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에 아흔아홉 번

천년에 아흔아홉 번

$11.29
Description
시간의 빛깔과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빛의 꿈

김려원 시인의 첫 시집 『천년에 아흔아홉 번』이 〈푸른사상 시선 163〉으로 출간되었다. 굴곡진 세계의 주름에 미끄러지거나 좌절하지 않고 시간의 빛깔을 향해 나아간다. 자연과 세상 존재들의 면면을 사유하는 시인은 단단하고도 섬세한 서정의 노래를 부른다.
저자

김려원

출간작으로『천년에아흔아홉번』등이있다.

목차

제1부새벽은이마가희다
폴리혼방/사진의뒷면/애월의얼룩/머리칼/현호색풀밭/시시각각메니에르/넘어진나비/꽃망울/꽁치뼈를발라내는3인칭/우는소/사이프러스나무곁에서/소금의온도/아버지가이상하다/하늘정원/가슴없는사람

제2부노란이녹는정오께
포지션/귤이파란을버릴때/후박/모과의방-가시내/모과의방-사내/모과의방-가시내와사내/실수의모양/금빛당신과나와아기와/사각사각통증학/손가락으로만월을클릭/달려라사과/불연성분리수거/건너뛰기/노란이다녹은거니?/한권의당신

제3부이저녁의보랏빛
봉지의수다/라일,락/비를발음하는괘/옆구리는시리다/바이크릴수선집/지루한핑크/물론,물구나무/짐승두짝/질투라는계절/꽃말의자/보라/슈거/먼사람/앨리스의빗소리/헤르페스프로그래밍/지구알약/그날의외출복/사이사이의커튼

제4부밤11시,에메랄드그린침대
감나무화단/어제의표정/책상제국/맨발을크로키하는11시11분/자기표절/봄의유서/송곳아포리즘/울음첩첩/시침없는벽시계/따끔따끔박차/굳은살/느티나무적막/철수형과꼭짓점/식물성불면/물의영법/달빛의자/잠입

작품해설:빛의꿈이펼치는풍경으로의시-이병국

출판사 서평

시인은빛의꿈을꾼다.빛의기원을찾아새벽에귀를열기도하고발끝에불시착한어느생애를머뭇거리기도한다.‘시인의말’에얼비치는빛의색들은시집의각부의토대가되어활자를매만지며삶의기척을예민하게감각하는한편으로균열을은폐한기만적세계속에서슬픔을체화한이미지로우리눈앞에그려진다.길들여짐,혹은깃들임,부정과긍정이상호교차하면서이루어지는김려원시인의시편들은겉으로드러나는얼굴,그배면에침잠해있는그늘을“이슥도록펼쳐놓는무릇”(「느티나무적막」)의빛으로길어올린다.
이빛을마주한우리는옥타비오파스가말한것처럼시인과함께독자의자리에서시라는불꽃을일으킨다.그럼으로써불꽃은붉고푸르고하얀,더나아가투명한색으로나아갈수있게된다.그것은시를쓰는층위에서시를향유하는층위로의자리옮김이자그자체로또다른시적작업의수행이되어지속적인성찰을가능케한다.세계를사는존재의사유를탐구하는데중요한기점이되는시라는장소는그리간단하게정리될수없겠으나우리가감지하는시인의시간으로말미암아일정한소격효과를만들어내며치열한삶의현장을경험하도록이끈다.자기관조적인성찰의언어에몸을싣고은유적수행이상상하는실재의뒤편에서은근히발하는빛의꿈과조우하는일은그것만으로도특별한성취로다가온다.
이것은김려원시인의첫시집『천년에아흔아홉번』을읽고난후인상을직조한이미지이지만시집에‘잠입’하여읽게될시편들을관성에기대어판단하지않으려는한독자의내밀에닿아있다고할수있다.우리는언제나특정한대상을마주하면서그대상과관계맺는세계를총체적으로보지않고‘나’와‘너’의이자관계에치우쳐판단하려는오류를범하곤한다.이는겉으로드러나는것만을취하며뒷면을보지않으려는회피의유혹에휩쓸리기때문이다.(중략)시는그러한우리의일반적인관념체계를전복시키며고통의향유를통해전면적인반성을모색하도록한다.이를위해요구되는것은세계를감각하는시적주체내면의단단함이다.시적주체,혹은화자가경험하는세계가아무리폭력적이고위압적일지라도그것과마주한주체의단단함으로쌓고연결하는의미의구체성이존재의취약성으로부터우리를다른자리에설수있게손내밀기때문이기도하다.김려원시인이내민저손의단단함이란시인이그려낸시간의빛깔과그것을향해나아가는빛의꿈,그한축에존재하는것일테다.
-이병국(시인,문학평론가)작품해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