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수집가 (추필숙 시집)

골목 수집가 (추필숙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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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골목마다 새겨진 삶의 충만한 시간들
추필숙 시인의 시집 『골목 수집가』가 〈푸른사상 시선 178〉으로 출간되었다. 이웃을 향한 애정과 일상의 체험들을 녹진하게 그려낸 이 시집은 골목 위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의 고단한 삶에 공감하고 위안의 손길을 내민다. 열린 골목으로 나아가며 새로운 삶의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시인의 시심이 깊고도 넓다.
저자

추필숙

동시집으로 『얘들아, 3초만 웃어봐』 『새들도 번지점프 한다』 『일기장 유령』, 청소년 시집으로 『햇살을 인터뷰하다』 『어제, 생일』 등이 있다. 중학교 교과서에 시작품 「얘들아, 3초만 웃어봐」가 수록되었으며, 오늘의동시문학상과 방정환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추필숙책방을 운영하면서 글방지기와 책방지기로 살고 있다.

목차

제1부 골목 위에서
주차 금지 / 과거형 간판 / 팥시루떡 / 골목 수집가 / 못 / 잔뿌리 / 동해 해물탕 / 몽당골목 /
금은 어디로 가나 / 담담 살롱 / 정 약국의 정 약사 / 방앗간과 우체통 / 어떤 옵션 / 열린 결말 / 소문났어, 소파 / 새벽을 걷다

제2부 골목 안에서
배꼽 / 무릎 소리 / 세탁기 / 일일천하 / 초침 / 유리주의 / 제자리 걷기 / 이름이 뭐였더라 /
젖은 우산 / 등굽잇길 / 개나리 벽화 / 모과나무 / 싸리비 / 벚 단풍 감 단풍 / 열무 꽃밭

제3부 골목 곁에서
봉숭아 물들이기 / 우리 동네 F4를 소개합니다 / 햇살 놀이 / 꽃보다 할매 / 외상 / 오버핏 /
꽃무늬 한 벌 / 파꽃 / 단골 골목 / 무더위 / 해피 엔딩 / 골목 벽화 / 등을 기대고 / 목격자를 찾습니다 / 옷이란 무엇인가 / 정지된 화면

제4부 골목 밖에서
나는 바람개비입니다 / 대소쿠리 / 작약 / 8월, 올레길 / 11월, 해파랑길 / 추자도의 수레국화 /
십리대밭 / 가파도 / 그녀라는 꽃말 / 수양벚꽃 / 벚나무는 까맸다 / 나무 삽니다 / 씨앗 / 돌양지꽃 / 늦 꽃

작품 해설 : 골목에서 골목으로 길을 열다 - 이병국

출판사 서평

추필숙 시인의 『골목 수집가』를 관통하는 이미지는 분명하고 시집의 마지막 장에 이른 독자의 지점은 명확하다. 마주한 골목은 정감이 어려 있으며 그곳에서의 삶은 가난할지언정 비루하지 않다. 또한 골목 위의 존재는 연대의 가능성으로 충만하고 골목 곁을 지키는 마음은 따뜻하다. 물론 골목 안의 ‘나’는 조금은 위태로울지라도 골목을 살아간 시간만큼 골목 밖에서도 새로운 삶을 추인하는 강한 의지를 지닌다. 그런 점에서 골목은 우리가 가 닿을 수밖에 없는 존재의 자리이자 시가 현존하는 장소인지도 모를 일이다.
시집에 담긴 시편을 읽기 전에 골목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보려고 한다. 골목을 상상하는 우리는 추필숙 시인이 형상화한 바에 어떠한 의문도 제기할 수 없다. 예컨대, 「주차 금지」에서 드러나듯 “늙은 타이어 하나” 앞에서 “젊은 타이어 넷”이 “꼼짝 못 하고 물러간다”는 표현이 구현하는 아이러니한 유쾌함처럼 시간과 공간의 층위를 장소의 정동으로 전환하여 골목이 지닌 내밀한 삶의 어떤 양태를 독자로 하여금 상상하게끔 한다. 이는 우리가 경험한 삶의 과정에서 골목이 환기하는 기억과 그로부터 야기되는 보편적 정서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도시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구획된 공간이 주는 삭막함과는 달리 골목은 이웃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아가는, 일종의 어우러짐이라는 공동체적 가치를 실현한다. (중략)
골목을 떠나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것 역시 또 다른 삶의 골목을 마련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삶이 어떻게 피어나는지” 알기 위해 씨앗을 “묻고/햇살 옆에 쪼그리고 앉아” “다시 태어”날 필요가 있다(「씨앗」). 길을 열어 새로운 골목을 맞이하는, 마중하는 일을 수행해야 한다. “하늘 한 페이지가 넘어가”기 위해서는 “삶은 언제나 끝에서 시작”(「늦 꽃」)한다는 말처럼 골목 끝을 골목의 시작으로 전유할 수 있어야 한다. 골목에의 정주(定住)가 골목에의 안주(安住)가 되지 않도록, 존재의 내밀함이 꽃 피어나도록 “엎어지고 포개지고 다시 물러나고 흩어”(「11월, 해파랑길」)짐의 세계로 나아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열린 장 속에서 어떤 골목이 새로 마련될지 알 수 없기에 그것은 두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미 골목을 경험해본 존재라면 흔들림 없이 자신을 바로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추필숙 시인의 시는 말하고 있다.
- 이병국(시인, 문학평론가) 작품 해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