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보면 올라가고 싶어진다

나무를 보면 올라가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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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자연의 한복판에서 피워낸 아름다운 서정의 꽃
박영욱 작가의 작품집 『나무를 보면 올라가고 싶어진다』가 푸른사상사에서 출간되었다. 우리는 유한한 인간이 가질 수밖에 없는 좌절과 상처에 고뇌하면서도 자연의 한복판에서 들려오는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 등 자연의 소리에 치유되고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그가 노래한 짧은 산문과 시편들은 일상의 피로와 존재의 불안에 지친 몸과 마음을 따스하게 위무해준다.
저자

박영욱

1956년서울에서태어났고,연세대학교에서중문학을전공했다.

목차

■자서(自序)

제1부알수없는인생
금붕어/밤/고독의달/나무/착각/알수없는인생/불사조/나의노래/Autumn…daytime/이십년후/또다른삶/시치미/미망(未忘)/사랑

제2부당신생일
무신론자/세월/문병(問病)/오월…아버지환영(幻影)/당신생일/낮잠/나들이/한해를넘기며/알쏭달쏭/그냥나무를보면올라가고싶었나봅니다

제3부오월…산책
초봄가(歌)/누리장나무/오월…산책/제비꽃/버찌/Summertime/가랑비/낙일(落日)/선물/나비효과/효자동구두/미망(迷妄)/우문(愚問)

제4부반달을보며
아버지/산(山)/물장난/그리움/삶병/어릴적친구들/꿈/추억/새/그리그현악사중주/선생님/향연/봄날의단상/상상과자유/흐린날/고드름/반달을보며

작품해설:시적,혹은산문적자연을통한존재완성_송기한

출판사 서평

박영욱의작품집『나무를보면올라가고싶어진다』는제목에서드러나있는바와같이자연을소재로한것들이다.자연을배경으로한시,혹은자연을의미화하여이를서정의영역으로수용한시를이범주에넣는다고한다면,그는정지용부터시작된우리시사의자연시계보를충실히이은시인이라할수있다.(중략)
박영욱의자연시들은치유의시이고회복의시이다.그의자연시들은상처와결핍에대한대항담론으로서자연을서정화한것이대부분이다.이런면에서그의시들은청록파시인들가운데조지훈의세계와비교적가까운것이라는점에서그의미가있다.잘알려진바와같이청록파의시인들의자연관은그나름의독특한차이점들이있었다.목월의경우는창조된자연을통해서자아의이상을노래하고자했다.창조된자연이기에허구적미메시스에의존했고,호흡은짧게잡았다.박두진의시들은구체적인자연을노래했고,그수평적평화를통해기독교적이상을기원했다.사물에대한디테일과미메시스의충실한반영이야말로박두진시의요체라고할수있을것이다.반면조지훈은나그네의감각을이용하여자연을적극적으로찾아나선경우이다.그런다음시인은그자연과자아가절대적극점지대에서융합되는하나의공동체를발견했다.
자연과자아의절대적융합을지향했다는점에서박영욱의자연시들은조지훈의시와상당한친연성을갖는다.자연과의적극적합일에대한의지등이비교적강렬하게나타나있다는점에서그러하다.시인은이번작품집에율문적양식이갖고있는한계를벌충하기위해산문양식도함께상재했다.시와산문을통해서자신의문학정신을다층적으로드러내고자한것인데,이런시도들은분명박두진적인문학세계에가까운것이다.그러는한편으로시의짧은호흡은또목월의자연시와도닿아있다.그는청록파시인들의장점을하나의장속에서펼쳐보이려는대단한시도를하고있는것인데,이런열정이야말로이책이갖는궁극적의의라고할수있을것이다.
-송기한(문학평론가,대전대교수)작품해설중에서

알수없는인생

알수없는인생아
언제까지나를미몽의마당에던져둘거니?
언젠가는누구에게나슬픔의진수를보여주듯이
나에게도그럴거니?

알수없는인생아
그동안지내온시간속에
나에게도꿈같은시절이있었겠지?

그랬다면아마
‘내가크리스마스트리보다작았던’
유년의한때였을거야

알수없는인생아
그때를추억할때마다
마음에는아름다운무지개가떠오르지

그렇지만잠시뿐이야
무지개는금세언덕아래로사라져버려
누구에게나그렇겠지?
알수없는인생아
볕이좋은날만나서꼭가르쳐줘
숫제지금단박에말해주는것도괜찮아

알수없는인생아
정말로알고싶구나

인생이란
말로는말할수없는
애저녁에느닷없는것이었니?


그냥나무를보면올라가고싶었나봅니다

어릴적부터혼자놀다가나무를보게되면
궁뎅이쭉뽑고굵은가지골라잡으며
스극스극올라가길좋아했었어요

아지랑이속살거리는봄날이오면
팽그르르홀려서
우물가옆벚나무를자주찾았었구요

살랑거리며바람불던어느날늦은무렵
느티나무높은곳까지올라갔다가
쿨커덕겁이나서
눈꽉감고는한참동안매달려있었네요

쓰르라미소리촬촬온군데울려퍼지는여름날에
나도모르게앞산으로들어가
나무늘보처럼느윗느윗나무를타며
쓰르라미소리그칠때까지놀기도했었어요

상수리나무.뽕나무.밤나무…
이나무저나무
많이도오르내렸어요

오르기전나무밑에서올려다볼때나
타고올라나무위에서내려다볼때나
무슨생각을했었는지
무슨마음으로그랬었는지
지금도알아지질않아요

그냥나무를보면올라가고싶었나봅니다.

‘자서(自序)’중에서
산밑에살아서보통저녁시간에동네산책을하는데오늘은아침에올라갔다.산중턱쯤에이르러계곡의맑은물에혀를대본다.차가운감촉이새롭다.약수터부근,누리장나무의진한내음이코끝으로다가온다.누린냄새가별로좋지않다하여누리장나무라하였다는데나는그은근한냄새가좋아서일부러가지를당겨잎사귀에코를들이대어보았다.늘돌밑에깔려서살고있는듯했던우울한기분이누릿한냄새와함께말끔히사라지는것같다.
자연의인간에대한구원자적요소는자신의존재를잊어버리게하는데있다고하던데,누리장의냄새에그누군가의말뜻을알것같다.
이시간에누군가나에게무엇때문에살아가고있느냐고물어온다면단박에“누리장나무때문이야요”할것같다.
언젠가누리장나무잎새의윤기나흰꽃향기에둔감해질줄도모르면서그렇게선뜻대답하리라. (「누리장나무」,60~6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