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령 - 푸른사상 시선 176

미시령 - 푸른사상 시선 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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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림

저자:김림
서울에서태어나자랐고어진내(仁川)에서머물고있다.2014년『시와문화』신인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꽃은말고뿌리를다오』가있다.현재한국작가회의,민족문학연구회회원으로활동중이다.

목차

제1부
콩밭너머/전쟁놀이/11월/목백일홍/매미/홍어무침/네가오던날/아버지의등/놓지못한것들/순간의파닥임/숯/참새나무/옥선(玉蟬)/그곳에만가면/연산군유배지에서

제2부
동백의노래/속도의수렁/잠들지않는눈/희망.퇴직/가난증명서/소리감옥/늙은밥그릇/소낙비/분실신고/찜질방에서/어떤본능/무턱시대/저편,신세계/명암/반지하

제3부
미시령/이소(離巢)/행잉코핀스(HangingCoffins)/휴전선/월동/간,신장구합니다/박열/2014년4월16일/광성보에서/블랙홀/비밀의바다/겨울나기/심장근처/바람의성지/춘궁기

제4부
수렁/미구에/참혹한시선/폭설/구름의서사/벽/우리가바닥이다/결/미행(微行)/초콜릿국/가을오기전,여름/황사주의보/여전히먼/꿈의무게/작심없이

작품해설:특권의시와의무의시-최종천

출판사 서평

시를읽으며놀라는것은사회적사건을다루는시편들이많다는것이다.나는여성시인이이렇게사회적문제를많이다루는경우를보지못했다.「폭설」은최근에일어난이태원참사를다루고있는데,이시도애도의마음으로부터시작되고있다.「미구에」는생태위기를다루고있다.“인간은어느바다로떠밀려있을까?”하고묻고있는데바다에는제주도만큼이나큰쓰레기섬이떠다니고있다.미구에인간이그런꼴을당하리라는것이다.지구의생태계는먹이사슬로되어있다.땅속의미생물-미생물을먹는식물(식물의광합성)-식물을먹는초식동물-초식동물을먹는육식동물-모든것을먹는잡식동물인간.먹이사슬은에너지의이동경로이고,에너지를순환시키는시스템이다.먹이사슬은배열된것이고해체시에는배열의역순으로된다.인간이그첫번째대상이된다.

이진화의질서에서인간이마지막으로나타났다는것은어쩌면인간은다른존재,동물이나식물,미생물등에비하여가장덜필요한,상대적으로만필요한존재라는의미일것이다.그상대적이라는것은지구생태계의균형이고,균형이있으면아름답다.자연의진화도아름다움을고려한것이다.인간은이러한의미를살펴야하는의무를지고있는존재라는것이다.생태위기는곧인간의소멸로이어지게되어있다.이런시를쓰기는의외로만만치가않은데도불구하고시인은누구나동의할수있는상식적인수준에서말하고있다.생태위기는갈수록고조될것이다.

2023년2월15일오늘뉴스에서는“이태원희생자서울광장서추모”……서울시“반드시철거”라는기사의헤드라인이읽힌다.그러니까이나라대한민국에서는앞으로도이런사건이계속되지않으리라는보장은없는것이다.이런사건을다루는경우에도특권이있다.이특권은시인의것이아니라시그자체의것,즉표현의자유이다.시인은「폭설」에서“실종된책임을우리는/어디에서찾아누구의멱살을잡아야하는가”라고하고있지만,기실은잡아야하는가의문제가아니라잡아야하는문제이다.누구의멱살을잡아야하는지는우리국민,모두가알고있다.
-최종천(시인)작품해설중에서

시인의말

올해에도어김없이테이블야자가꽃을피웠다
긴겨울내내꾸준히새가지를밀어올리더니
오목눈이눈동자만큼작고노란꽃망울을데려왔다

첫시집을내고12년만에두번째시집이다
오래도록겉돌았다
봄의성화가오랜게으름을건드렸나
겨울이깊었던만큼봄을키우는지력이풍요로울것을소망한다

추천사

오랜인연덕에시인의시를간간이접할수있었다.그때마다발표한시들을떠올리며시인과어울릴문장들을생각했다.여러시를한꺼번에만난이번시집을읽으며비로소또렷해졌다.김림은시적대상에대한시선이온화한시인이다.고통받는이를어루만져주는시인이다.시대와세대를넘나들며관심의끈을놓지않는시인이다.교묘히진화하는부조리를고발하는시인이다.평소차분한성향탓일까?세상의통증을끌어안고조용히아파하는시인이다.사랑의본질을일깨운첫시집(『꽃은말고뿌리를다오』)이그러했고두번째시집(『미시령』)도역시그러하다.시인의말처럼우리몸어느한곳에작은상처가생겨도온통신경이모아지기마련이다.그러나이사회곳곳에생긴상처에는왜관심이없는가?김림은우리에게묻는다.통증을함께치유할생각이없는가?김림은나지막한목소리로우리에게묻는다.어서대답하라는듯집요하게묻는다.
-손병걸(시인·한국작가회의인천지회장)

김림시인의시세계는나무의존재학혹은나무의사회학이다.시인은바다의길끝에선어머니와수렁에서풀려난아버지의생애를몸을비운나무같다고여긴다.목백일홍을꺼지지않은불꽃을지닌존재로,은행나무를풍성한수다를떠는존재로바라본다.헐벗은채홀로선나무로부터가난증명서를떼기도한다.어른들이무시하고싫어하는아픈아이의말을들어주는가로수에게고개숙인다.나무가지나온길을따라역사를품고광장에서촛불을든다.“생전에빚진이라면/오직나무한그루”(「옥선(玉蟬)」)라는마음으로미시령에오르자거친혈맥을내보이며환영하는나무들,시인은그앞에서어깨의높이를회복한다.
-맹문재(문학평론가·안양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