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 화석 (원종태 시집)

빗방울 화석 (원종태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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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원종태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빗방울 화석』이 [푸른사상 시선 84]로 출간되었다. 우포늪을 비롯한 자연의 이치, 이중섭으로 표상되는 예술, 근현대사의 아픔과 세월호에 이르는 시대의식까지, 시인은 오늘날 시가 담당해야 할 역할에 대해 담담하게 묻고 있다.
저자

원종태

저자원종태는경남거제도산골에서태어나유소년기를보냈다.부산대학교국어국문학과에적만둔채주로시와사회정치적인일에매달렸다.1994년『지평의문학』에「향우회」외7편을게재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여러신문사기자로전전하다가고향에서작은신문사를경영했다.2015년첫시집『풀꽃경배』를냈다.한국작가회의,경남작가회의회원이다.열등감이많고어눌하며,가족과사회와역사에늘빚지고살고있다.모든존재가스스로빛나는평등세상을꿈꾸며,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공동의장을맡고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
섬/절세의고수/어쩔수없는일/맑은날/흰노루귀/화엄사홍매/아무것도아닌것/꽃핀자리/바람꽃/수국빈집/꽃에팔려길을잃다/천남성/그사람/빗방울화석/거제노자산/받침없는것들

제2부
통영,이중섭/서귀포,이중섭/우포늪편지/우포늪/화양연화/동해남부선/위성/피지않은그꽃/골짜기에서놀다/소사나무/의령세곡리은행나무할매/나무나무/모래실마을/단풍/바람/연어우표가붙은엽서

제3부
신과가장가까워질때/한천년이라는말/지리산/시월/어둑/11월/지리산대원사/긴밤/눈내리는날/잘가라,시여/외눈박이새/호래기/등이뜨겁다/겨울/경상도사내/구조라해수욕장

제4부
소년이핀다/아무도미워하지않는자의죽음/6월을수배합니다/올라간다/포로수용소에서보내는편지/어느날병원을나오며/이빨이흔들린다/미안해요미안합니다/달빛걷기/숨/다시는바다에가지못하리/금요일에돌아오렴/밥한그릇/겨울혁명/설악산을그냥내버려두라

