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하나가 등대처럼 - 푸른사상 시선 174

촛불 하나가 등대처럼 - 푸른사상 시선 174

$12.00
Description
강파른 삶의 현장에서 캐낸 인생의 금언
윤기묵 시인의 시집 『촛불 하나가 등대처럼』이 〈푸른사상 시선 174〉로 출간되었다. 윤기묵 시집은 이기적 개인주의를 옹호하는 자본주의와 반역사적 폭력으로 인해 파편화된 개인을 깊게 들여다봄으로써 공동체 가치를 새롭게 인식한다. 시인이 강파른 삶의 현장에서 길어 올린 사랑의 시편들은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을 등대처럼 밝혀준다.

저자

윤기묵

1961년남원보절에서태어나서울,김포등지에서살다가지금은정선예미에일터와삶터를꾸리고잼과맥주를빚으며살고있다.2004년계간『시평』에시와산문을발표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시집으로『역사를외다』,『외로운사람은착하다』등이있다.

시인은‘역사를공부하며시를쓰는식품기술자’라고자신을소개한다.지난시간의대부분을그분야의책을읽고글을쓰고노동을하며살았다...

목차

제1부천국의서비스
이제거의다왔다/하늘을본다/천국의서비스/피었으므로진다/발치보단존치치과/악력(握力)/바람의공양/수행소믈리에/사진찍을나이/내가된다는것/강물되어강물이되어/가을아침/추암/만항재/잠버릇

제2부그사내만웃고있네
그사내만웃고있네/장기판/에콜로지선생님/땅에떨어진밀알/이게나라냐/유일한나라/민도(民度)/눈높이/술주정의정의/파생/왕릉뷰아파트/청구동/전쟁은미친짓이다/소나무/때는오지않는다

제3부역사의쓸모
역사의쓸모/피난선/뼝대/어수리나물밥/규간(規諫)/편지/금고/누군가온다/핸드폰손전등을켜고/넥타이/금연단상/무게/우리동네/미소/엽과비(葉果比)

제4부인생재발급
달력/기억의변증법/노인들의수다/몸살/신음소리/빈대떡/어떤위로/아픈눈으로보는세상/오줌을누다가/지금이좋은때/딸꾹질/아내의봉투/조강물참/인생재발급/책을사면

작품해설:타자지향의깨어있는시선들-정연수

출판사 서평

작품세계

스토아학파는운율외에도‘지혜로운사고’를시의미적형식으로보았다.이를계승한호라티우스는시가즐거움과유용성을지녀야한다고여겼다.즐거움과유용성에대한해석은다양할수있으나고대-중세-근대미학을거쳐오늘에이르기까지시적미학의본질은크게달라지지않았다.심리학이강화되는오늘날엔시의치유효능에관한연구도활발한데,마음에위안을주는시의가치는즐거움과유용성의합치점으로도볼수있겠다.윤기묵의시에서는자본주의와문명이빚은파편화된개인들을치유하는대안의본질을담고있다.시집『촛불하나가등대처럼』에수록한작품들은‘사람-사람이이루는사회’,‘시간-시간이빚은역사’,‘장소-사회의구체적역동성을지닌장소성’을근간으로한다.다양한시적모티프가‘사람-시간-장소’를용해하면서타자윤리학의휴머니즘을지향한다.(중략)

이번시집에는사람의마음을먼저읽는온기,사람사이의관계를잇는힘,사람이이루는사회의본질등이다양한이야기를통해전개되고있다.“그래도당신손만은꼭잡아주고싶어/나의악력은그손놓지않는힘이라하겠네”(「악력」)같은말랑말랑한감성은사람의마음을잡으려는손의힘이다.타자를향하는악력은이인칭‘당신’에서삼인칭으로확대하여사회를이루면서타자윤리학의길은확장된다.“부치는사람이행복해야빗소리처럼들린다고/남편은빙그레웃으며고개를끄덕였다/빈대떡을뒤집어가며부치듯세상도/자주뒤집어야골고루행복한세상되겠다”(「빈대떡」)라는일상의고백을보면,윤기묵이지향하는세상이어떤곳인지선명하게드러난다.‘골고루행복한세상’을위해타자지향의마음이생기고,“낮은곳으로흐르는물길만이/다같이살길임을알고있었다”(「내가된다는것」)처럼아래로흐르는물길의실천이나오는것이다.

-정연수(시인·문학박사)해설중에서

작가의말

30년도더된헌책을샀다
책제목이‘예수라는사나이’다
책장을넘기는데여백마다메모가빼곡하다
메모를몇줄읽다가
본문보다메모가더눈에밟혀책을샀다

책방주인은가격이없는책이라했다
20년넘게자리만차지한책이라
먼지값만내면된다고했다
먼지값은손님이알아서내라는의미
참어려운책을샀다

열심히메모한사람은어떤사람이었을까
어디까지믿어야할지모르겠다며
믿을수없으니까종교가아니냐며
푸념하듯낙서하듯그래도밑줄을그어가며
반듯하게자기마음을고백한사람

왜그마음을헌책방에팔았을까
읽고고백했으니이제자기것이아니라는걸까
책은지은사람의것이아니라
읽은사람의것이라는데
지은사람도읽은사람도그누구것도아닌

30년도더된헌책을샀다
책제목이‘예수라는사나이’다.
책장을넘기는데책갈피마다내가있었다
밥값을아껴시집을샀던그젊은이는
헌책한권으로30년세월을샀다

책속에서

하늘을본다

더이상물러설곳이없는사람들은
뒤를돌아다보지않는다
하늘을본다
하늘의푸르름과눈부심을본다
그리고하늘과가까워지기위해
여기까지왔다고생각한다

더이상물러설곳이없는사람들은
사실돌아갈곳도없다
하늘은그런사람들의마음을안다
마지막일지도모를우러름을위해
생의여백을눈부심으로채운다
세상의공백을푸르름으로채운다

추암

능파대촛대바위근처에서
딸둘이엄마와사진을찍었다
살아서마지막으로함께찍은사진이었다
사진속엄마를영정사진으로모신두딸은
추암바다에서그리운엄마를보내드렸다
한해지나그바다에다시가서
엄마를닮은하얀국화몇송이를파도에띄웠다

파도를능가한다고하여능파대라불린바다였다
죽음도능가하게해달라고빌었다
파도위를걷는
미인의아름다운걸음걸이뜻하는바다였다
영정사진속엄마가그바다를걷고있었다
국화는한참을추암에머물다먼바다로흘러갔다
촛대바위에작은촛불하나가등대처럼켜있었다

누군가온다

산에큰불이났다

산불은처음엔나무를태우지만
이내생태계숲을태우고
문명의대지를태운다
다타버려재만남은산과대지는
황량한사막이되기도하고
다시울창한숲이되기도하는데

그차이는단지바람이불어간흔적이다

흔적도없이사라지면사막이되고
세월이지나갈길이라도남겨놓으면
그길을따라분명히누군가온다
이천년을맨발로걸어온
세월의발자국따라
당신이온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