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정일관 시집)

별 (정일관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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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나무와 꽃과 인간 등 대지의 자식들이 별처럼 반짝이는 노래들
정일관 시인의 시집 『별』이 푸른사상 시선 199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나무와 꽃과 인간 등 대지의 자식들을 반짝이는 별처럼 품으로 안아 들인다. 생명의 기원과 이 세계의 의미를 대지로부터 구하면서 마음을 들여다보고, 인연의 소회를 담고, 사회적 발언도 한다. 나무와 꽃과 사람을 향한 애정과 사색이 깊은 이야기들이 시집 속에 그득하다.
저자

정일관

저자:정일관
부산에서태어났다.국어교사가되어전남영광에서우리나라대안교육의시작을함께하였고경남합천에서마감했다.지금은진주외곽산속마당에작은정원을가꾸며나무처럼산다.시집으로『새를키울수없는집』(공저,1988),『느티나무그늘아래로』(2001),『너를놓치다』(2017)가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힘을다해
힘을다해/꽃잎날린다/향긋하잖아요/머뭇거리다/담쟁이기어가는/유언/느티나무그대/내곁에봄나무/건너가다/돌고래서른마리가/좀뒤영벌

제2부체로금풍
잊혀질영광/체로금풍/발을씻다/고구마/탑/문앞에서/녹슨그림/이런얘기/땡볕/그날,별똥별이/모과하나/우화(羽化)

제3부비어있는방
남자는나무처럼/비어있는방/안아주지못했다/발치/동질감/아니고아니고아닌집/별/김주혁/어떤선생/봄비/어디쯤/문리버/칠월에/슈퍼문/수련소식

제4부자비로운욕
안개속에서/자비로운욕/죽지말고질문하라/무게/환풍기/분식/신/무관심아,고맙다/동백,기다림/오월/소심한문법/노을/길에서만난친구/겨울비가내려/한용운

작품해설:대지의자식들이더불어살아가는방식-김효숙

출판사 서평

작품세계

(전략)
『별』은대지의자식들을하나의품으로안아들이는시집이다.눈물을머금은듯한별의반짝임처럼우리가느끼는환희와슬픔도빛나는형식을취한다.시인은대지이야기를시작으로인간관계에서파생하는온갖감정,좋은말이사회적관계에미치는역능을명쾌하게풀어낸다.1부에서는대지의생명성에밀착하여식물의사유를펼치면서다양한대지의소산을노래한다.2부는마음을들여다보는시편들이주종을이룬다.낮은자세로낮은자리에임하기를권유하는화자의목소리도나지막이울려나온다.3부에는가족·친지·연인등친연성이있는인물들과좋은만남을가져오다헤어져지금은그리움·슬픔·기다림을안고살아가는소회를담았다.4부는시인의지향이뚜렷한시편들이주종을이룬다.눙치면서우회하는화법으로대사회적발언을하면서언어의쓰임새를성찰한다.
(중략)
인간은서로마음을나누며살아가기를바라지만이별또한필연인존재다.사회는승자독식에따른생존투쟁의장이며,소득을기준으로일등시민을판별하기도한다.하지만이시집에서인간은나무·꽃과균등한대지의자식이다.시인의판단이가혹해보일지라도우리는이런점을부인하지못한다.이세계의의미를대지로부터구하면서이곳을생명의기원으로보고있어서우리도나무답고꽃다운존재를꿈꿀수있다.시인은소득제고에맞춰진생존투쟁의현장에서도꽃한송이의아름다움을살수있는마음을우리에게기대한다.
―김효숙(문학평론가)해설중에서

시인의말

오래머물렀던들판을떠나산중에드니
붉은달은동쪽산등성이에서떠오르고
흰달은서쪽산줄기너머로진다.

달빛정원에모과나무가산다.
단풍나무가빈손을펴고
능소화는마음을타고오른다.
말없는것들의말은청량하다.

육신을가지고사는삶은슬프다.
슬픔은다함이없고슬픔만이유일하다.
그래서나는기다린다.
부디죽지말고살아있으라.

책속에서

<별>

다정한것들은슬퍼보인다.
돼지감자꽃노랗게흔들리는하늘
따뜻한바람이머물다가는
양지바른안모퉁이와
칠이벗겨진작고낡은의자에
슬픔이가만히앉아있다.

슬픔을속옷처럼갈아입는다.
슬픔의힘으로하루를건넌다.
슬픔은없는곳이없어
천상을향해오르는가늘고긴노래도
어김없이잘살라고내미는덕담도
아무일도일어나지않은듯지나간날도
숨어있는슬픔이태연하게마중나온다.
살아있기에슬픈것,
슬프기에살아있는것.

반짝이는것들은슬퍼보인다.
너는반짝인다.
너의웃음도반짝인다.
햇살에반짝이는수만잎사귀
밤하늘에반짝이는별들.

세상에불행한사람이너무많아
별처럼하도많아
오늘밤올려다본하늘에
무슬림아이들의
눈물에젖은눈들
그렁그렁반짝반짝.

빛난다,슬픔.

<꽃잎날린다>

길가에늘어선
세상의모든벚나무
분분하게꽃잎날릴때
가는봄을놓칠세라
아쉬움과탄식도흩날리는데,

길을건너다
봄나들이차에치인길고양이
돌아가는길안쪽으로떠밀려
쓸쓸히해탈해갈때,

떨어지는,
하염없이
떨어지는
꽃잎들이바람에날려
가장자리로가장자리로밀려가다가
모로누운길고양이
둥근배안으로모인다.

자그마한꽃무덤이된다.

길건너편엔봄강물이몸을풀고
하늘은가도가도끝없이펼쳐져있고
봄바람은불어바람은불어
꽃잎은자꾸만자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