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과 쟁론 - 푸른사상 평론선 41

침묵과 쟁론 - 푸른사상 평론선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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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의 대화적 가치 : 침묵하는 타자와 시 쓰기의 쟁론
박동억 평론가의 문학평론집 『침묵과 쟁론』이 〈푸른사상 평론선 41〉로 출간되었다. 저자는 세상을 떠난 이, 말을 빼앗긴 이, 혹은 동물들처럼 말할 수 없는 이 등 타자를 향해 말을 건네는 시인의 윤리가 무엇인지, 시는 어떠한 소통 방식이 될 수 있는지를 탐색한다. 시의 대화적 가치라는 큰 주제 속에서 침묵하는 타자와 시 쓰기의 쟁론을 살피고 있다.

저자

박동억

저자:박동억

2016년『중앙일보』중앙신인문학상평론부문에당선되며평론활동을시작했다.주요평론으로「황야는어떻게증언하는가:2010년대현대시의동물표상」「정확한리얼리즘:작가이산하의문학에서답을청하다」등이있으며,저서및공저로『끝없이투명해지는언어』『오규원시의아이러니수사학』이있다.

목차

책머리에

제1부비인간타자와의쟁론
황야는어떻게증언하는가―2010년대현대시의동물표상
생태적아노미와기후시
다시인간으로서―탈주체담론에대한휴머니즘적전회
가능주의자의뒷모습―나희덕시인의문학
혁명적시간과흑백풍경으로서의시인―이기성,『동물의자서전』
침묵과쟁론―안태운시인의침묵하는능력에기대어
최소한의윤리―서윤후시인의시와아도르노의「뉘앙스앙코르」
대화인가도구인가―인공지능시집『9+i』의미적특징과논점

제2부불화의공동체
대화의발명―김언시인과김행숙시인의경우
윤리적짐승의딜레마―현대시의타자의식
문학은광장이될수있는가―주민현·정다연시인의광장‘들’
장소의귀환―서효인시인의시적변화
이방인이될권리―김현시인의젠더정치적공간
자아로부터의자유―이소호시인의시에대한의도적오독

제3부침묵의반향
얼굴의요구―나르시시즘의시대에문학은어떻게대면하는가
대명사의윤리―강성은·오은시인의시
관광객으로서의타자―김유림·곽은영시인의시
소년이라는제도―왜현대시는아이의입장에서말하는가
피부로서의자아―이소연·채길우·이다희시인의시
현대시의만화·게임적리얼리즘―이종섶·유형진·문보영시인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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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박동억평론집『침묵과쟁론』의핵심물음은현대시의‘대화적가치’이다.문학은근본적으로‘말건넴’이라고말하는저자는,이책에서언어행위에동참할수없는‘말잃은자’의곤경을주제로삼았다.세상을떠난이나말을빼앗긴이,혹은동물들처럼말할능력을잃었거나말의능력을소유하지못한이들은자신을대변하지못한다.저자는이러한이들을대변하는시인이행하는시적대화,즉말건넴의특별함을확인하며시는어떠한소통방식이될수있는지를질문한다.시의대화적가치라는큰주제속에서침묵하는타자와시쓰기의쟁론이라는형식성을살펴보는것이다.

1부에서는시인과비인간타자사이의쟁론을분석한다.시인은타인이고통이대신증언할수없는것임을알면서도대화의장이존재한다는믿음을가지고있다.타인과더불어동물과인공지능을비롯한비인간타자를대변하고자하는시인의윤리가무엇인지를나희덕,이기성,안태운시인등의작품을통해진술한다.

2부에는시적대화가어떠한타자성을진실하게담보할수있는지를묻고있다.현대시가말건넴의한방식이자타인과충돌하고다름을확인하는과정임을논증하면서‘불화(랑시에르)’의가능성을보존하는시적언어의가치를확인한다.김언,김행숙등시인등의작품론을중심으로살펴보았다.

3부에는,시는진실한발화가아니라자신을감추고꾸며내는하나의방식이기도하다는점에서,시적대화에서꾸며낸페르소나가지니는가치를묻는다.진정성의자아보다페르소나를꾸며내는데익숙한2000년대현대시의특징을살펴보며,강성은,오은등의시편을통해꾸며낸시적자아의윤리성을검토한다.

책속에서

타자는숭고하다.다시말해서대신증언할수없는타자의고통은숭고하며,그앞에서우리는침묵해야한다.그러나말하지않는것이말할수없음을뜻하는것은아니다.우리는침묵과침묵의능력을구분해야하며,때로시인들이침묵하는자로부터어떤의미를읽어내려할때,그리고때로시인자신이도리어침묵하는자세를취할때도각자세가지닌고유성을주목해야한다.그리하여넓게숭고한타자에‘대해서’말하는것과숭고한타자를‘향해서’말하는것을구분하도록하자.타자에대한말하기란포리송처럼당신의삶을짐짓넘겨짚어서대신증언하는것이다.이와달리타자를향해서말한다는것은당신을향해육박해가는자기자신의고유한자세에대해서말한다는의미에가깝다.우리는우리시대를이루는외상적기원과마주하는순간,시인들의시안에서말의한계와침묵의능력이시험받는것을목격한다.그리고우리들은그러한작품을마주할때어디까지당신을‘향하고’,어디서말을중단하는것이정확한침묵인지되묻게된다.(96쪽)

우리는하나의변화를확인할수있다.2010년대시의초점은자기신념이나표현의문제로부터차츰타자지향의국면으로이행해간다.이때정치성이나타자지향성이란타자와손쉽게결속한다는뜻은결코아니며,오히려이념이나공감의토대가상실되었음을강조하고타자와의연대불가능성을문제삼으면서,그것을넘어서려는변증법적의식에가깝다.서효인시인의시에서발견되는스타일의변화는2010년대시가공유하는어떠한동요(動搖)를예감하게한다.가벼운사회성과진지한정치성사이의동요,사랑과혐오사이의동요,신념의지속과타인을위한신념의포기사이의동요.그러한동요를바라보며떠오르는예감은다음과같다.이러한동요속에서,삶의고통은인간의마음이안식할거처를탐색할것이고,흩뿌려진장소들을성좌처럼이어봄으로써새로운시의지도는그려질것이다.(205~206쪽)

나르시시즘의시대에문학은어떤방식으로존재하는가.응답이사라진시대에문학은얼굴을어떠한고뇌의대상으로삼는가.현재진행형으로한편에낭독이라는실천적응답이있고,다른한편에시창작이라는미학적모색이있다.이글에서살펴보고자하는것은후자쪽이다.얼굴이하나의시련으로전락한시대에관계를모색하는시인들의시를살피는것,때로이시대에사로잡히고때로이시대로인해몸부림치는그들의고뇌를빌려응시의가능성을타진해보는것이다.(24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