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기 파초의 사랑 | 우한용 소설

초연기 파초의 사랑 | 우한용 소설

$15.70
저자

우한용

저자우한용은소설가.『월간문학』에「고사목지대」가당선되어소설가로데뷔한이후『불바람』,『귀무덤』,『양들은걸어서하늘로간다』,『멜랑꼴리아』,『초연기―파초의사랑』등소설집출간.장편소?설『생명의노래』(1,2),『시칠리아의도마뱀』을냈으며,시집『청명시집』,『낙타의길』을상재하였다.소설을쓰면서소설론과소설창작론,문학교육론에관심을가지고문학의장르확대에진력하고있다.

목차

목차
책머리에
고라니발자국
방아깨비산조
수수밭지나는바람
체리는어떻게익는가
초연기(蕉戀記)―파초의사랑
국수국물,그맛
맨드라미
뽕나무를두고시를쓰려는불온한의도에대하여
페치카가?있는집
영각을하는기계와더불어
적멸(寂滅)의종소리
작가의소설론:본전건지는소설읽기에대하여

출판사 서평

출판사서평
■도서소개
소설읽기의즐거움
소설가는언어를소재로사람들이살아가는세상을들춰본다.우한용의소설집『초연기―파초의사랑』에는그렇게나온열한가지이야기가담겨있다.어떤작품에서무엇을읽어내는가는독자의몫이고,그작품들이제기하는문제를두고무엇을고민할지도독자의몫이지만,그것이소설읽기의즐거움이기도하다.
■출판사서평
우한용소설선『초연기―파초의사랑』은제목그대로사랑이야기일까.물론표제작인「초연기」에서는현실인지상상인지구분이가지않는몽환적이고신비로운사랑...
■도서소개
소설읽기의즐거움
소설가는언어를소재로사람들이살아가는세상을들춰본다.우한용의소설집『초연기―파초의사랑』에는그렇게나온열한가지이야기가담겨있다.어떤작품에서무엇을읽어내는가는독자의몫이고,그작품들이제기하는문제를두고무엇을고민할지도독자의몫이지만,그것이소설읽기의즐거움이기도하다.
■출판사서평
우한용소설선『초연기―파초의사랑』은제목그대로사랑이야기일까.물론표제작인「초연기」에서는현실인지상상인지구분이가지않는몽환적이고신비로운사랑이독자를휘감고,「고라니발자국」의화자는어린손녀에게두마리고라니가사랑하느라뛰어다닌발자국에서꽃이피어난다고일러준다.「체리는어떻게익는가」에서새빨간체리는어머니에대한아픈기억이기도하고아버지가평생투쟁한이념이기도하다.작품의등장인물들은때로방아깨비나맨드라미,뽕나무,심지어종(鐘)에대한집착(?)을보이며신화적상상력에빠지기도한다.
저자는머리말에‘흙장난하는사람들에대하여’란제목을붙였다.흙장난이란신이흙으로인간을빚었다는창조신화를의미하기도하고,말의밭을매만지는작가들의소설쓰기작업이기도하고,단순하게정말손에흙묻히면서땅을일구는일이기도하다(이책의수록작품에는시골로은퇴하여텃밭이나정원을가꾸는부부가자주등장한다).신화와문학,그리고노동하는삶.머리말에이모든것을담은작가의창작의도가열한편의소설을통해독자에게전해진다.
■책머리에:흙장난하는사람들에대하여
언젠가그런이야기를한적이있다.인간의장난가운데불장난,물장난,흙장난이매우위험하다는것.불장난은,인간에게불을훔쳐다주었다고코카서스산바위위에붙들어매고간을독수리에게쪼이게했다는프로메테우스가그벌을받고있는중이다.물장난은노아의방주가그게얼마나위험한일인가를상징적으로보여준다.흙장난은신이흙으로인간을빚어서숨을불어넣어살게했다는창조신화와연관된다.흙장난은신의장난이면서동시에인간의무모한도모를포괄해보여준다.내가나를가지고장난하는게흙장난인지도모르겠다.
