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전 2020 (박덕규 장편소설)

토끼전 2020 (박덕규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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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판타지로 다시 만난 21세기 토끼전
박덕규의 장편소설 『토끼전 2020』이 [푸른사상 소설선 16]으로 출간되었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아는 토끼와 별주부 이야기가 새로운 판타지 소설로,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로 재탄생했다.
저자

박덕규

저자박덕규는1958년생으로대구에서성장하고경희대국문과를졸업했다.1980년시인으로등단한이후문학평론가,소설가로함께활동했다.시집『아름다운사냥』『골목을나는나비』,소설집『날아라거북이!』『포구에서온편지』,탈북소재소설선『함께있어도외로움에떠는당신들』,장편소설『밥과사랑』『사명대사일본탐정기』등여러분야의창작집을냈다.현재단국대문예창작과교수로재직중이다.

목차

ㆍ일러두기

여는마당_먼미래의일은알수없으나
첫째마당_가면뒤에숨은얼굴
둘째마당_늑대밥이될수는없는법
셋째마당_너는꿈을꾸고나는유혹하고
넷째마당_이제가면언제오시나요?
다섯째마당_내가우주의주인이니까
여섯째마당_그누가나설것인가
일곱째마당_여기신비한세상이구나
여덟째마당_내배를갈라도좋으나
아홉째마당_누구는강경하고누구는신중하니
열째마당_세상에는이런이별도있다
열한째마당_더이상은속을수없다
열두째마당_기어라뛰어라날아라

ㆍ해설:마당위의토끼전_강상대
ㆍ작가후기

출판사 서평

용왕의병을고칠약인토끼간을구하기위해뭍으로나온별주부,감언이설로토끼를속여용궁으로데려간다.위기일발의순간토끼는기지를발휘하여간을빼놓고왔다는거짓말로탈출에성공한다.한국인이면누구나잘알고있는?토끼전?의줄거리다.어리석은지배층을가지고노는꾀많은토끼의해학적이고통쾌한이야기는판소리로,고전소설로,어린이들이즐기는동화로현대에까지이어졌다.
어떤콘텐츠가조금씩형태를달리해가며수백년동안대중의사랑을받는데에는특별한이유가있을것이다.이번에토끼전은어쩐지현대적이고조금은미래적인,독특한판타지소설로다시씌어졌다.『토끼전2020』!240년전조선시대의어느상상력풍부한작가가생각해본미래를배경으로한또하나의『토끼전』이다.세상은육생계와물생계로나누어져있고,육생계에는짐승들이사는길생국들이있다.소설은길생국의축제한마당으로시작된다.온갖짐승들이가면을쓰고왁자지껄노래하고춤을추며축제를즐긴다.토선생은여러길생국을돌아다니며정치,사회,인간이살아가는도리를가르치는인물이다.젊었을때는달나라도갔다왔다는수상쩍고신비로운그를따르는제자들도있다.바른소리하는토선생을죽이려하는위정자도있다.물론물생계깊은바다심생국에는용궁이있고,놀기만좋아하다가아무것도못먹고시름시름앓아누운용왕도등장한다.
익숙한듯낯선듯,『토끼전2020』의스토리는자유롭게뻗어간다.옛사람들이판소리를즐겼듯,지금사람들이즐길수있는새로운『토끼전』이다.『토끼전』이세계인들모두함께즐길수있는매력적인문화콘텐츠라는것을이소설은고전을살짝살짝비틀어변형함으로써보여주고있다.

[해설중에서]

