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그늘 (조용환 시집)

목련 그늘 (조용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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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하얀 목련꽃을 바라보며 사유하는 삶의 정경

조용환 시인의 시집 『목련 그늘』이 〈푸른사상 시선 159〉로 출간되었다. 하얀 꽃을 피워냈다가 까맣게 저무는 목련의 그늘에서 시인은 삶의 의미를 사유하고 있다. 전 세계를 강타한 팬데믹 상황에 마스크가 필수품이 된 일상을 힘들게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분투와 몸부림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하는 것이다.
저자

조용환

1998년『시와사람』신인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뿌리깊은몸』『숲으로돌아가는마네킹』『냉장고속의풀밭』이있다.

목차

제1부경계인간
나는야만인이다/복숭아뼈를위하여/아라리요/아파트까치/이방인의노래/길밥의형식/별들의노래/바코드찍힌무지개/마트에가면나는,/텔레비전/입춘근처/미뢰(味?)/은박지별/비닐꽃/단풍근처/오래된주소/옥상에서나는,내이름을불러주었다/그늘한채

제2부마스크인간
개밥바라기/거미를위하여/너는비명을지르지않는다/다만섣부른봄/나의아라비안나이트/스티로폼서정/어둠속의당구/비둘기묘지/간이역/누구나보여주고픈눈물이있다/애완(愛玩)/소설을읽는밤/마스크나무/영안실에서/누가방을어둡게하는가/그해겨울은몹시도추웠네/거짓말로평생을살았다/고물신전(古物神殿)

제3부초록아가
아늬/첫,/홍소를터뜨려서,/좋은얼굴/그래도살아간다는것/야생의남쪽/물꽃을위하여/물꽃을얻어다가누구에게바칠까,하고생각해보는저녁/십리허(十里許)/목련그늘/겹꽃/아문자국/회(回)/엄동/사유사(思有邪)/겨울나무를위하여/초록아가/초록서시

작품해설:‘이방인?시인’의운명,세계의어둠속신생의‘과정’을거치는-고명철

출판사 서평

전세계를엄습한팬데믹의충격과두려움속에서사회적거리두기를비롯한각종방역조치는일상의풍경과리듬에급격한변화를가져왔다.지금까지아무런불편없이누려왔고유지했던낯익은사회적관계들에심각한균열과파열음이들리기시작했다.그리하여새로운사회적형식의관계들이아주빠른속도로기존관계들을보완하고,심지어대체하려는움직임들마저보이고있다.분명,이번팬데믹을경계로인간의삶이이전과달라질것이라는점은의심할여지가없는듯하다.그래서일까.조용환의이번시집『목련그늘』에서주목해야할심상은시적주체자신에대한도저한부정을바탕으로한,세계에대한전면적쇄신을향한자기존재의기투(企投)로서신생의세계를향한시적정동(情動)이다.(중략)
이번시집의표제작이기도한「목련그늘」은절창이다.하얗게핀목련꽃이시들어가는과정을생명이소멸해가는절명의슬픔일변도로노래하지않는다.생의빛나는순간이시나브로꺼져들어감으로써죽어가는것이지닌생의공허함에초점을맞추는비장미를환기시키지않는다.대신,시인은목련꽃이피어있을때목련꽃과관계를맺었던“강물”,“참새떼”,“소나기치던마을”에존재하는모든것들과의소중하고아름다운순간을‘목련그늘’에서감각한다.그리고무엇보다“저무는것들이옹기종기모여/첫울음으로지는때에/거기적막이더해져야/다시눈부신초록을얻는거”란시적통찰에서헤아릴수있듯,지는목련꽃이우주적소멸의과정을거쳐야만다시신생의환희의순간을맞이할수있고,그래서‘초록’으로표상되는새생명을만끽할수있다는,뭇존재가지닌생의비의적아름다움을온몸으로감지한다.그러므로조용환시인에게중요한것은신생과갱신그자체가아니라,신생과갱신에이르는매순간의경이로운‘과정’의신비다.
-고명철(문학평론가·광운대교수)작품해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