가끔이런난처한질문을받는다.
“요즈음도소설팔려요?”
나는한참멈칫거리다가대답이라고한다는꼴이이렇다.
“여전히,소설밭이나갈아엎는다오.”
내게소설밭을갈아엎는다는것은이중적의미이다.하나는말밭[語田]을매만지는일이고,다른하나는사람들살아가는세상을들춰보는일이다.소설밭을갈아엎는다는것은,대개글쓰기가그렇듯,손으로하는일이기때문에한가하게손을놀게놔두어선안된다.내손에는가끔흙이묻어있었고,손마디는나뭇가지처럼굵직굵직하게부풀어올랐다.손바닥에는군살이박혀딱딱하다.이런질문이이어진다.
“소설을써서도무지무얼얻소?”
나는잠시고개를갸웃하고난감해한다.소설밭은말밭은그것도말밭인지라,그걸갈아엎기위해서는농장기가필요하다.그래서학교라는데를다녔다.학교는말을살리기도하고말을질식하게하기도했다.신선한언어를위해서는학교보다는들로나가야했다.그러나들판은거친바람이날뛰고눈비가지쳐지나갔다.허나그러나그들판말고는더이상발을내어디딜데가바이없었다.나는결국말의농사꾼이었다.말을다루는것도결국밭일즉흙장난인셈이다.
밭을깊이갈아야곡식이잘자라고과수가실하게가지를뻗었다.때로는바람이불어자라던곡식을짓이겨놓고나뭇가지를꺾었다.가지꺾인나무가새잎을내는동안나는들들앓았다.앓다가털고일어나돌아다니고,그러다가다시주저앉아깨지고터지고하는중에,제법밭일에익숙해졌다는오기가생길무렵,사람들은제법달콤한말로나를잘한다고부추기기도했다.나는등골이오싹해서온몸을사시나무떨듯떨었다.그런인사는귀신이나받는것이아니던가.
나는귀신이되어인사받기가싫어밖으로나갔다.바람이세차게불어풀이눕고는일어나지못하는강언덕에알몸으로서있곤했다.살점이거위깃털처럼피어서날아갔다.그리고는하얀뼈만앙상하게남았다.나는앙상한뼈를이끌고강물로들어가몸을눕혔다.하늘이슬금슬금내려와몸이파랗게물이들고,잎이나기시작했다.나는어느사이한그루나무가되어강언덕을기어올라갔다.
살진암소가지나가다가입을벌리고나뭇가지를휘어잎을뜯어먹기시작했다.나는몸이간지러워강언덕에서겅중겅중뛰었다.가지에서꽃이벌고열매가열리는소리도들렸다.나는어느사이에한그루나무가되어가는중이었다.그것은육신의몸으로부딪쳐가며아우성대는훤잡(喧雜)의골짜기를떠나는일이었다.육신을지닌내가나무가된다는것은은유의세계에들어섰다는뜻이었다.은유는내게유령의모습으로다가왔다.그래서나는시(詩)를무서워한다.
관념의쇳덩어리가머리를짓누를때면나는밖으로나돈다.밖에서보는사람들은풋풋했고,또싱그러웠다.그리고이따금그들은어떤장난들을하며살았을까하는의문이머리를들기도했다.그러나그런질문은그땅에서불을지펴보아야하고,물을다뤄보아야조그만꼬투리를잡아낼수있는것이었다.그러면다시안으로,내땅으로돌어와다른흙장난을시작한다.
여기『초연기―파초의사랑』에모은작품들은내가손에흙묻히면서살아가는가운데얻은것들이다.흙을딛고서서바람이불어오는쪽으로얼굴을돌렸을때,꽃향기가햇살을받아남실거리는강물로배어드는이야기들이다.
소설이라고이름을달기는했지만,이거아무개이야기아닌가하는의심으로고개를갸웃할구석도없지않을듯하다.그러나오해없으시길바란다.지어낸이야기가내이야기처럼실감이난다면작가는감복할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