이작품은판소리계소설인『토끼전』이야기를보다내용이풍성하고사실적이되환상성이풍부하게변용하여현대소설로재창작한것이다.그리고이작품을외국어로번역하여출판하기도하고,뮤지컬·애니메이션등으로제작해서우리나라뿐아니라세계인이함께즐길수있는문화콘텐츠로창출한다는기획에따라씌어졌다.그래서소설작품을창작하는일은지은이가도맡았고,그과정의기획단계에서는시인·평론가·스토리텔러·번역가·공연전문가등이참여하여앞으로의다양한매체변용양상을고려한스토리구현을위해의견을나누었다.아직우리에게는소설작품의창작을작가한사람만의몫으로놓아두는생리가공고한데,이작품의경우는창작에앞서작가가다양한분야의전문가들이던져주는조언을귀담아들었다는점에우선새로운면을갖는다.
『토끼전2020』은이야기의얼개를『토끼전』에서가져왔기때문에당연하게도우리에게매우낯익은등장인물과사건및배경을만날수밖에없다.그러나고전소설을현대화하는작업은그낯익음을낯설게하여새로운정서의울림을만들어내는데의의가있다.다시말하면그낯익음이어떤새로운장면들을연출하고있는가,그장면들이어떤새로운재미와의미를안겨주는가를살피는것이『토끼전2020』의관전포인트라할것이다.이런맥락으로눈여겨보았을때이작품이『토끼전2020』일수밖에없는몇가지의낯선풍경을만날수가있다.
무엇보다먼저등장인물의성격과인물간의관계에서변용이두드러진것으로보인다.잘알다시피『토끼전』의주동인물인토끼,자라,용왕은대개계급적·계층적성격이뚜렷한삼각축으로설정되기마련이다.즉토끼는지혜롭고익살스러운민중으로,자라는충성심이굳은관료로,용왕은탐욕스런지배권력으로전형화되는것이다.그러나『토끼전2020』에는그와같은인물성격들이다분히해체되어있다.
가령‘토선생’은“자기힘으로양식을재배하거나구한적이없는위인”으로어린토끼들에게글을읽어주고생각하는법을알려주고‘광장’의군중앞에서당당하게권력의부조리와사회현실을비판하는인물이다.이런토선생의성격은일견지식인의면모를지닌듯하다.그러나그는달나라에살다왔다는거짓말로제자들을불러모으고“육지에서이곳저곳길생국을돌며그나라왕에게치세의도를들려주고있는선생”행세를하며융숭하게대접도받는위선과가식에찬인물이다.그의행동에는거드름과경박함과몰인정이보이기도한다.그런그가용궁에서맞닥뜨린절체절명의위기에서벗어나용왕의여자와러브라인을형성하고,마침내용궁을떠나육지에서새로운정착지를얻는과정은지금까지의『토끼전』이야기와는티나게낯선부분이다.
자라의성격변화도눈에띈다.‘별주부’는용왕에대한충직성을보여주는인물이기는하지만그충심은‘가문의영광’을되찾아자라종족의명예를높이고지금보다대접받을수있는지위를얻고자하는동기에서비롯된것이다.그렇기때문에용궁으로토끼를꾀어온공로를보상받기어려워진상황이되자그는토끼의공모자가되어용궁을떠나게된다.용왕은권력의정점에서억압하고탐욕하는존재이기보다는오히려희화화되어있다.“용왕은통치술이니뭐니하는데는관심이없는존재다.심각한대화를견디지못하는왕이저렇게오래도록왕좌에앉아있으니궁전에는심각한나라일을논하는이하나도없는거다”라는행간에서엿보이듯이용왕은안일과무능함으로토끼나신하들에게조롱받는인물이다.용왕이‘꽃밭에코를처박고’죽자마자그가통치한시대는그의아들에의해적폐청산의대상이된다.아마도독자는이런부분들이『토끼전2020』의낯선지점이기는하되어쩐지우리현실의낯익은지점을가리키는것이아닌가하는느낌을받을지도모르겠다.
『토끼전2020』의내용구성을살펴보면『토끼전』의완고한고전적서사양식에서슬쩍비켜나고자한지은이의장르적고민을확인할수있다.이작품의‘첫째마당’이야기가축제의마당을펼치고있다는점이그하나이다.여기에서는나라의온갖짐승들이모여가면을쓴채먹고마시고춤추고노래하고시국에대해토론하는카니발의현장,아고라의광장이연출되고있다.이는도입부에서독자(관객)의시선을확실하게끌어당기기위해지은이가의욕적으로새롭게창작한장면일터인데,막이오르면서각양의동물군상(群像)이왁자지껄하게등장하게될무대위의장면을연상하면회심의한획이라는생각이든다.
(중략)
『토끼전2020』에는공간적배경을지칭하는낯선어휘들이등장한다.육지동물이사는세계인‘육생계’의산과들에서사는동물들의나라인‘길생국’,인간이중심이되어지배하는나라인‘얼생국’,새처럼날아다니는날짐승들의나라인‘날생국’,그리고바닷물에사는생물들의세계인‘물생계’에서육지와가까운지역인‘가생국’,육지와먼지역인‘심생국’등의어휘가그것이다.지은이의깊은궁리가느껴지는이공간적배경은모년모월모시(某年某月某時)투의흐릿하고넓은공간인식을선명하게분할해주며,그각공간에살고있는인물들의특징과성격을또한선명하게해준다.이러한선명성은이작품의등장인물들이육지와바다를넘나들고,그들이서로만나고헤어지고다시만나고또서로쫓고쫓기는혼돈스런상황을여과하는이미지가될것이다.
그공간적배경의선명한이미지를통해이작품이그려보이고자하는우리현실의축소판인소우주를만나게된다.편을갈라싸우고뺏고서로먹고먹히고속이고욕하는이세계의법칙이그낯선어휘들에투사되어있다.그렇기때문에이세계의온갖짐승들이마치사람인듯세상사를연출하는무대인이작품의공간은우리의현실에서는불가능한세계인듯하지만꼭그런것만도아니다.이슬픈우화(寓話)는비현실이지만엄연한우리의현실인것이다.
그래서이작품의결말부분에서‘토선생’과‘별주부’,그리고토끼무리와자라무리가공존·공생의삶을보여주는장면은슬픈우화의시대를견디고있는우리의꿈을담은듯하여인상적이다.토선생이용궁에서가져온꽃으로향을만들었고,꽃향기에취한민숭이무리와산호랑이무리는잠이든다.잠든이들의코에똥을발라두었더니,잠에서깬그들은스스로똥을싼줄알고부끄러워몸을사리다가자기집으로돌아간다.그들이돌아간후에토선생,별주부무리는‘언제나깨끗하고맑은샘물’과함께살아간다.토끼와자라가맑은샘물을지키며마시고살아가는세상은지극히생태적일것이므로,그세계에서는똥이라도민숭이의오만과산호랑이의폭압을부끄럽게할만한것이되어마땅하다.
이쯤에서우리는『토끼전2020』이기존작품들의질서나가치를우스꽝스러운유머와무질서로전복·해방시키는카니발레스크(carnivalesque)의몫을해주고있다는생각을갖게된다.『토끼전』의기원에는판소리가있고,판소리는그사회와그시대의소리였다.그소리와더불어호흡하며대중들은그사회와그시대를견디어왔다.오늘우리에게낯설고새롭게다가온『토끼전2020』에도그런몫을남기고싶다.
이를테면『토끼전2020』은마당위에서있는토끼전이다.그마당에서토끼와자라를비롯한자연의온갖생명들이기고,뛰고,날아오를것이고,그마당에서우리는웃고,화내고,울고,박수칠것이다.이작품의‘2020년’이기다려진다.
-강상대(문학평론가·단국대문예창작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