이지점에서빛을발한다.시장결과를재분배하는데그치지않고,시장기능을장악해버린플랫폼인프라자체에직접개입한다.소득분배라는사후단계가아니라,가치가생성되고축적되는전前단계의구조에파고드는것이다.국가는단순히임금이나복지를떼어주는것이아니다.“누가데이터를소유하는가?”“어떤알고리즘이사회적의사결정을중개하는가?”“디지털공간의규칙은누가정하는가?”라는근본적인질문에직접답하고제도를설계한다.
---p.211
영국상류층출신철학자버트런드러셀은여가가문명의조건이라고주장했다.그는“근대사회에서노동의미덕에대한믿음이많은해악을끼치고있다”며,“행복과번영으로가는길은노동의체계적인축소에있다”라고단언한다.
---p.243
일자리가사라진세상에서우리는노동과여가의관계를다시묻게된다.여가없이일만하는자가노예라면,일없이여가만주어진자는어디에서삶의의미를찾을까?삶이노동과여가로이루어진다는아리스토텔레스의말을진지하게되새겨야할때다.여가없는노동이비참하듯,노동없는여가역시공허하다.일이사라진세상에서우리는무엇을하며하루를보낼것인가?
---p.246
사람들은이제인공지능을운명처럼받아들이고더는자기자신을극복하려하지않는다.니체가두려워했던것은일자리상실보다훨씬더근본적이다.바로AI가인간에게서자기극복의필요성을빼앗는것이다.일이사라진이후의핵심문제는‘노동의종말’이아니다.어쩌면진짜비극은‘자기극복의종말’일지도모른다.
---p.2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