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아닌 곳 (조항록 시집)

여기 아닌 곳 (조항록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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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조항록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여기 아닌 곳』이 《푸른사상 시선 71》로 출간되었다. 일상성의 미세한 움직임을 내면화시킨 가운데,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시인의 진정어린 시선을 통해 인생의 신산한 면면과 존재론적 애증의 뿌리가 여실히 드러난다. 그것은 시인의 시선이 자신의 본색(本色)을 깊숙이 바라보고 있으며, 섣불리 지나치기 십상인 주변의 작은 피사체들에도 따뜻한 관심을 기울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덕분에 시인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들, 늘 곁에 있는 것들의 숨겨진 가치를 여러 시편들로 보여주고 있다.

대체로 무겁고 어두운 주제를 시화(詩化)하고 있으나, 무리 없는 시상과 탄탄한 짜임새로 새로운 시의 미학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것은 난해함과 장광설이 이미 시작(詩作)의 한 방법으로 견고히 뿌리내린 현실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왜냐하면 대개의 가치 있는 일이란 과장과 흥분에서 나오지 않는 법이기 때문이다.
저자

조항록

저자조항록은1992년『문학정신』신인문학상에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지나가나슬픔』『근황』『거룩한그물』과산문집『멜로드라마를보다』가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
그게말이되느냐고/속수무책/눈깜짝할새/어쩔수없이/곧게나아가는것/빙산의일각/꿈에도몰랐다/사소한역사/뒷날알게되는것/납작한너에게/빛나는졸업식/몸무게를재며/새벽/고양이는어려워/봄날의노인/그녀의식사법/쓸모/구구절절/입동이후

제2부
혼자있는방/먼것/앨범/사진에는찍히지않은것/고향예찬/이유/순간의묘미/미필적고의/순박한말한마디/투명이보고싶다/처음/다음/오월,느티나무/뭣도아니면서/결국/눈구경/식은죽/공중의식사/위리안치/이게뭐라고/눈과귀와입과코/다시,자유를떠올리다/동물의왕국

제3부
동창회/옛날에대하여/심금/악수/속셈/새파란청춘/위로의말씀/코스모스/가만히,가만히/세월이가면/캐스터네츠/천국요양원/점심/반성/나는왜/회자정리/요번생은글렀다/눈앞이하얗다/일말의생/결심

제4부
적의를감추는기술/생각은/뭘까?/고립을자초하다/가만보면/말복/어깨를논하다/시장,시끌벅적한고요-공간응시자1/술집,독고다이-공간응시자2/도서관,청춘을읽다-공간응시자3/식당,따뜻한식욕-공간응시자4/집,누옥-공간응시자5/학교,가르쳐주지않는것-공간응시자6/중환자실,당신의마지막거처-공간응시자7/지하철,질주하는-공간응시자8/거리,너를만나다-공간응시자9/영화관,어둠속에서-공간응시자10/교회,흔들리는이파리-공간응시자11/버스,막차를타고-공간응시자12

작품해설:공간의응시자―맹문재

출판사 서평

■작품세계―작품해설중에서
조항록시인은‘공간응시자’란부제를단연작시에서보여주듯이공간을응시하고있다.자신이체험한시장이며도서관,식당,집,학교,중환자실,지하철,술집,거리,영화관,교회,버스등의공간을응시하며존재의의의를탐색하고있는것이다.공간의일반적인의미와자신의삶의실제를대조혹은비교하며그차이나가치를고민하는것인데,이와같은면에서시인이지칭한‘공간응시자’란곧‘장소응시자’로볼수있다.시인에게공간이란시간과함께이세계를성립시키는토대이기도하면서존재의터전이기도한것이다.(중략)
시인이응시하는공간은대체로쓸쓸하고힘이없다.막걸리한사발에막대사탕한번핥는것을안주로삼는노인이며,시장좌판에서고개조차제대로들지못하고숟가락을움직이며끼니를때우는할머니,사과박스를해체해손수레에싣는노인,시든푸성귀를좌판에펼쳐놓은채팔지못하는상인,영정사진속에서웃고있지만독한진통제를삼키던어머니…….어렵고힘들게살아가는사람들을바라보고있는것이다.또한시인은학교를학생들에게공부를가르치고삶의방식을체험하는곳이라기보다는세상의부조리와관절염과비명과부끄러움과한숨과아우성등을가르치지않는곳으로,영화관을사람이돈보다하찮게대우받는거짓말같은세상을보여주는곳으로,교회를평화로운기도소리가들리지않는곳으로,요양원을당사자나보호자나외면하는곳으로인식한다.뿐만아니라봄날의느티나무를소란스런근심을듣는존재로,도마위에놓인광어를안간힘을쓰지만속수무책인대상으로,코스모스를아무저항도할수없는캄캄한몸으로,파란하늘과바다를노랫소리들리지않는우울한공간으로인식한다.결국시인은자신의쓸쓸하고힘들고아픈체험을장소에투사하고있는것이다.(중략)
조항록시인은불평등이확대되는자본주의체제에맞서고있다.자본주의라는공간을힘없고아픈사람들을향한응시로구체화시키고있는것이다.시인은자본주의체제가불평등을방치하거나용인하는현실앞에서절망한다.모든것이경제적이익의기준으로작동되어부가부를낳고빈곤이빈곤을낳는상황을수용할수없어분노한다.그렇다고자신을그좌절감에함몰시킬수없음을시인은잘알고있다.그리하여자본주의체제에대한실망과분노와슬픔등을감상적으로토로하지않고최대한객관화시키고있다.자신의힘이미약하다는것을알고있지만결코물러서지않는것이다.시인의이와같은자세에대해시대인들의응원과동참이필요하다.분배의문제를해결하지못하고있는자본주의는민주주의도사회정의도위협할수있는것이다.
―맹문재(문학평론가·안양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