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무: 폭풍의 화가 변시지

난무: 폭풍의 화가 변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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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제주의 거친 파도를 닮은 화가 변시지, 소설로 만나다

“폭풍처럼 살다간 불구의 화가의 폭풍 같은 인생 이야기!
세계가 인정한 화가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기이한 화가 변시지!”

화가 변시지의 삶을 소설화한 『난무―폭풍의 화가 변시지』가 푸른사상사에서 출간되었다. 제주도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활동하다가 귀국하여, 독특한 화풍으로 제주의 풍광을 화폭에 옮겨냈던 한 예술가의 초상을 만난다.
저자

김호경

저자김호경
1962년에태어나경희대학교신문방송대학원을졸업했다.1985년대학문학상에『부비트랩』이당선되었으며,1997년『낯선천국』으로21회‘오늘의작가상’을받았다.장편『낯선천국』『삼남극장』,스크린소설『명량』『국제시장』,단편집『남자의아버지』,여행에세이『가슴뛰는청춘킬리만자로에있다』『설렘』을비롯하여여러권의컬러링기행문을펴냈다.

목차

서문심장을끌어당기는힘_김미숙

제1부폭풍의바다
폭풍의언덕에서
너는어지러운춤을출운명
어려운시절
나는본것을기억한다
아버지는괜찮다

제2부잿빛하늘의오사카
길고긴바닷길
이도다완의뿌리
어린조센징의시련
첫사랑
마지막씨름대회
뒷모습은강하다

제3부그림을발견하다
만남과이별
수평선은마음안에도,마음밖에도있다
그대의뜨거운입술
세상에이름을알리다
진실은우연히들려온다
나는한국인이다

제4부가장한국적인것
조국이반겨주는방법
진정한‘한국’은어디에?
일본에서찾아온손님
돌고돌아제자리로

제5부저주받은고향길
노란세상의검은까마귀
사이토슈이치의여행
안녕!나의사랑

제6부이어도로떠나는나그네
자살바위위의혈투
섬은하나의점
소나무를바라보는남자
옛사랑의희미한그림자
이어도에서춤을추리라

후기나는바람을모른다_김호경

출판사 서평

“누구보다도강했고,누구보다도고독했으며,누구보다도기이했던화가변시지!
자신의생에몰아닥친불운을폭풍과같은힘으로이겨내고광증과같은예술혼을불태웠던화가변시지!그가노랗고검은거친그림으로세상을향해말하고자하는것은무엇이었을까.”

“폭풍같은에너지를갈망하여평생폭풍을따라다녔고그생생한폭풍의현장을화폭에담으려고했던불구의화가,그가황토색과검은색으로그려낸제주화에담긴비밀을찾아나선다.”

“한쪽다리로이세상을살아야했던화가변시지,그를닮은한쪽다리의외로운까마귀!
불편한몸으로인한고통을딛고세계정상에오르기까지화가의내면세계의격렬한출렁거림을느낄수있는소설이다.”


화가변시지(1926~2013)는제주에서태어나어린나이에일본으로건너갔다.조선인이라는핸디캡을안고화가로활동하며일본최고의권위를자랑하는광풍회전에서조선인최초로입선한데이어최연소최고상을수상하는영예를누렸다.한국으로돌아와제주에정착하면서그의화풍은제주의거친바람을닮아갔고,제주의황토빛풍경을담은그의그림은‘제주화’로명명되어국제적으로알려졌다.미국스미소니언박물관에동양인화가최초로10년간그림을전시하기도했다.
폭풍을닮은그의삶과평생그를사로잡았던광증과도같은예술혼이소설로태어났다.엄혹한일제강점기에제주에서태어나어린나이에일본으로이주,조선인으로서또한예술가로서그가겪어야했던온갖시련들.일본아이들과불공정한씨름을하다가다리를다쳐평생고통을당했고,일본화단의소수자로서보이지않는차별을받았다.고국에돌아와서도분단된정치현실은그를평화로운화가로남겨두지않았다.끝내는화가로서치명적이게도눈에이상이생겼다.
그럼에도불굴하고꺾이지않은그림에대한뜨거운열정은그자체로한편의영화나드라마처럼극적이다.그의그림가득히,아니화폭을박차고솟구쳐나올것처럼거칠게출렁이는제주바다의파도,폭풍,까마귀의날갯짓,그모든것들이바로화가변시지의초상이다.

