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올해의 문제소설 : 현대 문학교수 350명이 뽑은

2023 올해의 문제소설 : 현대 문학교수 350명이 뽑은

$20.62
저자

한국현대소설학회

저자:한국현대소설학회
현대소설분야를전공하면서‘한국의현대소설’을강의하고있는교수들을중심으로결성된연구학회이다.이학술단체는현대소설을연구하고자료를발굴·정리하며연구결과의평가를통해이론을정립,한국현대소설연구의새로운방향을제시하는것을목적으로하고있다.

목차

·책머리에

김기태|전조등
    [작품해설]안온한일상이라는전조등이꺼진순간들_최혜림
김멜라|지하철은왜샛별인가
    [작품해설]지하철의갈대와바위에관한디지털민속학_김건형
김병운|세월은우리에게어울려
    [작품해설]박탈당한미래를탈환하는길_김보경
김본|슬픔은자라지않는다
    [작품해설]삶을선택하는일_조연정
김애란|홈파티
    [작품해설]우리는무대밖으로나갈수있을까_강도희
김이숲|관객
    [작품해설]뽀로로변기위에앉아생각하는사람_노대원
김채원|서울오아시스
    [작품해설]‘외’로운사람들_노태훈
성혜령|버섯농장
    [작품해설]부조리한현실을내파하는착한사람의잔혹극_오창은
이서수|젊은근희의행진
    [작품해설]시대의조건,믿음의조건_김미정
이희주|천사와황새
    [작품해설]아름다움을번식하기_인아영
정영수|일몰을걷는일
    [작품해설]이야기없는자의슬픔_문예지
현호정|연필샌드위치
    [작품해설]글쓰기의기만,혹은작가의탄생_김종욱

출판사 서평

매년문예지에발표된소설가운데문제작을선정하고그의미를새롭게조명해온『올해의문제소설』은우리소설이이룬성과를정리하고흐름을읽어내는데기여하고있다.이번『2023올해의문제소설』역시지난한해동안발표된중·단편소설중우리삶과사회에대한근원적인탐색이돋보이고다양한주제의식을보여주는열두편의작품을골라엮었다.한국문학에감지되는새로운목소리와움직임을포착하고그흐름을정리한다는데서한국문학의현재를확인하는가장탁월한선택이될것이다.한국현대소설을연구하고가르치는대학교수들이직접선정하고해설하여독자들에게풍요로운독서체험을선사한다.

전세계적으로유례없는기후위기와재해가격화되고있으며,정치·경제적인불안에내몰려져있는우리사회는커다란위기와도전에직면해있다.분열과반목,차별은더욱심화하고있으며소수자들이설자리는더욱위태롭기만하다.이시점에퀴어서사,소외된이웃을카메라로담는프로젝트를통해던지는재현의윤리와당사자성,계급문제,불투명한미래의청년세대문제등을선보인작품들이주목된다.열두명작가들은들끓는시대의한복판을살아가며우리가맞닥뜨린현실에끊임없이질문을던진다.희망의연대를구축함으로써더나은미래를그려내고있는것이다.

책속에서

『올해의문제소설』은제도권의문학상심사와달리한국문학을전공하는젊은연구자들이긴호흡으로작품을읽고논의하는것이가장큰특징이다.이를통해한국문학에서감지되는새로운목소리와움직임을포착하고작가의후광이나이력을떠나문학적성취를선정의기준으로삼는다.그러므로2023년한국문학의‘현재’를확인하고싶다면『올해의문제소설』이가장탁월한선택이될것이다.

그렇지않았던적이드물지만문학은다시한번커다란위기와도전에직면해있다.세계는알수없는곳으로향하고있고기후위기와재해는더욱가시화되고있으며분열과반목은여전히심각하다.한국사회는정치적으로도경제적으로도불안에내몰려져있고참사와비극의공포도엄존하고있다.세계적으로도유례가없는인구절벽이실현되고있으며소수자들의설자리는오히려더위태로워지고있기도하다.이럴때문학이,소설이어떤역할을할수있을까.무기력함이나허무에빠지지않고불의와부당함에맞서싸우면서,동시에희망의연대를구축하면서더나은미래를향해갈수있는힘을문학은가지고있을까.