작품해설:부재(不在)하는것의문서고-박형준

출판사 서평

■작품세계
시는개인의사상과감정을언어로표현하는예술이다.동시에,시는사물과세계에대한세심한관찰과이해를통해,인간삶의본질과자연의이치를깨닫게하는사유의형식이기도하다.원종태시인의『빗방울화석』은명멸하는것들에대한관심으로부터출발하여,인간이감히궁구하기어려운우주의진리와이치를되묻는데까지나아가고있다.
그는사물과인간의현존가능성을‘부재(不在)의감각’을통해정초하고자한다.시인의이러한시적특징을’소멸의미학’이라부를수있는데,여기에는사물과대상을바라보는시인특유의따뜻한시선이배어있다.풀,꽃,나무,새,들,산,바다,하늘등과같이,그가‘경배’하고있는자연의양태는모두우리의기억/자리에서사라져버렸거나,사라지고있는것들이다.
원종태의시세계는‘부재의존재론’이라명명할만하다.허면,시인이소멸하는것(들)에대해관심을기울이는까닭은무엇일까?그것은어두워진다는것,혹은사라진다는것이야말로-“깊어진다는것은색도소리도없어진다는것/아무것도아니라는것”(「어둑」)-인간삶의유한성과자연의무한성을비교체험하고성찰할수있는사유의계기이기때문이다.
시인의새작품집『빗방울화석』에서도,인간존재의한계와현존가능성에대한물음을확인할수있다.이러한시적탐구행위는자아와세계,혹은차안과피안의경계를허물며,서정시가추구하는미적합일의경지를구현한다.시인은과장되지않은시선과위트넘치는표현으로,우주의질서와존재의근원을응시하고있다.이러한시적경향성은,첫시집『풀꽃경배』를가로질러두번째시집으로고스란히이어진다.
원종태시인은자연을관조(觀照)의대상으로삼지않는다.그리고속세의잡다한사연을추억하거나통속화하지도않는다.그의시는사라져가는것들에대한애처로운탄식에그치지않고,자연과인간의시간을함께아우르고자한다.
이런관점과태도는‘이중섭연작’(「서귀포,이중섭」「통영,이중섭」)에서더잘확인할수있다.이들시는인간의예술이우주의섭리와이치를사유함으로써“영원”(「서귀포,이중섭」)의길에이르는과정을탐색한다.인간의유한성과시간의한계를뛰어넘어무한한현존가능성을개방하는것이야말로예술(詩)의본질이라는것.시인은그것을제주와통영에서만난‘이중섭’에서발견했다.“찰나는영원의다른이름”이고“빛나는별이죽은별의숨결이듯젊은화가여/너에게닿기위해서는폭발하듯폭삭늙어버릴수밖에없다”는시적자의식은,결국죽음(마모와소멸)의유한성을선구함으로써인간삶의새로운지평을열어젖힐수있음을강조하는것이다.하지만원종태시인은서정시가과연그런역할을할수있을것인지에대해심각하게질문하고있다.
첫시집『풀꽃경배』나두번째시집의1,2,3부와는전혀다른작품이『빗방울화석』의4부에서펼쳐지는것은그때문이다.이것은가히충격적이라할만하다.
4부에수록된시의핵심소재는1980년5월의광주,반파시스트저항‘백장미’활동,1987년6월항쟁,한국전쟁과포로수용소,세월호사건(「어느날병원을나오며」「미안해요미안합니다」「숨」「다시는바다에가지못하리」「금요일엔돌아오렴」「밥한그릇」「겨울혁명」),고공농성투쟁노동자(「올라간다」),복지관부당해고노동투쟁(「이빨이흔들린다」),촛불혁명(「겨울혁명」),설악산국립공원케이블카설치반대(「설악산을그냥내버려두라」)등이다.다소급작스럽게느껴지는이러한시적변화는어디에서기인하는것일까?그가시인으로서,언론인으로서,그리고우리사회의건강한구성원으로서혹독한자기비판(“너무나유유하고자적했다”)에이르게된계기는따로있다.어쩌면,누구나두려워서피하고싶은,바로그사건.2014년4월16일의세월호가그것이다.
4부의많은작품들은직간접으로세월호사건을다루고있다.시인은“한동안시를못썼”다며,“다시시를쓸수있을까요/다시세상은피어날수있을까요”(「미안해요미안합니다」)라고말한다.너무나도참담하고참혹한대형참사앞에,어떤말도어떤수사도사용할수없는상태에처한것이다.“세상의모든시인은/다시는서정시를쓰지못”(「다시는바다에가지못하리」)할것이라는인식은철저한자기부정이다.1~3부와달리더이상인간삶의본질과우주의이치를노래할수없게된것은어쩌면너무나도당연한귀결이다.그러나『빗방울화석』의4부는자연이나인간존재론이아닌또다른‘부재(不在)’에대한문서고이기도하다.그것은바로아이들이‘없다’는처절한현실감각이다.더불어,“금요일이영영없는엄마아빠”(「금요일엔돌아오렴」)의상실감에대한안타까운연민이다.시인은비록사물과자연의소멸에대해서는더이상노래하지못하지만,더욱더어둡고아픈사회적심연속으로걸어들어가부재의망각과싸우고있는셈이다.
저깊고차가운맹골수도속으로사라져간아이들을잊지않고기록한다는것은너무나도힘겨운일이다.그것은어쩌면지금까지의시적성취를모두포기하는무모한결정일수있다.그러나시인은“수학여행가서돌아오지못한딸아이를위해/등신불이되어가는아버지”(「밥한그릇」)를보며,차마혼자자연의세계로돌아가지못한다(「다시는바다에가지못하리」).시인이자연이아닌현실세계로나아갈수밖에없는이유이다.“당신을생각하며걷는사람들이있다”(「달빛걷기」)는것,이는인간의부재를현존화하는생(生)의쟁투인동시에,서로의아픔을기억하고보듬는연대의말건넴이다.그대를잊지않는다는것,그리고기억하겠다는것.그것만이우리모두를구원할수있는동시대의시적과제임을원종태시인은너무나도잘알고있다.
―박형준(문학평론가·부산외국어대학교교수)해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