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필숙시인의『골목수집가』를관통하는이미지는분명하고시집의마지막장에이른독자의지점은명확하다.마주한골목은정감이어려있으며그곳에서의삶은가난할지언정비루하지않다.또한골목위의존재는연대의가능성으로충만하고골목곁을지키는마음은따뜻하다.물론골목안의‘나’는조금은위태로울지라도골목을살아간시간만큼골목밖에서도새로운삶을추인하는강한의지를지닌다.그런점에서골목은우리가가닿을수밖에없는존재의자리이자시가현존하는장소인지도모를일이다.
시집에담긴시편을읽기전에골목에관한이야기를좀더해보려고한다.골목을상상하는우리는추필숙시인이형상화한바에어떠한의문도제기할수없다.예컨대,「주차금지」에서드러나듯“늙은타이어하나”앞에서“젊은타이어넷”이“꼼짝못하고물러간다”는표현이구현하는아이러니한유쾌함처럼시간과공간의층위를장소의정동으로전환하여골목이지닌내밀한삶의어떤양태를독자로하여금상상하게끔한다.이는우리가경험한삶의과정에서골목이환기하는기억과그로부터야기되는보편적정서를공유하기때문이다.도시화가이루어지는과정에서의도적으로구획된공간이주는삭막함과는달리골목은이웃들이옹기종기모여살아가는,일종의어우러짐이라는공동체적가치를실현한다.(중략)
골목을떠나다른세계로나아가는것역시또다른삶의골목을마련하는일인지도모른다.“삶이어떻게피어나는지”알기위해씨앗을“묻고/햇살옆에쪼그리고앉아”“다시태어”날필요가있다(「씨앗」).길을열어새로운골목을맞이하는,마중하는일을수행해야한다.“하늘한페이지가넘어가”기위해서는“삶은언제나끝에서시작”(「늦꽃」)한다는말처럼골목끝을골목의시작으로전유할수있어야한다.골목에의정주(定住)가골목에의안주(安住)가되지않도록,존재의내밀함이꽃피어나도록“엎어지고포개지고다시물러나고흩어”(「11월,해파랑길」)짐의세계로나아갈필요가있는것이다.그렇게열린장속에서어떤골목이새로마련될지알수없기에그것은두려운일이다.그러나이미골목을경험해본존재라면흔들림없이자신을바로세울수있을것이라고추필숙시인의시는말하고있다.
―이병국(시인,문학평론가)작품해설중에서
-시인의말
시(詩)의어느골목을걷다가
걸음걸이는말투처럼
쉬이바뀌지않는다는걸깨달았네.
이제야,
네얘기를내얘기처럼쓰게되었네.
-추천사
『골목수집가』는추계추씨추필숙시인이발품팔아엮은사람책이다.“골목서사의명맥”(「담담살롱」)을집대성할수는없었을테지만,삶의행간에서벌어지는사소하지만소중한현장사연들을잘간추려서담담하게담았다.“오래된골목은”“방향에대해서까다롭게구는법이없”(「열린결말」)으며,“담과담으로이어진골목”은“내이야기와네이야기”(「담담살롱」)가담긴추억의오솔길이다.수집한골목비사(?史)를털털하게털어놓는‘담담살롱’DJ추의구수한입담.추필숙의시심은깊고넓다.그윽하고평온하다.방앗간과우체통의인연.배꼽과골밀도의상관관계.허리와무릎소리.미장원소파에앉은노파들이전하는이야기와소문.고양이와가로등과접시꽃옵션.못에찔린바퀴.낙서와금간담벼락.인기캐릭터펭수아닌노을방앗간집의줄어든평수(坪數)이야기.사돈의팔촌같은아파트가아닌이웃사촌인골목의사연을음악처럼전하는시인추필숙은말한다.굴곡진막다른골목일지라도판도라의상자속희망처럼‘열린결말’이있다. ―김춘남(시인,한국동시문학회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