[서문]
그림에마치자석이라도달린듯황토색그림은내심장을끌어당겼다.심장은출렁아픈소리를내며그림쪽으로움직였다.나는휘청했고그림에끌려가는내가슴은아렸다.
변시지화백의황토색그림을처음보던날의기억을나는잊을수가없다.나는그림을잘모르는사람이었다.모네나마네같은인상파화가의강렬한그림을보면가끔가슴이두근거리기는했어도내심장을온통끌어당기지는못했다.그림앞에서내가휘청거리고가슴이찢어지는아픔을느낄거라는,그래서그림을떠나와서도잊지못해허공속에서다시그림을떠올릴거라고는상상하지못했다.
변시지화백의그림은나에게그렇게다가왔다.그의아픔이내게왔고,그의예술혼이내영혼을두드렸으며그의고독이나를울게했다.많이울고난다음제주도곳곳을훑으며그의삶의자취를더듬더듬찾기시작했다.내가몇년만더일찍변시지라는화가를알았다면그와마주보고이야기하면서웃고울었을것을,그래서그의삶을온전히내온몸으로받아들이고나를매혹시킨그화가의삶을더잘그려냈을것을,그러지못한것이한스러웠다.그래서인지그에관한시나리오를집필하기위해그의삶의흔적을찾아가던그해가을,제주도에는유난히비가많이왔었다.
변시지화백의그림이심장을후벼파는아픔을주면서도깊은위로가되는건그의그림이오롯이우리삶을재현해내고있기때문일것이다.환희와고통,기쁨과절망이버무려진인생길에서어디아프지않고삶을살아내는사람이있을까.변시지화백은자신이아팠던만큼,자신이고독했던만큼예술속에서행복했다고말하고있는것같았다.그래서그의그림을보는우리도아픔과고독을넘어위로를느끼고행복을꿈꾸게되는것이아닐까.

우리나라화가중에가장일본을잘알면서도가장일본을극복하기위해노력했던극일주의화가변시지,그래서그는제주화라는독특한화풍을구축하기위해그토록몸부림쳤는지도모른다.하지만그가극복한것은일본만이아니다.그의아픈다리,잘보이지않는눈,처절하게외로웠던이방인의삶을극복했다.아니단순한극복이아니라온통신비로싸여있는우리삶을꿰뚫어보는경지에올라선것이분명하다.

변시지화백의삶을뒤쫓으면서나는그의목소리를들었다.
“단순하게살아라.그것이행복이다.”

나는이책이삶의위로가필요한사람들에게인생의동무가되었으면좋겠다.그래서이세상에서어지러운춤(亂舞)을추더라도절망하지않고주눅들지않고당당히살아갔으면좋겠다.
―김미숙

[후기]
폭풍이분다.
모든것이흩날리고비틀거려도나는바람을볼수없다.바람은언제나제모습을감춘채세상을이리저리흔들어놓는다.그리고한번은반드시거센울음을토해낸다.그울음은폭풍이되어땅에서부터하늘에이르기까지,그리고바다의물살까지뒤집고,파헤친다.그폭풍을이기는사람은아무도없다.
그러나한사람은폭풍을이기려했다.변시지…….운명의덫에걸려다리하나를빼앗겼음에도불구하고폭풍과맞섰다.하지만세월이흐를수록그는폭풍을사랑했고,그사랑을화폭에담았다.그것은인내의열매였지만그는또하나의덫에걸려색을잃어버렸다.그가알수있는색은오직노랑……그리고검정이었다.
두가지색으로그는하늘,바다,소년,소나무,까마귀를그렸다.그모든것들을감싸는것은폭풍이었다.온통샛노란그림앞에서면하늘과바다,소년을휘감은폭풍이나의몸과마음을흔들었다.그리하여변시지의그림은우리의삶그자체가되었다.
소나무아래외롭게서있는소년은왜그곳에있는지,그옆의다리잘린까마귀는왜그옆에있는지알수없다.그림속주인공은말이없기때문이다.하지만그림을들여다보면소년은귀엣말을한다.무슨말을하려는것일까?까마귀의울음,파도의흐느낌,폭풍의포효속에서소년의말은바람처럼사라진다.
그말을들으려면내마음을온전히비워야한다.제주의옥색바다에풍덩빠져야한다.바람과함께서귀포의들판을쏘다녀야한다.내가변시지가되어오로지노란눈으로세상을바라보아야한다.그때소년의속삭임이들린다.그것은예술가의고단한영혼을위로하는노래이자,세상을향한날카로운꾸짖음일수있다.변시지의노란폭풍그림은그래서삶을이끌어주는지표이다.
그러나어쩌랴!
내가바람을볼수없듯화가의마음을알수없으며,그의인생은더더구나인식의영역저너머에있다.그럼에도불구하고변시지의삶을추적한것은누구보다치열하고험난한굴곡을거쳐세상사람들앞에폭풍이무엇인지보여주었기때문이다.그림에는문외한에불과한내가선구적예술가의초상을미약하나마글로표현한것은부끄러운행위이다.부끄러움을넘어깊고맹렬한화폭의흔적을따라간이유는화가가들려주는말이모든이들에게전해지기를바라는마음이간절해서였다.
부디그의그림이세상모든사람들에게매혹과안위,그리움과사랑의깃발이되기바란다.
―김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