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을 꺾어 슬픔을 죽이다 - 푸른사상 시선 175

목을 꺾어 슬픔을 죽이다 - 푸른사상 시선 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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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외롭고 서글픈 정념이 짙게 배어든 시편들
김이하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목을 꺾어 슬픔을 죽이다』가 〈푸른사상 시선 175〉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고독과 처연한 슬픔을 특유의 낙천적인 힘으로 견뎌내면서 우리 시대 민중들의 삶의 질곡을 기록하고 있다. 서글픈 정념과 애수가 짙게 밴 시편들은 독자들에게 진한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저자

김이하

1959년전북진안에서태어났다.1989년『동양문학』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내가슴에서날아간UFO』『타박타박』『춘정,火』『눈물에금이갔다』『그냥,그래』가있다.사진전〈병신무란하야祭〉〈씨앗페〉에참가했고,〈시인이만난사람들〉〈홍제천〉등의개인전을열었다.

목차

제1부그립다,그리다만삶이여
꺾자/그리다사라지다/예순번째겨울/늙은집/목을꺾어슬픔을죽이다/슬픔의지도/가만히늙어가다/기도(企圖)/정신머리라는게/그날은머지않다/겨울오후에/그저녁의흔적/멀거니/퇴(退)를놓다/엔드크레딧도없이/코로나19,이후의나날/적막한생활

제2부환한봄한나절
민들레어머니/바우백이이야기/어느겨울밤/개망초·1/삵이엄마/마지막선물/감잣국맛/잃어버린봄/그날/쓰지말았어야할문장/돌아보다·1/오래전풍경/검은길/양말짝을맞추다가/내마음에집한채/초가을

제3부흘끔,곁꽃이나피우고
당부/오빠네국수집/참좋은시절/봄날/무상/백로다리는누가부러뜨렸나/홍매도홀로핀다/학은길의말씀을듣네/밑을낮추다/시가무섭다/그날개땅에묻다/물살을뒤집어쓰다/오락가락소나기/달빛지우기/장기판의졸들/복사꽃은피지않는가

제4부지극한마음하나로
설교(說敎)/그봄에/코로나앓이/목탁새/절벽강산(絶壁江山)/잉어네마리/비닐에서소리를꺼내다/엔젤을보았나?/붉은진달래/목숨,환한봄목련지듯/퇴고(推敲)/한겨울봄바람/인민군묘지앞에서/그어느봄날에다시만나랴/피끓는의열단전사,폭렬만이삶이었다

작품해설_민중적시쓰기의바탕:낮고외롭고서글픈슬픔의정념-고명철

출판사 서평

낮고외롭고서글픈슬픔의정념이짙게배어든시를가만읊조려본다.어떤말못할곡절이이러한정념을시집곳곳에흩뿌려놓은것일까.김이하시인의시집을음미하는내내이예사롭지않은질문이따라다닌다.그러면서불쑥불쑥고개를치켜드는죽음에관한정념은예의슬픔의정념이마련한틈새로자리한다.그리고바로이러한시적배합과어울림의과정에서김이하시인의시적아우라가생성된다.(중략)

김이하의민중적시쓰기는민중과역사에대한염량세태(炎?世態)와거리를둔우리시대의민중이겪는난경을래디컬하게응시한다.그리고민족문제도결코소홀히여기지않음을알수있다.가령,일제식민주의에대한무장투쟁을벌인항일의용군대장김원봉의혁명적삶을격정적어조로써내려간「피끓는의열단전사,폭렬만이삶이었다」의경우반제국주의를향한폭력혁명이지닌역사적정당성을절규한다.일제식민주의에대한완전한역사청산과민족의자주독립을향한김원봉의항일혁명의의지는시인의반식민주의의시정신으로되살아난다.그런가하면,「인민군묘지앞에서」의경우근대전환기를맞이하여한반도를비롯한동아시아식민주의밀약을맺은미국과일본에대한비판적성찰과,한국전쟁으로야기된민족분단의상처와고통을치유하고자하는시인의감응은“수많은무명병사의죽음앞에서/삼가가슴억누르며/멀리나는새떼를보”며“언제이사슬을녹이고/맨가슴으로안을수있”(「인민군묘지앞에서」)을민족분단극복의시적염원으로충일돼있다.
―고명철(문학평론가,광운대교수)해설중에서

시인의말

여섯번째시집이다.

이것도쓰다말고저것도쓰다말고
남아있는글쪼가리가아직도많다.

그래도용렬한재주로
이만큼썼으면됐다싶으면서도
늘성에차지는않고

다만,이걸로
여러동무들과선배,후배들과어울려
술한잔마실핑곗거리나되었으면됐다.

늘챙겨주시는주변사람들과
피붙이누이들과형에게는
멋쩍어죽겠다.

그래도힘닿는데까지
끼적거려볼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