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주 평전 : 그대는 타오르는 불길에 영혼을 던져보았는가

김남주 평전 : 그대는 타오르는 불길에 영혼을 던져보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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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아득해지는 우리들의 삶 끝에서
김남주를 만나 붙잡고 흔들며 울고 싶다” -김용택 시인
스스로를 ‘전사’라고 칭했던 시인 김남주. 유신 말기 최대 공안 사건으로 기록된 ‘남민전 사건’으로 10년에 가까운 옥고를 치르면서도 평생에 남긴 시 510편 중 360편을 옥중에서 탄생시킨 그는 대한민국 문학사와 민주화 역사에 뜨거운 상징으로 서 있다. 그런 그의 생의 궤적을 『김남주 평전-그대는 타오르는 불길에 영혼을 던져보았는가』가 생생하게 되살려 내어 의미를 되짚어 본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저자 김형수는 김남주 시인의 고향 해남 땅끝에서부터 학생운동의 도시였던 광주를 거쳐 서울에 이르기까지 시간적 지리적 변화를 따라가며 김남주를 지탱했던 정신적 원형이 무엇이었는지 밝힌다. 또한 최초의 반유신 지하신문 ‘함성’을 발간하는 내밀한 과정과 옥중에서 우유갑과 은박지에 꾹꾹 눌러 쓴 시를 비밀리에 내어 옥중시집으로 출간한 일 등 자신의 안위 대신 오직 국가와 민중을 위해 헌신하고자 했던 순수한 영혼 김남주의 족적을 선명하게 펼쳐낸다.

저자

김형수

1959년전남함평에서태어났다.1985년[민중시2]에시로,1996년[문학동네]에소설로등단했다.1988년[녹두꽃]을창간하면서비평활동을시작했다.1980년대민족문학을이끌어온대표적인시인이자논객.지금은신동엽문학관관장으로있다.시인이며소설가,평론가이다.2023년5.18문학상(본상)을수상했다.

시집『가끔씩쉬었다간다는것』,『빗방울에관한추억』,가끔이렇...

목차

책을내면서
앞이야기

1장나는해방둥이입니다
2장보리밭을흔드는북소리
3장광주의빈털터리들
4장저푸른소나무처럼더푸른대나무처럼
5장파도는가고
6장카프카서점을떠난뒤
7장전사
8장무등산은옷자락을말아올려하늘을가려버렸다
9장마지막으로별들이눈을감는가

뒤에남기는이야기

사진자료
김남주연보
참고자료

출판사 서평

“그대는타오르는불길에영혼을던져보았는가”만인을위해싸울때나는자유라고외친순수한영혼
작가김형수의통찰로재조명한김남주생의철학과유산

온생애를민중의자유와평등을위해헌신하였고자기시대를누구보다도사랑했던순수한시인김남주(1945~1994)의생애를올올이살려낸『김남주평전』이출간됐다.김남주시인의문단후배이자민주화운동의산실에서함께한저자김형수는“그의시에빚을진한사람으로서”“미천해보이는지상에김남주라는영혼이다녀간사실을증언”하고자김남주의생애를복원하는데오랜시간열정을쏟았다.군사독재가사라지고30년이흐른세월에도우리가지금김남주의불꽃같은삶과문학사적자취를다시살펴보아야하는까닭을,작가김형수는여전히대한민국에‘촛불’같은영혼들이필요하기때문이라고보았다.

시인의곁에서경험한일화들과출간되었던산문,가까운지인들의취재를망라해완성된『김남주평전』은김남주문학의토대가된생애전반부는물론이고삶의치열한현장에서자유의깃발을위해민중문학으로투쟁하였던후반부까지생생하게그려낸다.편편이흩어진문학사적ㆍ역사적사건의조각들을그러모아김남주의삶과문학,민주화투쟁이어떻게하나일수밖에없었는지를유기적으로연결해낸이번작업은지금까지시인의생애경로와유산을정리한결과물중가장결정체라평할만하다.

김남주를기억하는일은‘허황된미래’에대한저항의서사를놓치지않으려는한수단이다

김남주의삶을논하는데빼놓을수없는것이바로그의시인만큼,작가는김남주가남긴작품들중한국시사에커다란족적으로남은시들을중심으로서사를펼친다.《창작과비평》에투고하여문단에등단함과동시에지식인사회는물론민주화운동권에서도화제가된「잿더미」를비롯해김남주의자기기반이었던농촌사회와해결과제로서의계급감정이드러나는「종과주인」,대학재학중에반(反)유신지하신문《함성》을만들었던김남주의독보적정체성을드러내면서1980년대민주화운동현장에서불린명곡<죽창가>의노랫말이된「노래」등을통해한국현대사와시인의생애전반에제기되는문학적정치적주제들을빠짐없이살핀다.

1974년시인으로이름을알리기시작하면서부터1994년세상을떠날때까지김남주의시는세상에스스로던져져거대한힘을만들어낸혁명의산물이었다.작가는다중이면서도하나의목소리로민중의함성이되었던그의시세계가태동할수있었던경로를밝히는한편,김남주의생애가시대의위대한유산으로서후대에온전히전해지길바라는마음으로당대민주화운동의구심점이었던시인의업적을현재시점에서새롭게정의하고자하였다.

