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큰글자도서) (문지혁 소설)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큰글자도서) (문지혁 소설)

$29.00
Description
“다이빙과도 같은 삶에 대한 단편들,
마지막 순간까지도 깔끔하고 우아하다.”
인생의 균열을 바라보는 단정한 시선, 문지혁의 두 번째 소설집
2010년 단편소설 「체이서」로 한국문학의 새로운 문을 열며 등장한 작가 문지혁의 두 번째 소설집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가 다산책방에서 출간되었다. 장편소설 『초급 한국어』로 정통문학의 문을 성공적으로 두드린 작가는 이 소설집에서 ‘SF 소설’과 ‘이민자 소설’의 경계에 놓인 다채로운 이야기를 선보인다. 장르와 정통 서사 사이에 놓인 다리 같은 소설집을 통해 작가 문지혁의 확장된 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책에는 2016년부터 발표된 단편소설 여덟 편과 함께 문학평론가 이지은의 해설을 함께 실었다.
저자

문지혁

2010년데뷔해장편소설『초급한국어』『비블리온』『P의도시』『체이서』,소설집『사자와의이틀밤』등을썼고,『라이팅픽션』『끌리는이야기는어떻게쓰는가』등을번역했다.대학에서글쓰기와소설창작을가르치고있다.

목차

다이버
서재
지구가끝날때까지일곱페이지
폭수
아일랜드
애틀랜틱엔딩
우리가다리를건널때
어떤선물

해설다리위에머물기_이지은(문학평론가)
창작노트
추천의말

출판사 서평

“불행은언제나패턴이깨지는순간찾아온다.”
SF라는매혹의영역을건너‘국적없음’의세계로
재난과삶이겹치는곳에서고요히번뜩이는이야기들

SF장르에서자신만의영역을구축해온작가문지혁의두번째소설집『우리가다리를건널때』가출간되었다.경험에서출발한자전적소설『초급한국어』로문학독자들에게깊은인상을남긴뒤오랜만에선보이는소설집이다.“차체가튼튼해어떤사람이라도태울수있는자동차같은문장(소설가김연수)”이라는평처럼,단단하고깔끔하게짜인문장위에놓인여덟편의이야기들은작가가설계해놓은궤도를따라순조롭게움직인다.
그러나소설들속인물들이거치는인생의길목은결코평탄하지가않다.인공행성에추락한여객기의유족(「다이버」),책을소지한죄로감옥에끌려간아버지를둔아들(「서재」),전쟁이났다는엄마의말에화장실로대피한청소년(「지구가끝날때까지일곱페이지」)과아들을잃은후매일호수에동전을던지는천재수학자(「폭수」),딸을잃고홀로크로아티아의섬을찾아가는아버지(「아일랜드」),아내와부하의배신으로모든것을잃은한인사업가(「애틀랜틱엔딩」),논문도소설도도무지풀리지않는유학생(「우리가다리를건널때」),코로나팬데믹에마스크를잊은대학강사(「어떤선물」)모두예상하지못한사건으로흔들리며덜컹거린다.
이들은자신에게닥친불행의패턴을분석하고바로잡으려하지만어디에서도인생의방정식은찾을수없다.어제와오늘,사건과사건사이는“매일을살아가는인간에게는설명되지않는틈(이지은평론가)”으로벌어져있기때문이다.벌어진불행을바로잡을방법은그틈에서시선을거두고어렵게다음걸음을떼어놓는것뿐이다.그리고그틈을잇는다리를놓는건소설가의일이다.

이책에실린여덟편의소설은모두‘재난’이라는하나의키워드로묶인다.나는재난과재난이후의삶에관해,상처와폐허와트라우마에관해,우리가스러지고다시일어선곳에관해,계속해서이야기해야한다고믿는다.비록두서없고더듬거리고때로는말문이막혀한숨만내뱉는다하더라도.
-창작노트중에서

“우리가서로의다음페이지가되기를.”
‘나’와‘너’로채워지는빈칸들
서로에게닿아비로소완성되는이야기

「서재」와「지구가끝날때까지일곱페이지」의주인공은또다른방식으로불행에저항한다.이두소설은작가의전작『비블리온』(2018,위즈덤하우스)의단편소설버전이자후일담으로읽히는데,이야기의배경은종이책이금지되고모든지식과정보가넷(net)을통해서만유통되는머지않은미래다.통합정부는종이책이지식의불균형을야기한다며,종이책소지자들을엄격하게처벌한다.「서재」속‘나’의아버지는종이책을소지한죄로감옥에서생을마감하고,‘나’는오랜만에찾아간옛집에서아무것도적히지않은책과마주한다.한편「지구가끝날때까지일곱페이지」의주인공‘윤채’는전쟁통에엄마가남기고간책의나머지페이지에일기를쓰며하루하루버텨나간다.둘에게불행을선고한건불온한종이책이었지만,메워지지않은책의빈칸은오히려상황을뒤집을촉매가된다.
종이책은등장하지않지만,「애틀랜틱엔딩」속‘박’의삶도빈칸의법칙을따른다.성공한한인사업가였지만부하와아내를살해하고도주하는중인그는모든게꽉들어찬삶을살며자신이선자리조차도돌아볼여유가없었다.가진것이모두흩어지고,텅빈포춘쿠키안을확인한후에야‘박은’유일한선택지였던죽음을버려둔채다시살아가기로한다.

“아무때나터질수있다는건가요?물이?”
매끈한이야기속응축된우아한에너지
마침내폭발하는문지혁이라는특이점

어디까지가진실이고어디서부터허구인가,독자에게생소한파문을일으킨장편소설『초급한국어』이후,문지혁의소설은자전적세계관을넓혀이민자소설의방향으로가지를뻗는다.창작노트에서작가는“경계에선,혹은경계를넘어서는사람들에대한소설”을쓰고싶었다고밝히며,‘국적없음’의세계에서발현하는소설의힘을다시한번강조한다.이‘국적없음’이가장뚜렷하게드러난소설을꼽자면표제작「우리가다리를건널때」일것이다.『초급한국어』의등장인물인‘아야’와‘나(문지혁)’는성수대교와9·11,동일본대지진의경험을나누며18세기미국독립전쟁의격전지인조지워싱턴브리지를건넌다.하나의장소에서겹치는다른역사,다른사람,다른이야기는어느새우리에게‘어떻게살아야하는가’라는익숙한질문을던지는데,이질문은이소설집이고요하게응축된작가의에너지를분출하게할특이점이되리라는것을조용히짐작하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