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적 리얼리즘의 시학 (양장본 Hardcover)

서정적 리얼리즘의 시학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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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푸른사상 평론선」제29권 문학평론가 박진희 교수의 『서정적 리얼리즘의 시학』. 경제적 목적에 의거하여 돌아가는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시는 무력하기만 하다. 그러나 이 평론집은 무력하기 때문에 오히려 인간을 인간으로 남게 하는 시의 역설적인 힘과 그러한 시인들을 이야기한다.
저자

박진희

저자박진희는문학평론가.현재대전대학교교수.세종대학교를졸업하고대전대학교대학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주요저서로『유치환문학과아나키즘』,『문학과존재의지평』등이있다.

목차

책머리에

제1부타자를꿈꾸는시
타자가삭제된세계,타자를꿈꾸는시(詩)
우리시대‘사랑의단상’들
삶자체를넘어서는삶,실재와의조우
현대문학속의사랑의담론들

제2부광장과밀실,그리고시
동일성에대한감각의회복을위하여
현대시에있어서의슬픔의역설적힘
시(詩),‘광장’과‘밀실’의변증법적공간
서정의‘한밭’,대전(大田)
인간,애련(愛憐)에물들고희로(喜怒)에움직이는

제3부진정한실존에이르는길
서정성에이르는이성적인,너무나이성적인-오세영론
현실의상처를건너가는두가지경로-나호열,김용화론
진정한실존을향한-김연숙,김수우론

제4부불가능성의시학
‘가능성’을위한‘불가능성’의시학-나호열론
‘깊고푸른섬’,그수평의세계에이르는길-문현미론
실존의장에서들려오는‘사랑의전설’-이중도론
‘꽃’의변증법,그약한것의강함에대하여-김성부론
상처를당기는‘잔인한서정’-윤병주론
‘달’의원형적이미지로열리는태초의세계-이정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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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시,무력한존재의그역설적힘

『서정적리얼리즘의시학』은인간본연의이성을되살리고현실에서사라져가는가치들을복원하는것이시정신이라고말한다.이윤창출과효율성만을추구하는지금이세계에서인간은소외되었다.이절망적인현실에서시는무력하다.근대의불행은어쩌면자본주의사회에서효용가치가없는것이상실됨으로인해비롯되었다고할때,무력한시정신이야말로인간을고귀한존재로남게하는강력한요체가된다.
저자는그러한시정신을중히여기는평론들을한권으로묶었다.『서정적리얼리즘의시학』은비판을함의하고있는서정성이라는의미를담은제목이다.불의와부조리에대해비판하고저항하는힘은바로타자의슬픔과아픔에공감할수있는마음에서나온다.타자와세계에대한사랑을바탕으로한감수성에서구현되는시적의장을저자는서정적리얼리즘으로명명하고자한다.