인간에대한폭력에저항하며시와혁명을하나로이룩하고자했던시인의순결한고투는여전히힘을잃지않고더나은세상을꿈꾸게만든다.그리고스스로를불태워민주정신의빛을밝히려했던시인의양심이『김남주평전』으로되살아나지금의촛불세대에귀감이되어줄것이다.김남주의시와삶이하나의역사로박제되지않고,여전히우리가슴속에살아노래로불릴수있을때우리가찾는진정한자유와평등의길을밝히어나갈수있을것이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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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뷔페식당에서밥을어떻게먹는지알아?”,“너이엘리베이터벽이금으로되어있는지모르지?”뷔페식당이있다는서울대우빌딩엘리베이터안에서잔뜩긴장한내얼굴에겁을주며형이한말이다.형이내가사는시골집에왔다간날밤,강변에달빛이하도고와형에게전화를했다.“형이저달빛을보았으면,진짜좋은시를썼을텐데”했더니,“얌마,세상에강변달빛이곱다고전화하는놈첨봤다.너나써라”해서나는진짜로달빛아래엎드려「달이떴다고전화를주시다니요」라는시를썼다.형은내게마을동생들을놀려먹기좋아하는착하고선한이웃집형이었다.이책의머리글중에‘허황한미래’라는말이주는그아득해지는우리들의삶끝에서형을만나붙잡고흔들며울고싶다.
‘형!진짜우리이런데서이렇게살지말게!’_김용택시인

책속으로

나는김남주가광주에서청춘을보내지않았다면인생의궤도가과연얼마나달라졌을까하는터무니없는상상을해보고는한다.그는일찍부터침묵을견디는일에달통한소년이었다.음지에서그가풍기는내면의고요함은이웃들에게매우안정감을주지만,그의눈빛에는수시로불꽃이너울대고있었다.이는한없이고요하게타오르는무등산숯불같은인상을준다.불꽃의정체는무엇일까?인간이탐내는,저마다의욕망을자극하는모든감정을삭이면서도소외된자의연민과존엄에가해지는모욕앞에서는한치의망설임도없이단호히응대하고마는,이한없이겸손하고한없이격렬한특이자의정신적원형은무엇일까?나는그이야기를하자면우선무등산이눈앞에어른거린다._98쪽

어떻게해야박정희에게뼈아픈한방을날릴수있을까?두사람은좀처럼해법을찾을수가없었다.궁리끝에박석무선배를찾아갔으나그또한뾰족한답이없었다.박선배는오히려1년전에‘녹두지’라는유인물을제작해서배포한이야기를꺼내더니,갑자기신이올라서녹두장군이야기를밤늦도록멈추지않았다.(…)김남주와이강은어떤수단으로든지저항해야한다고단단히작정한터에역시역사를돌아보는성찰의시간이필요했고,그를위해가장적절한행위가동학농민혁명전적지를걷는일같았다._164쪽

사람들은시인의체온이담긴심리학적매개물,그차가운종이쪽을만지면서시인의형상을가깝게호흡하고친밀감을느낀다.하지만그것이폭력적인세계의비천함과싸우는행위는아니다.김남주는그러한행각이자신을자기기만의세계로휩쓸어갈수있다는사실을알고늘경계해온사람이었다.그래서다름아닌자신의아버지같은사람들이마주하고있는세계를이탈하지않으려고최대한노력해왔으며,또한그래서그의강한의지력은의식적으로시를제쳐두었다.하지만그것이시에대한조심스러운태도라는것을사람들은전혀눈치채지못하고있었다.자기시대의낭만적인감정과문학취향을업신여기는김남주의교만은얼마나당당한가?_229~230쪽

20세기는군주와제국이몰락하고,명목상으로나마민주주의가발전한시기이며,동시에수많은이데올로기와군사독재가발흥했던시기임을고려할때김남주의시는그한복판을관통한매우역사적인정신유산임이틀림없다.특히지구의광범한영역에서출현한저항시의유산을가장폭넓게소화했으면서도자신의대지가낳은고유의어문구조를가장실감나는시적성취로바꾼매우보기드문기념비가될것이다.그리고그것이대한민국에서가장열악한장소,즉광주교도소의특별사동에서이루어진사실을명기하지않을수없다.놀라운일이다._446~447쪽

어떤예술이든작가가이념이나기교적습성을잊어버리고,자신의현존재를현실그자체로대체할수있을때에야비로소최고의단계에도달할수있다.그것이가능하려면우선시인의언어가당대의심장에서솟아야하고,또한그로써수많은사람을역사의광장으로부르는힘을가지려면,시인의자리가정치적내전의시대라고할만큼격렬한폭발현장에육박해있어야한다.20세기를통틀어1억5000만개의영혼이전쟁과국가지도자들의직접명령으로살해되었다.김남주의시는그치열한지대의한복판을포복하였고,그래서얻은‘백열’하는정신으로시대적관능의정점에이르렀음을당대에증명했다._54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