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나에게로 왔다  | 푸른사상 소설선 52

그가 나에게로 왔다 | 푸른사상 소설선 52

$17.90
Description
우리 시대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리얼하게 전달하며
현실 너머의 새로운 가능성을 암시하는 소설

이덕화 작가의 소설집 『그가 나에게로 왔다』가 〈푸른사상 소설선 52〉로 출간되었다. 남성 중심적 사회에서 차별받는 여성들의 모습, 나이와 세대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고통에 노출된 현대인들의 고단한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작가는 소외된 자들을 따스하게 어루만지며 현실 너머의 새로운 세계를 향한 가능성을 꿈꾼다.

저자

이덕화

부산출생.이화여고졸업.연세대대학원문학박사.현평택대교수.저서로는'김남천연구','박경리와최명희,두여성적글쓰기','페미니즘소설비평','페미니즘은휴머니즘이다','여성문학에나타난근대체험과타자의식'창작집으로는'집짓는여자','달의딸들','은밀한테러'등이있다.

목차

작가의말

그가나에게로왔다
메타버스홈
달려라토끼
빨간원피스
하얀죽음
지워지지않는기억
그녀를추모하다
나를놓아줘

작품해설:작품해설예술이나에게로왔다_이경재

출판사 서평

이덕화작가는소설집『그가나에게로왔다』에서오늘의시대에소외된자들의삶을면밀하게포착하고있다.남성중심적사회에서차별받는여성들의모습,나이와세대를가리지않고다양한고통에노출된현대인들의고단한삶을적나라하게보여주는것이다.소설속인물들은문학과예술등나름의방법으로현실너머의새로운세계를향한가능성을꿈꾼다.

「나를놓아줘」와「하얀죽음」은세대를뛰어넘어존재하는가부장적사회의민낯을그대로보여준다.「나를놓아줘」에서는20년이상시부모님집과자신의집을돌보며,온갖고통과억압에시달린아내이자며느리가등장한다.활기차고꿈많던그녀는결혼후유학을떠난남편을따라가면서천직으로생각하던음악교사직을그만둔다.귀국후에도복직은어려워지고엄격한시부모를모셔야하는아내는점차시들어가지만,효도와가부장제에철저한남편은이상황을해결할의지나방법도없다.「하얀죽음」에서는권력있는남성의폭력이한젊은여성의꿈을어떻게파멸시키는지보여준다.표제작인「그가나에게로왔다」에는국적도인종도다른두인물이현실의어려움에부딪치지만서로연대하며친구가되어가는과정을그린다.

소설속인물들은극단적인상황에서파괴되어버리기도하지만,자신의방식으로가부장제사회에균열을내거나나아가출구를만들어낸다.이시대를살아가는사람들의고통스러운삶과세태에대한날카로운통찰을통해,위로가필요한이들에게촛불처럼따스한온기를전한다.

작가의말

유대인이었던탓에기구한인생을살다1952년에죽은,카프카가마지막으로사랑했던여인도라.카프카와도라와함께지내던에피소드이다.
카프카가동네공원을산책하다가어린소녀가슬피우는모습을보았다.소녀가아끼던인형을잃은것이다.카프카가그소녀의울음을그치게하기위해말했다.
“네인형은말이야,그냥여행을떠난거란다.”
놀란소녀가쳐다보았다.
“나한테편지를보내서그렇게말했어.”
“정말요?편지는어디있죠?”
“편지는집에있단다.내일여기다시오면내가가져다줄게.”
그날밤카프카는소녀에게갖다줄인형의편지를썼다.다음날소녀에게편지를읽어주었다.3주일동안편지를쓰고읽어주는일이계속되었다.인형이사랑에빠지고,약혼을하고결혼식을하고소녀에게서떠날수밖에없게된시점에서이야기가마무리되었다.카프카와도라는그사이에사랑이싹트고사랑하는사이가되었다.
이짧은이야기의감동은어린소녀의감성을울린것이다.셰헤라자데의이야기에서도이야기를만들어내는것은서사의기본원리인호기심과기다림이었다.그에피소드가진실이냐아니냐는상관이없다.서사는독자에게호기심을유발하고기다림과감동을주어야한다.아주간단한원리임에도그동안그렇게작품을써왔는가는필자조차회의가든다.자기독백이나세상에대한자기토로에그치지않았나하는반성을하게된다.
자기반성보다는세상을탓하고그것을원리로사람을선동하고부추기는험한세상이다.그보다드러나지않게스스로빛을밝히는아름다운주위사람들이많이있다.그들의삶을통하여마음속의촛불을스스로불태우며그온기로따뜻한이웃과함께더불어사는이야기를쓰고싶다.그런사람들의에피소드를통해서작은빛들이모여세상을환히밝히는그때가오기를염원해본다.

작품세계

「나를놓아줘」와「하얀죽음」에서알수있듯이,남성중심사회에서여성은나이와시대를가리지않고,다양한고통에노출되어있다.그러나이덕화의『그가나에게로왔다』는단순히여성의고통을박진감있게보여주고,그것을통해가부장제사회의문제를고발하는것으로만시종하는것은아니다.이덕화가창조해낸여성들은「나를놓아줘」의아내나「하얀죽음」의K와같이극단적인상황에서결국파괴되어버리기도하지만,자신의방식으로가부장제사회에균열을내거나나아가출구를만들어내기도하기때문이다.(중략)

이덕화에게예술(소설)은일종의꿈과같은역할을한다.그것은우리시대를살아가는사람들의고통스런삶을,그실제보다더한리얼함으로전달하는하나의상상적실제이기도하다.동시에그것은현실너머의새로운가능성을암시하는것이기도하다.이덕화의소설에서새로운삶의가능성은주로예술을통해서가능하다.「달려라토끼」에서도교수였던남편을폐암으로잃고“청소아줌마”(82쪽)로살아가는재인은디자인과회화를섞어서“작품을하고싶”(84쪽)어한다.「메타버스홈」에서도소령은전통적인예술은아니지만새로운창조를통하여자신의현실적곤란을뛰어넘는모습을보여주었다.표제작인「그가나에게로왔다」에서‘나’의여자친구인지혜도대학을졸업하자그림을그리겠다고선언한다.여러가지어려움을겪지만,지혜는새로운방식의예술을통하여자신의미래를열어나간다.“메타버스갤러리를열어플랫폼을만드는”(14쪽)것에관심이있던지혜는,선배가마련한메타버스갤러리작품전에몇점의작품을출품하는것이다.나중에는주부들중에그림을그리다그만둔사람들이모여서전시회를여는데,그것을이야기와함께메타버스갤러리와연결하는일을하기도한다.한국이라는이국땅에서고생하는차말역시그림을그리며,차말은그림을그리면마음의안정을얻는다.종수는지혜의작업에차말의그림이활용되도록노력한다.그결과메타버스갤러리플랫폼이만들어지고,그것을통해다양한배경속에배치된차말의그림이펼쳐지기도한다.이러한차말의그림은거의다팔리기까지하며,차말은“화가”(34쪽)로다시태어난다.예술이야말로새로운삶과세계를열어내는비상구였던것이다.이덕화의소설집『그가나에게로왔다』역시하나의예술(꿈)로서우리앞에오롯이놓여진귀중한선물임에분명하다.
―이경재(문학평론가,숭실대학교교수)해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