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는 왜 강에서 죽었을까 (제리안 시집)

고래는 왜 강에서 죽었을까 (제리안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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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제리안 시인의 첫 번째 시집 『고래는 왜 강에서 죽었을까』가 <푸른사상 시선 72>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일상에서부터 어긋난 사랑에 이르기까지의 일들을 감각적인 언어와 이미지를 통해 그려내고 있다. 문학평론가 허희는 “관계의 불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되, 관계의 거리가 내포하는 유동성을 탐색하는 시”라고 평한다. 당신과 나, 그 거리를 시인은 한 마리의 고래가 되어 유영하고 있다.
저자

제리안

저자제리안(본명:제미정)은1979년벚꽃흩날리는계절,서울에서태어났다.2006년『문학바탕』신인문학상을수상함과동시에태국으로날아가5년간이방인으로지내면서느릿느릿문학을탐닉했다.귀국후에는교육신문과여행잡지사의기자를거쳐출판사편집장직을내려놓기까지성실하게종이밥을먹었다.현재는글을쓰며경험한치유의과정을토대로‘치유하는글쓰기’전문가이자,달달한이야기를쓰는전업소설가로살고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
마흔번째벽화/결별하기좋은무렵의/내식탁위의양떼들/레드베타/명랑하게위대하게/푸앵카레의도넛을먹다/사과의미스터리/정오의그루밍/하나의과반수/모든여자는결혼할까요?/난감한실화/손목의터널/저수지미용실/휴지라는화석에관한보고서/자,호른

제2부
빵속의방이울때/피리여인―입술위의음률들/라일락나무가있던집/하이하오/엽서를요리하는시간/종말의속도/엄마를고르는저녁/당신의춤에들어가/종이한장의무게/독거/살라드우유니(SalardeUyuni)/바람이분다

제3부
크로스워드/고래는왜강에서죽었을까/십의배수/쓰레기론(論)/망종/목련,길을묻다/간고등어―4월의바보물고기/빗속에서만난섬/해바라기에세들어사는여자/왈츠의풍경/호버링/시(詩)답지않은시간

제4부
봄비/빨래건조기/장미의무덤/냉장고불법점거사건/태풍후(WHO)/깃발/어디선가껍질의노래/시냇물같은사람/분기점의그녀/흔한자국들/봄바다를봄

작품해설:동물과인간이병치된비극적간극을엿보다-허희

출판사 서평

■작품세계―작품해설중에서
인간은누구나()다.빈칸안에들어갈합당한단어를생각해본다.거의모든동사와형용사가올수있겠지만,긍정적인술어보다는부정적인술어가먼저떠오른다.인간은누구나사랑한다는말은이상적인거짓같고,인간은누구나괴롭다는말은비관적인진실처럼들린다.초라한내경우를반영하여빈칸을채우고보니하나마나한말을한것처럼찜찜하다.그렇지만어쩔수가없다.아무래도시의언어는행복과완성이아닌불행과결핍에어울리니까.서사론에가깝다고는하나『시학』(아리스토텔레스)의주요분석대상도두려움과연민을불러일으키는비극이었다.
고대로부터전래된비극은오늘날에도다양한방식으로새롭게쓰인다.이제부터그중에한가지사례를한권의시집을통해살펴보려고한다.(중략)

검은타일이모래사장처럼깔려있는
욕실에서옷을벗는다.
물이끼로얼룩진거울속검푸른등
유난히배만하얀나는
자라도,자라도언제까지나너에겐꼬마향고래
잃어버린미끈한발을욕조에담그고
어느새난바다에잠겨있다.눈썹위로비가내리고
깊이를알수없는너에게로가기전숨을고른다.
어둑어둑검어지는천장엔물병자리
눈물의수압을밀어내며꼬리지느러미를
힘껏펼치는이유를넌아니,
텔레파시같은건이제말을듣지않아
난길을잃고점점얕아지는물길조차
눈치채지못한채믿었던꼬리지느러미조차
너의시간은역류하지못한다.
힘을다해마지막초음파를쏘아올리고,
이제나는달려간다.
뭍이다가오고등에새겨진파도의문장이
수면위로떠오를때울컥토해낸바다,
숨소리잦아든다.
―「고래는왜강에서죽었을까」전문

이시집의표제작에담긴비극성이이정도다.나와너의은유인고래와바다의거대한규모는인간의협소한범위를벗어난다.정서적인크기를물리적인크기로변환한셈이다.물론양자가동일한위계를갖는것은아니다.바다처럼“깊이를알수없는너”에게화자인나는“꼬마향고래”일뿐이다.무한한너는유한한나를압도한다.이시에서나는너를찾아가고있다고하지만,네가바다이고내가고래인한에서,실은성립될수없는여정이다.고래가바다에서살수밖에없듯이나는네안에서만존재할수있다.
그런데편안히숨쉬고있을때는세상에공기가있음을특별하게여기지않는것처럼,너와언제나함께있는현실을나는특별하게의식하지못한다.시의제목이묻는다.고래는왜강에서죽었을까?바다인너의덕분에나는살아가고있는것인데,“길을잃고점점얕아지는물길조차눈치채지못한채”너를찾으러나는강으로간다.온전한너는여기에있는데,그것을인식하지못한내가특정한너에게로가려고애쓰다죽게되는비극이다.
본래하나였던너와나는영영이별하고말았다.자신이한선택과행동이스스로를나락으로내모는이시에는독자로하여금두려움과연민의감각을벼리게하는비극적인서사가내재해있다.고래가강에서죽은까닭은지금자신이하는일이무엇인지알지못한결과다.그러니까이것은처음에는보이지않다가점점커져,결국에는걷잡을수없이벌어진간극에대한시다.
(중략)
고래-달팽이-물총새로연계된동물과인간의비극론세편을통해서,관계의불가능성을부인하지않되,관계의거리가내포하는유동성을탐색했다.나름대로고심했으나해명하지못한부분이적지않다.가까워지려고하면멀어지고,멀어지려고하면가까워지는관계의반동적메커니즘을비롯해이시집에대한풍부하고정치한접근이더많이요청된다.한사람의독자가쓴이글은시집이가진의미망의극히일부를거론했을뿐이다.나머지과제는<고래는왜강에서죽었을까>를읽고있는또다른독자,바로당신에게부탁한다.
―허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