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 거짓말 (이도원 소설집)

그녀들의 거짓말 (이도원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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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돌봄의 최전선에서 고투하며
사회가 외면한 죽음을 떠안는 그녀들
이도원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 『그녀들의 거짓말』이 〈푸른사상 소설선 51〉로 출간되었다. 가부장제의 폭력과 공동체의 무관심 속에서 교통사고로 불구가 된 남편, 정신 질환을 앓는 아들, 운신을 못 하는 시아버지 등을 끊임없이 보살피고 희생하도록 강요받는 여성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내었다. 작가는 돌봄의 최전선에서 고투하는 여성들이 정작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숭고한 희생의 그림자를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다.
저자

이도원

2003년『부산일보』신춘문예당선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가난한자,소외된자에게편파적으로기댄소설을쓰겠다”고호언장담했던당선소감에스스로묶여근20년을공터와폐허와빈집으로만돌아다니다,2020년「세사람의침대」를쓰고현진건문학상본상을받았다.오늘도소설이라는기이한작업을통해불온한혁명을시도한다.

목차

■작가의말

아귀
그녀들의거짓말
근친(近親)을선택하는세가지방식
나는죽었다
무화과나무아래그를묻다
세사람의침대
자개장롱이있는집
책읽는남자

■작품해설:‘돌봄’의비극적리얼리즘과미완의연대_이은란

출판사 서평

2020년을기점으로시작된코로나팬데믹은아동,노인,장애인,저소득층을비롯한취약계층의생존을위협하며한국사회의구조적불평등을가시화했다.의료시스템의마비와교육및공공시설의폐쇄는취약계층뿐만아니라이들을보살피는돌봄노동자들에게도재난과같은상황을초래했다.팬데믹으로인해촉발된돌봄의위기는그것이‘정상적인사회’를유지하는원동력이었음에도불구하고정당한가치를부여받지못해왔음을깨닫게한다.누군가의식사를준비하고몸을닦아주는일,타자의불편과고통에공감하는일은대개‘여성이잘하는것’으로젠더화되는한편숭고한희생이라는미명으로낮은임금과고강도의노동을합리화해왔다.특히‘어머니’,‘아내’,‘며느리’가전담하는가정에서의돌봄은공동체와는무관한,그렇기에우리가관심을기울이지않아도되는사적영역으로여겨져왔다.
이도원의『그녀들의거짓말』은여성의숭고한희생으로신성화되어온돌봄의그림자를적나라하게파헤친다.이소설집에등장하는여성들은직업과계층을막론하고가부장제의폭력과공동체의무관심안에서돌봄을온전히감내해야하는상황에처해있다.중증의정신병을앓으며밤마다자신에게성폭력까지저지르는아들(「근친(近親)을선택하는세가지방식」).평생똥오줌을받아내야하는시아버지(「무화과나무아래그를묻다」),교통사고로불구가된남편(「책읽는남자」),심지어는말라붙은화분(「아귀」)과끊임없이보수해야하는낡은집(「자개장롱이있는집」)을돌보는노동이‘어머니’,‘며느리’,‘아내’인여성들의몫으로남겨진다.이도원의소설에서돌봄의대상들은모두죽음을앞두었거나사회로부터배제되어있다.이들을보살피는그녀들의노동역시‘무가치한것’으로자연스럽게인식된다.돌봄의최전선에서고투하는이도원의여성인물들은정작돌봄의사각지대에놓여사회가외면한죽음을떠안는다.(중략)
끝으로이작품에서‘그녀’의입으로전달되는돌봄의본질을상기해보고자한다.“그리고당신도포기해선안돼요.사랑말이에요.부모가자식에게할수있는최상의애틋함.”이라는‘그녀’의언술을천천히곱씹어볼때,작가에게진정한돌봄이란바로‘포기하지않는것’이아닐까한다.「그녀들의거짓말」에등장하는‘그녀들’은배제되고죽어가는존재들의돌봄을포기하지않는다.이도원에게돌봄은죽음의현장에서온몸으로고투하며인간과공동체를생의영역으로전환시키는숭고한노동이다.죽음과의‘불온한’연대는헌신과희생이라는덕목으로누군가에게지워져야할부담이아니라우리모두가나누어야할공동의과업이다.이도원의소설이그려내는‘돌봄의리얼리즘’은현재직면한돌봄의위기와함께,우리가지향해야할진정한돌봄의가치를되돌아보게한다.
-이은란(문학평론가)해설중에서

교통사고로불구가된남편,배변을가리지못하는시아버지……이도원의첫번째소설집『그녀들의거짓말』에는모두죽음을앞두었거나사회로부터배제된존재들이등장한다.그리고직업과계층을막론하고그들을끊임없이보살피고희생하도록강요받는상황에처한여성인물들이있다.가부장제의폭력과공동체의무관심속에서이들을돌봐야하는그녀들의노동은무가치한것으로자연스럽게치부된다.사회에서배제되고죽어가는존재들을외면하지않고끌어안는그녀들은정작돌봄의사각지대에놓여있는것이다.
작가의등단작인「무화과나무아래그를묻다」에서는사람이얼마살지않는마을에서폐암말기환자인시아버지를홀로돌보는여성이등장한다.전재산을상속받은남편은학업을빌미로프랑스에서떠난후돌아오지않고,네명의딸은그런아버지를외면한다.병원에서도가망없는그의치료를거부한다.가족중유일하게혈연으로엮이지않은며느리가배변을가리지도못하고점점죽어가는시아버지를보살피며고립되어간다.표제작인「그녀들의거짓말」에등장하는아들들은실제로든상징적으로든아버지를살해한다는공통점이있다.어머니의고통에공감하며분노하고아버지를살해함으로써가부장적질서를타파하는것이다.
누군가의식사를준비하고집안을청결하게관리하는일,타인의불편과고통에공감하는일은대개여성들의몫으로인식되었다.이도원은불평등한사회구조의모순과여성에게일방적으로돌봄을강요하는가부장제의폭력성을이작품집에서여실하게보여주고있다.그러나소설속여성인물은죽어가는존재들을살피는일을포기하지않는다.죽음의현장에서온몸으로고투하고헌신하는그녀들을작가는기억하고연대함으로써,우리가지향해야할진정한돌봄의가치를되돌아보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