여기실려있는소설들이그질문에대한답이라고말할수는없겠지만하나의가능성으로는충분하리라생각한다.지금-여기의한국소설을통해그이전의삶으로는결코돌아갈수없는‘문학적경험’을할수있기를고대한다.
---「책머리에」중에서

그는“나다운게뭔데!나다운게뭐냐고!”라고소리내보고큭큭웃었다.그것또한언젠가본드라마주인공을흉내낸것이었으므로그는다시큭큭웃었다.그리고자기다운게뭔지생각하다자기답게사는게지겨워졌다.
---「김기태_전조등」중에서

전과비교하면잡상인이나성추행범은줄어들었고열차내부도세련되고깨끗해졌지만,보이지않는살기가지하철을앞으로나가지못하게했다.그소리없는인간의감정은사라지지않고남아흔적을쌓아갔다.저퀴의지독한타액에신체가손상되면서도잡귀들은인간을원망하지않았다.보이지않는마음으로누구를좀미워한다고해서그게큰잘못인가?
---「김멜라_지하철은왜샛별인가」중에서

나를죽게한건병이아니고사람이었다는걸.그러니나를살게할수있는것도약이아니고사람이라는걸.오늘장희군한테이말을꼭해주고싶었어요.삼촌은절대로부끄러운삶을살지않았다고.곁에있는사람을하루라도더살고싶게만드는사람이삼촌이었고,그래서내가이렇게지금도잘지내고있다고.
---「김병운_세월은우리에게어울려」중에서

신이뭔가를점지하는것같기도하고,레이저포인터로교사의이마를쏘는남학생의짓궂은장난같기도한햇살에도폭탄은평화롭게우엉차를홀짝거렸다.모두의시선이집중된가운데천천히찻잔을내려놓은그애가마침내입을열었다.
“나폭탄이야.”
---「김본_슬픔은자라지않는다」중에서

이연은지금도소설이나연극,드라마에서주인공이너무행복한표정을지을때면,사랑이나어떤성취혹은명예앞에서너무벅찬감정을표할때면어김없이‘저사람곧저걸잃어버리겠구나’예감하곤했다.이연은오대표의눈을빤히바라보다어떤주문을외듯,마치지금자신이처한상황과사랑에빠진사람처럼,그사랑을어서잃고싶어하는연인처럼달뜬목소리로말했다.
---「김애란_홈파티」중에서

“이거봐.누리야,예술은사람들의마음을흔들수있어.영상은특히더그래.리얼하게보여주니까.사람들의관심이커지면가난하게사는사람도줄어들거야.”
고개를숙이고진영의말을듣고있던누리가의아한표정으로진영을보며입을열었다.
“근데……가난한사람들이많은게,가난한사람이어떻게사는지를……사람들이몰라서예요?”
---「김이숲_관객」중에서

엄마는편지를쓰거나밥을먹을때를제외하고는양손을그렇게마음대로움직일수도없었다.남을괴롭히거나자살을할수도있으니까.그게아니고.남을괴롭히기도하고자살을할수도있으니까.이것들을엄마도알고있을거였다.
---「김채원_서울오아시스」중에서

기진은혼자말하고있는진화를바라봤다.진화는기진을보지않고남자를줄곧보고있었다.진화가골프채를들고남자에게다가갔다.그리고폼을잡고남자의머리를가볍게쳤다.스윙이크지도않았는데푹,하고무언가꺼지는듯한둔탁한소리가났다.피는튀지않았다.한번,쳐보고싶었어.진화가말했다.
---「성혜령_버섯농장」중에서

어쩌면가장진화한형태의생물은아메바인지도모른다.모든거추장스러운것들을벗어던진존재,핍박과식민지가무언지모르는존재,생을가장단순하고솔직하게설계한존재,그게아메바인지도모른다고.하지만그런상태로이세계에서균형감각을유지하며살아가기는쉽지않을것이다.
---「이서수_젊은근희의행진」중에서

줄줄이늘어선기계알들에호스로영양이공급되지않더라도이곳은미래였다.일단21세기이고,1984,1999,2000,2012같은중요한년도도지났고,창문밖에는천사,아니상공에출현한인면부유체가있고,남자인유리가임신한걸보면그런것같았다.
---「이희주_천사와황새」중에서

“기억나는건무엇이든지요.”그녀는아마말로하는것보다글로쓰는편이좀더쉬울거라고생각했을것이다.그는글을쓰는것이직업인사람이었고,그녀또한그사실을들어알고있었으니까.아직그녀에게언제부터인지글쓰기가그에게결코쉽지않은일,거의공포스러운일이되었다는이야기를하지않은탓이었다.
---「정영수_일몰을걷는일」중에서

꿈에연필로샌드위치를만들어먹었다.그것이꿈의규칙이었다.두장의식빵사이에연필들을빽빽하게끼워먹을것.그밖에,그러니까연필외에양상추따위다른재료들의활용은자유였다.예컨대마요네즈소스와토마토의신맛으로연필의연필맛을덮어눌러도됐다.덮어누를수있다면.
---「현호정_연필샌드위치」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