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사라지지 않는다 - 오늘의 젊은 문학 7

고양이는 사라지지 않는다 - 오늘의 젊은 문학 7

$15.00
Description
“아프게 감각하면서도 웃음 짓게 되는 아름다운 소설”
상실의 자리를 감싸는 다정한 연대의 온기, 정선임의 첫 소설집
“현실과 진지하게 대면하는 이야기의 맛이 생생하다”는 평으로 2018년 중앙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작가 정선임의 첫 소설집. 『고양이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삶이라는, 실패와 상실이 빈번하게 펼쳐지는 그 세계에서 자신의 존재를 찾으려 애쓰는 인물들을 따뜻한 슬픔의 모양으로 그려낸다. 작가의 말에서 “소설가는 오래오래 생각하고, 뒤돌아보고, 기억하고, 슬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것처럼 인물들이 겪는 아픔과 고통을 꿋꿋하게 바라본다. 다양한 빛깔의 세월이 응축되어 있는 각각의 삶이 섬세한 문장을 통해 부드럽게 풀어진다.

저자

정선임

인천에서태어났다.2018년중앙신인문학상단편소설부문에「귓속말」이당선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첫소설집『고양이는사라지지않는다』로2022년대산창작기금을받았다.

목차


요카타
무슨말인지알죠
우리가우리였던
얼음이떨어지던밤
구부린마음
고양이는사라지지않는다
귓속말
몰려오는것들

해설슬픔을실현하는이야기_소유정(문학평론가)
작가의말
추천의말

출판사 서평

“이‘요카타’의세계로최대한많은독자들을초대하고싶다.
소설이라는장(場)에서함께웃고싶어서.함께있는힘껏쓸쓸해지고싶어서.”
_조해진(소설가)

현실을녹인이야기와따뜻한문장으로
지속적인삶을향해부드럽게나아가는여덟편의이야기

정선임소설에서고난은예정된파도처럼온다.불길한파동이다가오고있다는것을멀리서도감지할수있다.마침내세찬물살에부딪혔을때인물들은흐려지거나지워지거나밀려나며사라질위기에처한다.고난은늙음,가난,생계,죽음등다양한이름을지니고있다.때로는삶그자체이기도하다.소설집의문을여는「요카타」의화자연화에게있어서삶이란그저견뎌내는것에가까웠다.100세라는나이와이름부터가그녀의것이아니었다.무심했던아버지에의해출생신고없이,죽은언니의호적을그대로물려받은것이었다.순간순간마다연화는이물질처럼마음깊은곳어딘가에서덜그럭거리는존재를발견하는데그것은바로96세의,이름없는진짜자신의모습이다.연화가그것을들여다보기시작하자수심깊은곳에묻혀사라질뻔했던이야기들이떠오르기시작한다.

휩쓸리거나무너지지않기위해,정선임의인물들은자리를지키고서서삶을또렷하게직시하고자한다.그의지는표제작「고양이는사라지지않는다」안에서이름을부르는행위가된다.비대면뜨개모임에서만난지연의부탁으로,빈집에남겨진고양이들을돌보기위해‘나’는그녀의집을찾지만모습을드러내는건‘고’한마리뿐이다.나머지한마리,‘양이’의부재는소설내에서정체모를불길함을암시한다.

몇번이고헛손질해도괜찮다.다시잡을수있다면.양이니?
어둠속에서기다리다,또다시부른다.양이야.
몇번이고부를수있다.분명두마리라고했으니까.(225~226쪽)

그러나‘나’는양이의이름을부르는일을포기하지않는다.호명만이존재를사라지지않게할수있는유일한방법이라고믿는것처럼.이름이필요한또다른이가「얼음이떨어지던밤」에있다.프리랜서PD로일하다가정규직전환에실패해섬으로내려온현우에게있어서가장중요한일은자신의존재를증명하는것이다.집을갖고,결혼을하고,아기를낳는것.그사실이담긴문서에이름을새겨넣고,안정적인자리를확립하는것.그러나그의연인인지원은아무런확신없이안정감만을위해그모든것을추진해야함에불안을느낀다.연고자도없는섬으로떠밀리듯도달한두사람에게찾아든불길함은그들앞에놓여있는무연고자의무덤으로구체화된다.

