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을 검색한다 (이인호 시집)

불가능을 검색한다 (이인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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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인호 시인의 시집 『불가능을 검색한다』가 <푸른사상 시선 93>으로 출간되었다. 모순된 상황에 주어진 삶의 딜레마를 끝없이 변주해감으로써 현실을 새롭게 마주하고 또 극복해나갈 길을 따뜻한 시선으로, 때론 예리한 시선으로 보여주는 시집이다.
저자

이인호

서울가리봉동에서태어나도시의주변부문화에익숙하다.중앙대학교문예창작학과를졸업하고,2004년아내의고향인울산언양으로이주해서살고있다.2015년『주변인과문학』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정면을맞이한다
동굴/누구나갈비뼈에몸을묶고산다/당신이온자정/정면을맞이한다/무창포/노랑/불가능을검색한다/스크린도어/잊은,혹은익은/그는돌아갔을까?/숲에꽂히다/계단조심/동부분식/평상의계획/오래된서가

제2부반구대암각화
이웃사람/꾸러기수학교실/섬으로온다/온기가있던자리/겨우살이/측백나무병동/제대로된금형틀은어디있을까?/처용/혁명의배후/가시박/서해건어물/반구대암각화/언양읍성/청소/붉은바다거북/소금포

제3부발의대화
가을/답십리로11길/양평동랄랄라/풍향을가늠한다/초콜릿/레고/고백/반지하/소멸엔핑계가없다/아버지는왜잠귀가밝은가/빈집/발의대화/애피타이저낑깡/초식동물의아침은늑골부터가렵다/봄

제4부질문
제주/타라우마라족의사슴사냥/11월/등대에걸린아침/악수/?다리인다리/4호선오이도행/통풍이오는오월/누가고래를숨겼을까/부고/겨울/장마정거장/질문/거리

■작품해설:‘당신’의시학-맹문재

출판사 서평

-시인의말
뒤돌아본다.
온길이잘보이지않고,
가야할길은아직멀었다.
낯선도시에발을디딘순간오래된병처럼어깨가결렸다.
디딘발은어쩐지부자연스러워서걸을때면가끔미나리꽝에빠졌다.
흙이잔뜩묻은신발을개울물에씻을때면발바닥에난균열이조금씩커졌다.
어쩌겠는가그럼에도불구하고휘청거리며조금씩걸어갈밖에
터지는일에익숙하고,
비아냥에익숙해져서
터벅터벅걸어가다보니
그래도제법발목이굵어졌다.
발목이예쁜신랑을가지고싶다던
당신이아들들과빗속에서종종대는모습이훤하다.
부끄러워져서어색하게웃고만다.
내부끄러움도함께터벅터벅걷는다.

-작품세계
이인호시인의작품에등장하는당신은적당한온도와향기를가지고있다.또한작품의화자가당신의얼굴을바라볼때함께바라보고,화자가당신의손을잡을때같은방향으로선다.이름이불리는것만으로도당신의얼굴은푸르게빛나고,함께걷는걸음만으로도당신의발목은따스하다.그리고모퉁이를돌아야삶이이어진다고인식할정도로적극적이다.그리하여당신이심어놓고간온기는차츰차츰뿌리를뻗고싹을틔운다.

그렇지만당신의형편이평온하거나여유로운것만은아니다.당신은서랍깊숙이진통제를넣어두고복용할정도로질병을앓고있고,당신의심장을그리기로마음먹고가슴을열어보았을때생각했던것보다유난히붉었다.그러면서도상가(喪家)에서초상을보며허기를잊을정도로마음이여렸다.따라서작품의화자와당신과의관계는손쉽게마련된것이아니다.당신의호주머니에서꺼낸빛이오래죽은병아리처럼유용하지않자실망하고,변명과실수를반복해서분노로멀어져있는당신이다가오자또다시물러난다.사소한불편을성가신것으로여기고자신을지킨다고성밖으로내던진무수한화살과창이당신에게꽂힌적도있다.심지어방아쇠를당겨당신을쏘는죄도저질렀다.
그렇지만작품의화자는당신의존재를부정하지않는다.그만큼당신과뗄수없는관계에있는것이다.그리하여화자는당신이남긴지문이바람에풍기는것을느끼고,당신의향기가기억보다오래남아있다고고백한다.당신과오래보았던지붕아래구겨넣은신발두켤레를보면서그리움도갖는다.생강나무노란꽃망울을보며당신에게자라난난포를떠올리고,몇번의병증을검사받으면서당신의안부를궁금해한다.당신이오지않으면아무소용이없다고함께머무르던지명을되새기기도한다.“당신이송전탑에서만든구름이나풀나풀피어오를때마다/환호를지르던푸르디푸른지상의균형”(「누구나갈비뼈에몸을묶고산다」)을꿈꾸기도한다.(중략)
작품의화자는당신에게다가간다.당신의정체성을화자의정체성으로동화시키지않고함께하려고한다.구체적이면서,인격적이면서,온몸으로우주를사랑하는순서에서그우선으로당신을품는것이다.그과정에는고독과불안과안타까움과고통이수반될수밖에없다.작품의형식이며시어며비유등이다소낯선것은그와같은면이반영된것이다.그렇지만화자는“당신이오지않으면/아무소용이없는밤”(「섬으로온다」)이라고여기듯이당신과의관계를포기하지않는다.화자는자신의존재성을인식하면서이미당신을향한운동성을걸어놓은것이다.
―맹문재(문학평론가·안양대교수)해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