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고외롭고서글픈슬픔의정념이짙게배어든시를가만읊조려본다.어떤말못할곡절이이러한정념을시집곳곳에흩뿌려놓은것일까.김이하시인의시집을음미하는내내이예사롭지않은질문이따라다닌다.그러면서불쑥불쑥고개를치켜드는죽음에관한정념은예의슬픔의정념이마련한틈새로자리한다.그리고바로이러한시적배합과어울림의과정에서김이하시인의시적아우라가생성된다.(중략)
김이하의민중적시쓰기는민중과역사에대한염량세태(炎?世態)와거리를둔우리시대의민중이겪는난경을래디컬하게응시한다.그리고민족문제도결코소홀히여기지않음을알수있다.가령,일제식민주의에대한무장투쟁을벌인항일의용군대장김원봉의혁명적삶을격정적어조로써내려간「피끓는의열단전사,폭렬만이삶이었다」의경우반제국주의를향한폭력혁명이지닌역사적정당성을절규한다.일제식민주의에대한완전한역사청산과민족의자주독립을향한김원봉의항일혁명의의지는시인의반식민주의의시정신으로되살아난다.그런가하면,「인민군묘지앞에서」의경우근대전환기를맞이하여한반도를비롯한동아시아식민주의밀약을맺은미국과일본에대한비판적성찰과,한국전쟁으로야기된민족분단의상처와고통을치유하고자하는시인의감응은“수많은무명병사의죽음앞에서/삼가가슴억누르며/멀리나는새떼를보”며“언제이사슬을녹이고/맨가슴으로안을수있”(「인민군묘지앞에서」)을민족분단극복의시적염원으로충일돼있다.
―고명철(문학평론가,광운대교수)해설중에서
시인의말
여섯번째시집이다.
이것도쓰다말고저것도쓰다말고
남아있는글쪼가리가아직도많다.
그래도용렬한재주로
이만큼썼으면됐다싶으면서도
늘성에차지는않고
다만,이걸로
여러동무들과선배,후배들과어울려
술한잔마실핑곗거리나되었으면됐다.
늘챙겨주시는주변사람들과
피붙이누이들과형에게는
멋쩍어죽겠다.
그래도힘닿는데까지
끼적거려볼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