한편「우리가우리였던」의고모와은재는사회가제시하는관습적인요구를보다적극적으로거부함으로써자신의가치를찾고자했다.화자인‘나’는암으로세상을떠난고모가남긴아파트를신혼집으로삼기위해,고모의동거인이었던은재에게퇴거명령을전하려한다.집안어른들은결혼하지않고함께하는둘을불편하게여겼지만,그집에는사랑을듬뿍받는고양이와노래와음악,달큼한술,행복으로충만한시간들이있었다.버려진가구마저도그곳에두면빛나던것을‘나’는생생하게기억하고있다.그시절을저버려야하는지금,은재는모든상황을이해한다는듯담담하게고모의석실앞에고양이치자의작은관을묻는다.

“여기있다는걸우리가알고있으니까.괜찮아.”(113쪽)

눈부셨던지난날들은온기가되어땅위에새겨진다.속이텅비었던「얼음이떨어지던밤」의무연고묘와는달리고모와치자의묘는‘우리가우리였던’시간으로충만하게차오른다.이충만함은쏟아지는주홍빛햇살을받으며광장에꼿꼿하게서있는「구부린마음」의‘나’를통과한다.이직을반복하며새로운직장에짐을풀때마다‘나’는전임자가그자리에서버티기위해애썼던흔적들을발견하곤했다.그들과마찬가지로바쁘고치열하게살아온‘나’가지금모르는사람의부탁때문에이토록긴줄의끝에서서반나절을보내고있는이유는무엇인가.그녀는이탈하지않고자리를지키는일의가치를안다.자리없이오래떠돌아본적있기에,자기확신으로가득찬현재의그꼿꼿함은마침내눈부시다.

이미늦어가망이없고무용한일로느껴지는것일지라도정선임소설속인물들은그것을지키고자한다.되찾고,위로하고,기억하고자한다.「귓속말」은젊은나이에고향을떠나와한국에서불법체류하는외국인노동자썸낭의삶과죽음을그린다.그를가장가까이에서지켜본화자‘대수’는아내의죽음과썸낭의죽음을거치며자신이놓쳐버린것이무엇인지에대해계속해서생각한다.「몰려오는것들」에이르러떠밀리고잊힌자들의죽음은더욱만연해진다.수몰사태라는대재앙앞,죽은이에게무덤조차제대로주어지지않는잔혹한현실앞에서도삶의열의를잃지않고애쓰는이들이있다.아무도찾지않는서점을열고,사지않는그림을그리며.그리고무언가를지키고자애쓰는이들을지켜봐온한노인이죽음을앞둔채로병상에누워있다(「무슨말인지알죠」).그녀는말한다.

나는율리아가원하는세상이어떤것인지잘모르겠어.아들이원하던세상도.그래도무엇과싸워야하는지도몰랐던우리보다는나을거야.율리아는싸우고있어.자신이사랑했던것들과자신을품어주었던것들과그래서몸과정신의일부가되어버려어떻게분리해야할지모르는것들과.어떤세상이올지보지못하게되는건아쉽지만괜찮아.아니,그래서다행인것도같아.무슨말인지알거야.당신은.(78쪽)

다행한삶을위해우리는각자분투한다.치열한일상에지쳐,때로는깊은어둠속에서숨죽이는고양이처럼아무도모르는곳에숨고싶다.잊히고싶다.그러나,잊히고싶다는생각의한편에는잊히고싶지않다는마음이있다.

“잃지않으려고고군분투하는이야기를오래도록쓰고싶다”고작가의말에서밝혔듯,정선임은어딘가에조심히자리를잡고웅크린채애쓰는고양이와같은존재들을우리앞에힘있게데려다놓는다.누군가가돌아보고믿어주고,기억해준다면존재는영원히지속된다.있는곳이어디든,자기존재를찾으려끊임없이노력할것이기때문에결코쉽게사라지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