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르파티

아모르파티

$18.82
Description
존재의 심연을 휘젓는 폭풍 같은 이야기의 향연

김세인 작가의 소설집 『아모르파티』가 푸른사상 소설선 64로 출간되었다. 원효부터 논개, 이문구까지 역사적인 인물들의 생애를 그린 작품뿐만 아니라 존재의 심연을 휘젓는 폭풍 같은 이야기가 이 소설집에 펼쳐진다. 삶의 질곡을 견뎌내는 인물들의 심리를 세밀하고도 생동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저자

김세인

저자:김세인
경기도여주에서태어나중앙대학교대학원을졸업했다.1997년『21세기문학』신인상에「옥탑방」이당선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오,탁구!』『어린새들이울고있다』,소설집『무녀리』『동숙의노래』등이있다.2004년문예진흥기금을받았다.

목차

작가의말

둥지,묘지그리고님의침묵
아모르파티
용사의집
진자의반격
명천,이문구
별을흠모한논개
대중속으로들어간원효스님

작품해설:기쁨과슬픔의관념을통한감정서사_이덕화

출판사 서평

김세인작가의소설집『아모르파티』에는원효부터논개,이문구까지역사적인인물들의삶을그린작품뿐만아니라존재의심연을휘젓는폭풍같은이야기가펼쳐진다.작가는현실의애환을견뎌내는각각의인물들의심리를세밀하게살펴독자들에게고통을어떻게극복하고있는가를질문하고있다.

표제작인「아모르파티」에는식사자리에서밥그릇을던지는폭력을일삼는남편을‘웬수’로생각하는주인공‘나’가등장한다.남편과이혼을준비하는과정에서주인공의불안한모습과이혼후자유롭고홀가분한기분을대비적으로보여주고있다.주인공은자신이사는아파트에숨어서술담배를하며아무도모르는파티,‘아모르파티’를하는청소년들을마주치게되는데,여기자신의모습을비추어보기도한다.「진자의반격」도기쁨과슬픔의미학이잘드러난작품이다.‘박선생’을마음에두고있는‘나’와이종사촌동생인‘진자’의미묘한감정싸움이드러난다.‘나’는‘박선생’을쟁취했지만씁쓸함을느끼는한편,자신의삶을개척하며씩씩하게살아가는‘진자’에게열패감을느낀다.이문구선생의전기를바탕으로한「명천,이문구」,원효를내세운「대중속으로들어간원효」,논개의일대기를그린「별을흠모한논개」등의작품은그역사적인물들이삶을유지해왔던기조나의식을소설로재현하여잘드러내고있다.

인간사의질곡을생동감있게그려낸수록작들을읽다보면우리에게참으로소중한것이무엇인지를깨닫게된다.

저자의말

2016년『동숙의노래』이후9년만에창작집을발간하게되었다.발표한지오래된작품은이번에묶으면서몇군데수정했다.
여기에는한국사를총체적으로살펴본다는취지로한국작가회의소설분과소속소설가들이공동발간한『소설로읽는한국의여성사』『소설로읽는한국의음악사』『소설로읽는한국의문학사』에실었던필자의작품들도포함되어있다.

역사의뒤안길로사라진인물이든현존하는인물이든이글에등장하는인물들에게작가가구현한공통점이있다.
‘고통을포용하고,이를통해의지를드러낸다.’
죽음으로한삶의역사가마감되었지만남은자들이기억해줌으로써죽은자의‘의지’가살아있는것이다.
‘그런데깨어보니나혼자더군.그새는날아가버린거였어.(AndwhenIwoke,Iwasalone.Thisbirdhasflown.)’
그렇지만,‘님은갔지마는나는님을보내지아니하였습니다.’
그리하여,나는모든죽어가는것들을사랑하기로했어,라고이글의인물은말하고싶어한다.
올사월에친정어머니가돌아가셨다.구순이넘었으니가실때가되었다고말하는조문객들의위로를받으며의연한마음으로장례를모셨다.그러나차츰,묵은슬픔까지덧났다.술이익듯이슬픔이괴어올라서의식의과잉상태가나를지배했다.
‘한발제겨디딜곳조차없는.’
이런즈음에울산장생포아트스테이에입주하게되었다.공기도낯설고주변사물들도낯설고억양도매우낯설어서외계에온것같았다.나는누구이며여기왜와있나,질문하면서,그동안발표한작품을정리하며작가로서삶을되찾았다.

책속에서

“우리는지금아모르파티하고있거든요?그런데왜지랄이세요?”
관리소직원이영문을모르겠다는듯이고개를갸웃하며나를쳐다본다.
“아모르파티?그게뭐니?”
내가물었다.그러자제법똘똘하게생긴여자아이가나를보며말해준다.
“아무도모르게파티를한다는뜻이에요.”
아무도모르게저희끼리만즐기고싶은파티는도대체뭘까,나는갑자기그런생각이들었다.
(「아모르파티」,62쪽)

범태아버지와우리큰아버지는죽마고우였다고했다.
그런데육이오때전장에나가서두사람모두전사했다고했다.
우리아버지도육이오전쟁에나갔다가팔에관통상을입어서왼쪽팔이없다.
이런이유로범태오빠네와우리집에는‘용사의집’이라는나무팻말이붙어있다.
살아돌아온사람이용사지왜다치거나죽은사람을용사라고할까?죽은사람과다쳐서돌아온사람중에누가더용사일까?왜가족사진이걸려있는액자속에는큰아버지사진이한장도없을까?큰아버지는정말있었을까?죽었을까?그런의문이들었다.내가큰아버지에대해엄마아버지에게물어보면“예전에그런분이살았었다고,더이상묻지말라.”고얼버무렸다.
(「용사의집」,70~71쪽)

어떤놈일까,우리봉선언니를죽인원수놈이.
왜놈들이먹잇감을바라보듯침을흘리며논개를쳐다본다.우두머리로보이는한놈이논개옆으로다가와어깨를감싼다.역겨운체취때문에숨을쉴수가없다.그놈이아니라도상관없어,하면서애교띤눈웃음을날려주고는몸을빼낸다.놈이무르춤하게쳐다본다.한번더웃어주고는사뿐사뿐경쾌한걸음걸이로강을향해내려간다.나라는거덜이났고사랑하는사람들은죽었다.지저분하게연명을하느니차라리먼저간님들곁으로가려는것이다.혼자죽을수도있고한놈을끌고들어갈수도있다.남강의바위에다다른논개는춤을춘다.잘있거라,한많은세상이여! (「별을흠모한논개」,169~17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