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을 도는 여자들(큰글자도서) (차현지 소설)

트랙을 도는 여자들(큰글자도서) (차현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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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너의 고통이 너의 것만이 아니다.
나의 불행도 나의 것만이 아니다.”
미치거나 죽지 않고 살아가기 위한 여성들의 연대기, 차현지 첫 소설집
독보적인 캐릭터와 당돌하고 흡입력 있는 서사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차현지 작가의 첫 소설집이 다산책방 ‘오늘의 젊은 문학’ 시리즈 세 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201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미치가 미치(이)고 싶은」이 당선되며 등단한 차현지 소설가는 1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절망과 희망 사이를 오가며 소설가로서의 깊이와 넓이를 확장해왔다. 특히 문예지, 앤솔러지, 웹진, 오디오북 등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발표한 10편의 소설은 텍스트의 울타리를 넘어 호소와 공감, 연대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지난한 삶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한다. “문학의 현장에서 종횡무진 살아”오며 “안간힘이라는 근육을 보이지 않게 키워” 온 차현지 소설가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귀 기울여 들어보자.
저자

차현지

2011년서울신문신춘문예에단편소설「미치가미치(이)고싶은」이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트랙을도는여자들
무덤산보
해변의소견
녹색극장
문은조금열어둬
미주와근화의이란성쌍둥이썰
미치가미치(이)고싶은
트릭
핑거세이프티
우리의마지막잠

해설미칠수도있지만,살아갈수도있지_서영인(문학평론가)
작가의말
추천의말

출판사 서평

“삶의진실은타인의동공으로들여다볼때더욱분명해진다고믿는다.”
가진것없는젊은여성들을위협하고혐오하는‘사회적폭력’의실체
느닷없이죽지않기위해안간힘을써야하는『트랙을도는여자들』

홀로딸을키우던303호여자가주택가한가운데서칼에찔려죽었다.“비명이담벼락을뚫고,이중새시를뚫고,자고있던”사람들의귓가를때렸지만결국그녀는도움을받지못했다.다음날,사람들은그녀의집에얼마나많은남자가드나들었는지,그녀의딸이불량배들과어떻게어울렸는지를얘기했다.그녀의죽음은스스로자초한일이되었다.(「트랙을도는여자들」)
방송국에서임시직외주구성작가로일하는근화는주변사람들이건네는무시와폭언을견디기위해매일밤자극적인음식을먹으며미주의개인방송을시청한다.통통한체형을가졌음에도삶을아름답게꾸밀줄아는미주는보는것만으로삶에위로가된다.그러던어느날,점심식사후단추가터졌다는미주의영상에사람들의조롱이이어지고,결국미주는개인방송을그만둔다.근화는미주를찾기위해근처를어슬렁거리다본의아니게미주행세를하게된다.(「미주와근화의이란성쌍둥이썰」)
차현지소설가의첫소설집『트랙을도는여자들』에수록된소설들은대부분여성이주인공이다.하지만이야기를이끌어나가는건여성이아니다.여성을재단하고가늠하는시선들이다.그리고그시선들은때로는폭력으로,때로는동정으로,때로는그만도못한경멸과증오로발현된다.그러니까차현지소설의주인공은주체적으로이야기를만들어내는여성이아니라,끊임없이이야기의희생양이되는여성들이다.
등단이후10년,차현지소설가는“문학의현장을종횡무진살아”오며여성이혐오의대상이될수밖에없는현실을똑바로응시하고기록했다.

“치유와변화는고통과상처를똑바로보는데서부터시작된다.”
고통과무력을외면하지않고그대로드러내는민낯의얼굴들
여전히우리를지배하는가부장의식에대한고발

차현지의소설은위태롭다.침잠했다떠오르기를반복하며흔들리고부유한다.그리고그안에서여성들은불안한상태로살아간다.그불안의상태는몇가지의형태로기록된다.
첫째,도피한다.등단작「미치가미치(이)고싶은」에서독자들에게강렬한기억을선사한주인공미치는붕괴된가정에서,규격외인간들을포기한학교에서,최소한의울타리역할마저상실한사회에서끝없이도피중에있다.그도피처에서자신에게한없이관대한아저씨를만나지만,그역시미성년자를성적대상화했을뿐이다.그렇게미치는“영원하지않은것들을상상”하며“사랑을배반하고”,실제로사랑은영원하지않아서계속도피할수있는명분이된다.
둘째,학대한다.「핑거세이프티」에서나는가부장제라는굴레아래에서엄마의기대에끝내못미치는인간으로남게된기억을삭제하기위해“죽여도죽여도영원히죽지않는”열두살의나를죽인다.그리고그녀를쏙빼닮은나를,나를쏙빼닮은그녀를증오하며살아간다.그렇게“살다보면지극히별것아닌일들이어떤시기에는자신의몸통을전부갉아먹는것처럼지독해”지기도한다.
셋째,불신한다.같이산다는건무엇인지,살아가고있는건지,살아지고있는건지,확신하지못한채순간의욕망이이끄는대로흘러간다.그래서모두가자신을외면하는순간에도“외로운건결론이지,기분이아니라”며부정하고“영원하지않은것들”사이에서다시“영원한것을상상한다”.
그러나지금까지기록한도피와학대와불신은마침내나를마주하는용기있는행위로승화한다.이미소설이되었기때문이다.그래서차현지소설가에게“소설을쓴다는것은고통과갈등을기록하면서그고통을스스로이해하는일”이다.기록할수있다는건더이상위태롭지않다는증거다.

“나는내가결코죽지않을것을알고있었다.”
깊은절망속에서가만히떠오르는삶(生)의문장들
폭력과범죄,공포를피해우울속으로침잠한여자들을위해내미는손

위태로움으로시작된차현지소설은호소와공감을넘어결국연대로나아간다.달리는버스에서위태롭게서있다가뒤로넘어지는사람에게자연스레손을뻗게되듯이,차현지소설속의불안을접하는우리들은자연스레손을내밀고힘껏끌어당길수있는공동체의식을갖게된다.그런점에서차현지소설은지나간일이아닌현장의기록이다.지금도끝없이혐오의대상이되고,“폭력과범죄에노출된여자들,공포를피해우울속으로침잠한여자들”,늦은밤살려달라고몸부림치는여자들,가부장제아래에서부정당한자신의존재를인지하기위해스스로를학대하는여자들,매일죽음을꿈꾸지않으면살아갈수없는여자들,서영인평론가의말처럼“우리는모두느닷없이죽지않기위해안간힘을써야하는여자들과같은줄에서있다”.“너의고통이너의것만이아”닌“나의불행도나의것만이아”닌그연대의식이더이상여성들을죽지않게만든다.그래서마침내모두가함께안전하다고느끼는세상이올때우리는“잘지내야된다.단디몸챙기고.매사조심하고.매사감사하고.알제”라고당부했던미치의할머니에게답할수있을것이다.이제는안전하다고.다괜찮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