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점을 치는 저녁 (주영국 시집)

새점을 치는 저녁 (주영국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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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새로운 세상을 열망하는 수준 높은 노래들
주영국 시인의 시집 『새점을 치는 저녁』이 〈푸른사상 시선 113〉로 출간되었다. 할머니를 비롯한 가족과 강촌 아재, 길만이 형, 경비원 이씨는 물론이고 갑오농민전쟁을 주도한 김개남, 『사기』를 쓴 사마천, 정치 혁명가 체 게바라 등을 통해 민중의 역사를 노래하고 있다. 백령도, 송정리, 영산강 지류인 극락강, 정읍, 금성산, 북제주 등을 노래한 시편들은 수준 높은 서사와 서정의 직조를 보여주고 있다. 인간 가치와 자연의 이치를 토대로 새로운 세상을 열망하는 시인의 노래들은 인식의 깊이와 아울러 깊은 감동을 전해준다.
저자

주영국

전남신안의섬어의도에서태어나육지의이곳저곳을살았다.2004년13회전태일문학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19회오월문학상과2010년『시와사람』신인상을받았다.공군기상대에서오랫동안하늘과구름을친구삼아날씨보는일을했다.한국작가회의회원과죽란시사회동인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
모든꽃의이름은백일홍이다/정읍지나며/사마천을읽다/체게바라생각/인공눈물/꽃불철공소/검열/밥/건원릉에서/왕을지우다/국제정치학의시/전화위복/경비원이씨/월경(越境)은있다/2036년의지도

제2부
목과(木瓜)/백령도11/백령도12/파장(罷場)/동천(冬天)/활어수족관/노가리/피라미처럼/감꽃지다/잔인한문장/천지장례식장/동물의왕국/숭어잡이/낮술/금성산오르며

제3부
그리운단비/새점을치는저녁/봄이불한채/소한(小寒)/돌아오지마라/라코스테/허방세상낙조/엘콘도르파사/들소/대가의점(·)/떨어진꽃들/북제주에서/봄바람봄나무/무연고32호/산에서온편지를강에서읽다

제4부
상강무렵/형제상봉기념/아내의푸른손/어머니의단층집/망운의설(雪)/태풍전야/오래된집/아버지의도장/길만이형/요단강건너가만나리/물속의집/무화과나무그늘아래/벌초/배롱나무꽃/부고의자리

■작품해설:눈물겨운생존의밥,그리고시-오홍진

시인의말
섬의수장고에서
오래도록불어있었구나
보호하거나가두는곳
활자가되지못한시와
밀가루반죽처럼
나도오래도록그곳에있었다
섬은더깊어질것이지만
우리는이제부터
함께더자유로워지자
물밖으로,
잘가라시들아…

출판사 서평

반혁명세력과싸우려면소총이필요하지만,궁극적으로그소총은먹고사는일을실현하기위한도구에불과했다.소총만도구인게아니다.이념또한그렇다.도구인이념이목적이되어버릴때혁명또한권력을쟁취하기위한도구로변해버린다.시인은“밀림에뜬애기달같은노른자”를보며“경계를서던소년병사의팍팍한/꿈”을상상한다.삶은달걀의노른자는하늘에뜬이념이아니다.소년병사는배불리먹는“팍팍한꿈”을실현하기위해이념이라는이정표를따를뿐이다.소년병사가꾸던그꿈을우리또한마음깊이품고살아왔다.한때는성공한혁명의꿈에부풀어들뜬가슴을주체하지못하기도했지만,그것은봄날신기루처럼덧없이스러졌다.삶은계란을먹으며시인은그들이꿈꾼세상을상상한다.목이멘다.그때그들이꿈을꾸지않았으면지금우리는어떤세상을살고있을까
시인은삶은달걀을먹을때마다끝내반합에담긴삶은달걀을먹지못하고“예수처럼정부군에게죽은게바라의/살고싶던간절한마음을”떠올린다.체게바라는삶은달걀을마음껏먹는삶을살고싶었을것이다.그러려면그는삶은달걀하나도제대로먹지못할혁명상황에몸을던져야했다.동학농민전쟁에나선농민들도그러지않았겠는가.배불리먹는삶을실현하기위해그들은손에손에낫을들고,죽창을들고나섰다.낫을들고,죽창을들어야만배를불릴수있는삶이라는게얼마나서글픈일인가.역사는그렇게흘러왔다.낫과죽창을들어야민중들은그나마제목소리를낼수있었다.권력은이들을‘폭도’니‘빨갱이’니하는말로규정했지만,그들은그에굴하지않고기꺼이낫을휘두르고죽창을휘둘렀다.신식총을쏴대는정부군에맞서장렬히죽어갔다.(중략)
주영국시에는파장이된인생들이이곳저곳에나타난다.지금은별볼일없는인생들이지만,그들은그누구보다열심히삶을살았다.그저열심히살아왔을뿐인데,누구는지금통증에시달리고,또누구는공터에버려진채추억을되씹고있으며,또누구(들)는옥상에앉아몸이아파도헤죽헤죽웃으며허방세상을붙들고있다.아무것도붙들수없는세상이다.통증이심한사내는의사가챙겨준노란알약을바닥에흘리고도모른다.하긴노란알약을먹는다고통증이사라지겠는가.입동의바람을웅크린몸으로받아내는분홍색봄이불한채는어떤가?봄이불에서느껴지던신혼의단꿈은시간이흐르면서차가운바람앞에내몰렸다.저이불을덮고아내와더불어꾸었던봄날의꿈은지금얼마나실현이되었을까?꿈은그저꿈으로남고,추억은그저추억으로남는것이라지만,그것만으로지나간시간을갈무리하는건참으로힘들어보인다.
―오홍진(문학평론가)해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