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말최고의무장으로서평생전장을누비며나라와백성을위해몸바쳐싸웠던최영장군의불꽃처럼치열했던삶이김희원작가의장편소설『붉은무덤』에재현된다.원의간섭이극에달하고민심은흉흉했던혼란한시대,자주독립을꿈꾸던공민왕을보필하면서고국을위협하는왜구와홍건적을격퇴하고,전국각처의반란을평정하며흔들리는나라의운명을끝까지지켜낸최영장군은우리역사에길이남아야할또한명의위인이다.불세출의영웅을낳은고장이자김희원작가의고향이기도한충청남도홍주(홍성),그고장의우직하고도넉넉한자연의풍광과범상치않은기운그리고예로부터전해져온전설까지어우러져탄생한한장군의일대기가이책에펼쳐진다.
대대로문신을배출했던가문에서태어났으나최영은어려서부터기골이장대하고용맹스러웠으며무예에소질을보였다.고려연안에출몰하는왜구를진압하는데혁혁한공을세우면서두각을나타낸그는원의간섭에서벗어나자주국가의기틀을세우기를꿈꾸는개혁군주공민왕으로부터신임을얻게된다.북으로는홍건적을,남으로는왜구를물리치는데온힘을다하며최영은공민왕과함께고려의부흥을꿈꾸었다.그러나오랫동안이어진원나라의지배로국운은기울대로기울었으며,친원파를제거하고내정개혁을꾀했던공민왕은노국대장공주가죽은이후로절망에빠져혼군이된다.최영은공민왕의뒤를이은우왕을옹위하면서원명교체기의혼란기에고려의정체성을지키기위해고군분투하고요동정벌을계획하지만,시대의흐름은그의편이아니었고,위화도회군으로정권을잡은이성계일파에게패배한최영은고려의사직과함께역사속으로산화하고말았다.
“황금보기를돌같이하라”라는명언을남겼을정도로,최영장군은사욕을탐하지않는강직한무인이었다.피와살을가르는참혹한전쟁터에서는물러섬없이수많은외적을물리쳤고,조정에서는바른정치를펼치기위해노력했다.작가는“유구한시간이흘렀지만오늘도홍주인들은금마총앞에서당신을그리며항상기다리고있다”고말한다.홍주(홍성)사람뿐만아니라이작품을통해최영장군의소망과열정을각인하게된이들이라면모두그의이름을기억하게될것이다.
작가의말
누군가그랬습니다.
인간은누구나자신이태어난땅의냄새를따라회귀(回歸)한다고.
우연일까,필연일까.
지금도홍주어딘가에머물고계실그분최영장군,그리고낯선도시에서흔적도없이한점바람처럼떠돌다사라질나의몸이기억하는홍주.그사이로긴강이흐르고있었습니다.
소설은인연과인과의산물이라고.하지만최영(崔瑩)이란역사적거대한성(城)앞에서도무지엄두가나지않았습니다.막막했지요.이리가도저리가도장군의실체는커녕그림자조차보이지않았습니다.오직무심한시간만강물처럼속절없이흘러가고있었습니다.
저는밤이고낮이고마치그리운먼옛날을찾아가는방랑자의누더기행색으로장군을부르며홍주어딘가를허기가진채정처없이헤매고다녔지요.참담하고안타까운슬픈시간들이또그렇게마냥흘러갔습니다.
소설을써보겠다고,설익은광기가아닐까?이미익히알고있는역사적사실을이야기로엮는그자체가,어설프고헛된꿈이자설익은광기같았습니다.암담하고비루(悲淚)한순간순간맥없이허공만바라보았지요.마치요동정벌을꿈꾸시고위화도회군의고통앞에서울지도못하시던당신처럼.(중략)
숨이막히고깜깜한긴터널을이제겨우막빠져나온것같습니다.한없이부족하지만‘붉은무덤’을통해역사적영웅최영과홍주(현,홍성)라는고을이모든분께기억되기를곡진한마음으로소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