책머리에
인간의삶이란매순간어떠한힘과의마주침을경험하는것으로도설명이가능하다.‘어떠한힘’이란넓은의미에서의타자-자아를포함한-혹은그총체로서의세계라할수있다.여기에서힘이라한것은마주침의대상이단순한사물그자체가아니라그것이포지하고있는확정되지않은의미들이기때문이다.인식주체의사유내지진리에대한탐구는바로이타자와의마주침을근거기반으로하고있는것이다.‘매순간’이라했지만자아에게매순간주어지는것은마주침이라기보다는마주침의기회라하는것이더정확한표현일터,마주침이란타자가자아의인식범주내로들어왔을때가능해지는것이기때문이다.즉물리적마주침이아닌내면의파동이요구된다는의미이다.자아의세계는이타자와의마주침에서형성되는다양한주름에의해구성되고또생성되는것이라할수있다.
그런데현대사회에서타자는자아의내면에어떠한파문도일으키지못하는물화된존재로전락하게되었다.이는익히알려진바대로도구화된이성에서기인한다.데카르트의코기토이후신이물러난중심에인간이자리하면서인간이외의것들은철저하게주변화되어왔다.이인간중심주의가극도의자본주의발전과맞물리면서이성은비판과성찰이라는본연의기능을상실한채도구화되었으며그결과세계는경제적환원주의,목적지향주의의길로들어서게된것이다.
이윤창출과효율성만을추구하는세계에서인간은중심을자본에내어주고인간자신도소외되기에이른다.자본을통하여행복을추구하고자하였지만타락한이성과팽창하는인간의욕망은인간본위의목적성을상실한채자본자체를목적으로삼게되었기때문이다.근대적이성중심주의가물질문명의발전을가져온것은사실이지만심각한수준의환경파괴를비롯하여전쟁과학살,테러,억압,인간의상품화등등그역기능은가히인류생존을위협하는수준으로드러나고있다.타자의소외내지물화또한동일한맥락에서발생하는필연적인현상이라할수있을것이다.
이러한현실에대한분석과비판은꾸준히이루어지고있는셈인데상황의개선은요원해보이는것이사실이다.그까닭은가속화되는인간욕망의팽창과재생산이관념을압도하고있기때문이다.저항의주체가되어야할사회구성원이제도권하에서의안위와선진산업사회가부여하는물질적충족이라는보이지않는사슬에포박되어오히려이데올로기의협력자로기능하게되는까닭이다.이러한사회에서사회의변혁은부정될수밖에없으며변혁을위한갈등또한허용될리만무하다.
세계와불화하는존재가시인이라할때이러한현실에대한인식과그것에대한응전의태도야말로현대사회에서요구되는시인의본령이아닐까한다.우리시단에는이미70년대의참여시라든가80년대의해체시,90년대의생태시등현실이위기로인식될때마다나름대로뚜렷한성격을드러내며사회현실에예민하게반응해온역사가있다.사실지금우리의현실은물질적향유의수준이향상되고정치경제적권력의횡포와부조리가보다은밀해졌다뿐이지70년대의그것에서크게벗어나지않는다는생각이다.예술이란,세계의불행을인식하는데서그자신의행복을갖는다는아도르노의말처럼객관적불행의현실은시인으로하여금사유토록,그리고참된것을탐구하도록추동하는기제로작용한다.
2014년첫비평집을낸이후여러문예지에발표했던글들을모아두번째비평집을낸다.2년여가조금넘는기간동안참으로여러시인들을만났다.비평도창작이라생각한다.그러나작품이없으면비평도없다.시가먼저라생각하고그시들을최대한성실하게그리고꼼꼼하게읽으려노력했다.그러다보면어떤시정신이랄까,작품을관류하는중심같은것과마주하게되는시점이생기고그것과의교호를통해형성되는주관적인담론이나의비평이었다고할수있겠다.
시인들은부단히타자를호출하고있었다.소외된존재에의동화,존재에대한물음,구원에대한염원등이그것이다.이는경제적환원성이나효율성의측면에서전혀쓸모없는것에속한다할수있을것이다.그러나근대의불행은바로이쓸모없는것들의상실에서비롯되었는바이에대해끊임없이묻고사유하고탐구하는것은현대시인이포지해야할시정신에해당한다할것이다.이러한시정신은본연의이성을되살리고현실에서삭제되어가는가치들을복원하는맥락에놓여있다는점에서,현실을사유하면서도또동시에시대를초월하는보편성을포회하게된다.
또하나,현장에서만난시인들은시대를빗겨가지않지만그응전의방식은비판과냉소,해체보다는동화와공감,연대의그것에기울어있었다.우리사회에는절망적이고충격적인사건들이이어지고있고그로인한상처와분노,불신이산재해있지만그것은제대로해결되지않은채잊혀지기를강요당하고있다.이러한사건들의저변에포진하고있는불의와부조리에대한비판과저항이필요한것은물론이다.그러나비판과저항의진정성은,그리고그힘은바로타자의슬픔에,아픔에공감할수있는마음과그정신에서담보되는것이라생각한다.궁극적으로타자에대한,세계에대한사랑에서연원하는비판적이성이야말로구원에대한가능성을함의할수있는정신이된다는의미이다.이러한감수성에서구현되는시적의장을서정적리얼리즘,비판을함의하고있는서정성이라명명할수있지않을까.
상식이통하지않는절망적현실에서시란,때때로한없이무력해보이는것도사실이다.그러나타자와의상호동일성을본령으로하는시(詩)와그시정신이야말로인간을인간으로,‘고귀한존재’로서의인간으로남게하는요체중하나가아닐까한다.그러므로시에는,시인에게는힘이있다.역설적이게도가장‘무력’한존재이기에가능한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