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태 (박상화 시집)

동태 (박상화 시집)

$9.57
Description
박상화 시인의 첫 시집 『동태』가 [푸른사상 시선 105]로 출간되었다. 시인의 주제의식과 작품들의 표현력은 콘크리트 바닥에 메다꽂아도 끄떡없는 동태처럼 단단하다. 우리 사회의 불의와 모순을 후려갈기는 통쾌함과 소외된 생명들이 한데 모여 숲을 이루려는 연대의식은 그지없이 소중하고도 아름답다.
저자

박상화

(朴橡樺)
1968년서울,첫눈펑펑오던날태어났다.본명은흥열,호는위야(爲野),필명은상화.편의점에서일하고있다.‘뿌림글’동인시집『거대한뿌리』,‘해방글터’동인시집『땅끝에서부르는해방노래』,『다시중심으로』,『하청노동자전태일』발간에함께했다.

목차

ㆍ시인의말

제1부등
동태/등/풍경(風磬)/매화가피면/숲/나무는걷는다/웅덩이/전봇대에게/손걸레질의힘/의자/반달/공짜/결/만둣국/봄눈/사과나무그늘/엽차/비상(飛翔)/나무라하듯이/삼십년

제2부꽃은바닥에서만핀다
나무의사랑/햇살이차려진식탁/마트계산대에서/춘묵(春墨)/꽃은바닥에서만핀다/생의굴뚝에서서/악착(齷齪)/슬픈대문짝/돌멩이/먼지/덫/보도블록/뼈다귀해장국집에서/기다리는사람/나무가뿌리를내릴때/반행목(伴行木)/사당동족발형님과오향장육김치찌개형수님/개미/한사람/약장수/지옥도(地獄圖)/사무직2

제3부하피첩(霞?帖)
할아버지의꽃/하피첩(霞?帖)/그리운거인/엄마생각/봄/빈손/상갓집/소/시래기/가을볕/지게불(佛)/시간의문

제4부지브크레인85호의노래
바다/돌담/고공에서피는꽃/그는/그사람/500일/밀양할머니/고(故)백남기선생님/평화의섬제주강정/굴뚝아래장작/누룩꽃투쟁/부산반빈곤센터윤웅태/부산정관지회/지브크레인85호의노래

ㆍ작품해설:등의시간과화쟁의숲-정우영

출판사 서평

새삼시를다시생각한다.시가뭘까.시는무엇을할수있을까.아무것도할수없을것같기도하고뭐든할수있을것같기도하다.채워야시가되지만비우지않으면사라진다.한편으론무겁고한편으론한없이가볍다.종잡을수없을만큼어지럽다.마성이되순정한삶아니면헛것이다.그런점에서시란,순연한통증들의연속이다.그런데도시인들은이시라는걸붙들고한삶을건너간다.
박상화시인도이와다르지않아보인다.오랫동안시를앓고있는것같다.시를넘겨받기전까지나는박시인을전혀알지못했다.이력을보니과거에한번쯤은서로맞닿았음직하나,내기억에남아있는장면들은없다.따라서현재까지는시만이그와의유일한소통면이다.그래서참자유롭다.눈치보지않아도된다.하지만,그의시가만만치않다는점이나를뒤척이게한다.
(중략)
등은언제나무언가를말하고있지만,우리는그말을알아듣지못한다.알아듣기는커녕등의존재조차무시하고산다.우리는거의매순간앞만보고살아가는것이다.앞을향한채앞면만으로산다고여긴다.등에는별관심조차없다.앞쪽의얼굴과가슴과손과발에만집중한다.어찌등뿐이겠는가.등으로상징되는모든‘등의세계’에무감하다.“어떻게해도손이안닿는곳에/보이지않는곳에/한번도멀어지지않았던/네가”살지만,거기는딴나라,다른시간인것이다.등을잊은나라,등을잊은시간이다.무릇등이존재하지않는나는있을수없으나,등을잊은나는이처럼가능하다.이것이현대이고현대인이며이때문에현대인의비애가생성되는것아닐까싶다.현대인의소외는이런데에서배어나오는것이다.
그런데박상화가바로이‘등’을우리앞으로소환한다.그는등으로세상을읽고등으로세상을본다.등에대한관심을이처럼본격적으로드러낸시인을나는본적이거의없다.등을얘기한다고해도대체로피상적인접근에머물렀다.등짐진자의서글픈생애와그에따른연민쯤을내보였다고할까.
하지만박상화는이에서더깊숙이들어간다.등의시간,등의삶을전면에내세우는것이다.등은사실그늘의영역이기때문에대체로우리의관심밖이다.앞이중심인현대사회에서등이라는그늘에대해누가얼마나눈기울여줄것인가.잘못하다가는공허한메아리이기십상이다.그럼에도불구하고그는열렬히등을설파하며등의시간을살고자한다.시「등」이대표적이지만,얼핏눈에띄는시구절만해도여기저기뻗어있다.
“길은누군가의등”「(꽃은바닥에서만핀다」),“화가나서등에뿔이돋더라도”(「먼지」)“,곧추세워볼일없었던등뼈”「(뼈다귀해장국집에서」),“시든등도쓱쓱쓸어주던것을기억했어”「(시래기」),“굽은등에철탑을지고/동지(同志)에게마실가는밀양할머니”「(밀양할머니」)등등.여기에시「지게불(佛)」까지포함하면가히그를,‘등의시인’이라불러도지나치지않을것같다.
자,그러면이제물어야한다.박상화는왜이렇듯등에마음바치는것일까.시「등」에그이유가밝혀져있다.“소멸하는순간까지/끝내남아뒤를지키는/묵묵한사람들이사회를밀고간다”고그는믿는데,바로이와같은사람들이“얼굴보다/등이더눈에박히는사람”으로그에게는다가온다.이들의등은“꿈을잃고/얼굴을묻고절망할때”조차“표정이되어주는/미덕을지”니고있기때문이다.하지만“등의힘으로먹고사는사람들”대부분은“자신의등이얼마나크고아름다운지/알지못한다.”박상화는이에전달하고싶은것이다.등의사람들과그들의‘등의시간’이펼쳐놓은크고아름다운세계를
(중략)
그의말대로혼자서는숲을이룰수없다.“큰나무혼자서도안되고/앞장선나무혼자서도안된다.”“차비가없어서농성장에오지못하는나무”도데려와야하고,“밥을굶고연대하는바위”도초대해야한다.“피켓을든작은풀도있”어야하고,먼데서함께우는새와“공장에서일하는마음을띄”우는구름도어우러져야한다.그래야숲이다.숲의세상이다.어디이뿐일것인가.“일자리찾아가는냇물들도모여/함께다같이”생명의숨결맞비벼야진정한삶의숲일것이다.
자,그러니이제어쩌겠는가하고그가내게묻는다.당연히함께한다.내등기꺼이내어놓고이땅의분투를해소하는화쟁의숲에들겠다.당신은어떠신가.사람으로살고싶은가.그렇다면당신도등을내어주고그와함께등의시간에올라타시라.현대인들에게남은시간이그리길지는않아보인다.
―정우영(시인)해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