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세계 (유국환 시집)

고요한 세계 (유국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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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역사의 대지 위에 펼쳐진 견고한 시편들
유국환 시인의 첫 시집 『고요한 세계』가 〈푸른사상 시선 156〉으로 출간되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소박한 삶의 모습을 바라보는 데서 나아가 동학혁명, 4ㆍ3항쟁, 5·18민주항쟁 등 한국 근대사를 따라가는 시인의 역사의식과 연대 의지는 고통받아온 민중들의 아픔을 견고하게 감싸 안는다.
저자

유국환

부산에서고등학교까지나왔고,서울대학교국어국문학과에서공부했다.2020년5ㆍ18문학상신인상과『푸른사상』신인문학상을받으며오랫동안꿈꾸었던시인이되었다.현재는창작에힘을쏟고있으며대학에출강하고있다.

목차

제1부
도보여행/내마음에돌섬하나있어/동심원/혼밥/나른한오후/설날새벽에/견고한기억/가리비껍데기/아포고모/깜장고무신/아버지의녹/호국원가는길/텃밭가는길/아내에게/별리(別離)

제2부
유월에터지는방죽/북한강에서/꿈꾸는을숙도/은모래의전언(傳言)/갈맷길을걸으며/느티나무/겨울원미산/그믐달/젊은귀향농부의독백/오랜거짓말/텃밭에서1/텃밭에서2/시시포스가걷는길/늦된오이의소지(燒紙)/민달팽이

제3부
뭍으로간망상어/바람이머물렀다간자리/여름의끝/CCTV의증언/박카스병/소주한잔/시간강사Y씨의하루/유성생식하는0과1/복사골감자탕/역곡바게트/그림으로남은엄니/온금동꼭대기빈집/옛날옛적몰운대에는/깊어가는섬진강/낙지초무침아짐씨

제4부
부활하는집강소/어긔야어강됴리/당신과내가기다리는날/용머리해안에부는바람/하귀리가는길/영모원(英慕園)에부쳐/세화바다에와서는/항파두리성에핀풀꽃/고요한세계/오월의바람/영실(營實)/바다로가는길/진달래동산/모래밭에묻은이름/촘항속의개구리

작품해설:소란하길바라는『고요한세계』-이명찬

출판사 서평

작품세계

그의젊은날의시쓰기가사적(私的)이거나가족적인성취를위한도구가아니라대동세상을꿈꾸는민중주의적열망을가꾸는무기였음을알겠다.그랬던그가세상사람들은그만두고“사랑하는이들의어깨에얹힌짐”(「견고한기억」)부터걷어내겠다는핑계를대고끝내등돌리고말았던사실을떠올려보면,당시그의시쓰기라는살로겨눈과녁이보통은훨씬넘어서는수준의공포에닿아있었으리라짐작된다.그리고예의저「이인모」에와서야비로소,자신이가졌던‘푸른사상’의밑바닥에도서관6층에서투신했던김태훈열사의죽음이가로놓여있었음을무심한듯툭고백한다.(중략)
그의탐색은이제두가지경로를밟는다.그중하나가시간의종축을따라자기시가가닿아야할역사적근원을확인하려는노력이다.두번째는시간여행에서얻은인식을바탕으로내가족을넘어이웃의목숨가진모든것들에로관심을확산하는횡단탐색에해당한다.
그의종단여행이아버지와어머니,고모,아내와같은가족들과의관계탐색으로부터시작되는것은그만큼자연스러운일이다.이탐색을통해그는,자기를시대앞에비겁한가장(家長)되는길로일찍내몰아자주대들었던아버지의무능이사실은아버지시대의것이었음을,가족의신산과고통이한가족만의문제가아니라그시절을살아낸모든가족들의공동문젯거리였음을확인하려한다.시「아버지의녹」「호국원가는길」에서아버지와화해를한그가,「깜장고무신」을통해우리시대모든아버지의‘깜장고무신’을부끄러움없이납득하게되는과정이정겹다.
아버지에게서장인,그리고모든아버지들에게로연민의감정을점점넓혀간끝에「아포고모」「텃밭가는길」의어머니,「아내에게」의아내등을보듬어,가족이되가족을넘는단위까지를불러내는단계로나아간다.그리고는「나른한오후」나「여름의끝」을통해,산업화가훼손해버린,도회로쫓겨오기전의건강한삶의양태를잠깐복원하기도하고「설날새벽에」를통해민족의가난한하루를오버랩시키기도한다.
아버지의아버지,그리고그아버지의아버지(「도보여행」)를통해유전되어내려온가난의역사를추적하던끝에그는「고요한세계」로만나는5·18,「촘항속의개구리」「하귀리가는길」「영모원에부쳐」와같은4·3의흔적을붙들기도한다.그러다가마침내「부활하는집강소」「어긔야어강됴리」에이르러동학농민운동의발발과좌절이야말로이땅민중,민족모순의기원이자뿌리라는점을확인하기에이른다.특히「촘항속의개구리」나「어긔야어강됴리」는4·3의참상이나동학운동의좌절이라는주제를그동네말로새롭게구성하여보여주는수작이라는점에서주목에값한다.
-이명찬(문학평론가ㆍ덕성여대교수)작품해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