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에 진달래는 피어나라 : 강민 시인 5주기 추모 시집 - 동인시 16

그리움에 진달래는 피어나라 : 강민 시인 5주기 추모 시집 - 동인시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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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불의에 맞서 정의와 사랑을 실천했던 강민 시인을 향한 추모곡
강민 시인 5주기 추모 시집 『그리움에 진달래는 피어나라』가 〈푸른사상 동인시 16〉으로 출간되었다. 항상 어려운 사람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었고, 시대와 역사의 문제를 진지하고 치열하게 인식해왔던 강민 시인을 기억하는 이들이 추모 시와 추모 산문을 실었다. 불의에 맞서 정의와 사랑을 실천했던 강민 시인의 삶과 정신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자

강민시인을사랑하는사람들

저자:강민시인을사랑하는사람들
강일구,공광규,김금용,김난석,김미녀,김선진,김영은,김윤환,김이하,김현지,나숙자,맹문재,문효치,박설희,박이정,방배추,서정란,유순예,유종,윤제림,윤중목,이경철,이명옥,이상문,이수영,이승철,이영숙,이원규,이은정,이인성,이혜선,장우원,정승재,정원도,조미희,조정애,채상근,최금녀,함동수,함진원,허형만,홍사성,홍신선

목차

책머리에
아버지의발견이라는사건_강일구
강민형을그리며_방배추(동규)

제1부실수연발
공광규_실수연발
김금용_들으셨어요?
김난석_고강민시인을추모함
김미녀_수서를지날때면
김선진_들리시나요선생님!
김윤환_동토에시(詩)를뿌리고
김이하_그리움에진달래는피어나라
김현지_강민선생님을추억하며
나숙자_인사동길
맹문재_인사동시인
문효치_강민형을생각함
박설희_마지막휴머니스트
박이정_만항재에서

제2부야인마캬
서정란_야인마캬
유순예_지팡이
유종_방귀
윤제림_축문(祝文)을지으려다그만두고
윤중목_무등을거쳐
이경철_삼도천주막
이명옥_안부를묻습니다
이수영_무반주첼로모음곡제6번사라방드,바흐
이승철_‘인사동아리랑’을외쳐부르던시인
이영숙_오더가떨어집니다
이인성_바람이사는법
이혜선_그곳에서행복하셔요

제3부거기노시인이있었네
장우원_거기노시인이있었네
정승재_철들지말자
정원도_귀천(貴天)이시니귀천(歸天)하소서!
조미희_맑은눈의노시인
조정애_눈물을닦아주는손수건
채상근_그노인이궁금하다
최금녀_따스한적막
함동수_그는웃었다
함진원_희망
허형만_나의기도는
홍사성_고사행실록(高士行實錄)
홍신선_난꽃한떨기

제4부그리운선생님
김영은_그리운선생님
이상문_강민의사랑법
이원규_큰형님,그립습니다
이은정_아,강민선생님

제5부강민대표시읽기
꿈앓이
외포리의갈매기
인사동아리랑7
비망록에서1
동오리34
이름짓기
경안리에서
명동,추억을걷는다
새는

편집후기_맹문재
함께한사람들
강민시인연보

출판사 서평

어느날강민선생님께왜큰출판사에계속재직하지않으셨냐고여쭈어보았더니,그당시노조문제가있었는데노조의편에서는바람에회사에서나올수밖에없었다고대답하셨다.경영자의편에서면살아가는데유리했을텐데,그것을버리고정의의길을택하신선생님의말씀에숙연해질수밖에없었다.
2021년『푸른사상』여름호특집으로백기완선생님을모셨다.방배추(동규),유홍준,최열,임진택,송경동등이참여했다.그때유홍준선생님께서하신말씀이떠오른다.“내가1975년에출소했는데,6남매가먹고살아야겠기에백기완선생님께취직을부탁했어요.백선생님은금성출판사의편집국장으로있는강민시인을소개해주셨어요.그래서충무로에있는금성출판사에서일하게되었어요.그처럼그무렵재야운동은강민선생님의도움을많이받았어요.강민선생님은주변사람들에게밥을많이사주시고어려운부탁을들어주셨어요.시민운동및노동운동이조직화되는시기로넘어가기전에는이렇게개인차원에서연대가있었어요.강민선생님을기억할필요가있어요.”(17쪽)강민선생님의훌륭한삶을다시금확인한자리였다.
-맹문재(문학평론가·안양대교수)

책속에서

1.
시보다말씀이더재밌는거같아서/또실수(공광규)
배포큰선배님말씀과시인정신을/포도나무도기억하는지(김금용)
삶도이야기하셨다//다가가면지하수도흘렀다(김남석)
따뜻했던말과웃음/그런흔적들(김미녀)
소중했던인연의꽃과나무(김선진)
무엇하나소중하지않으랴(김영은)
시인들의아버지였던선생님(김윤환)
시인의깊고질긴사랑을어찌할것인가(김이하)
짜아식!이제왔냐?하시며반겨주실테지요(김현지)

2.
그가밟았던길들이일어선다(나숙자)
형님이없는인사동거리는/너무쓸쓸해요(문효치)
축복의역사여서다만그리울뿐이네(맹문재)
외포리의갈매기는오늘도아름다운비상을하는데(박설희)
언제어디서누구든넉넉히품어주시던천하대인(서정란)
선생님의오롯한친필이촛불보다훤했다(유순예)
구석에서조바심내더라도/눈치주지마시기를(유종)
끊어진방파제를손보아야겠습니다(윤제림)

3.
아버지라아들이라서로부르며그날꼬옥안아드렸던선생님(윤중목)
배고픈자술고픈자/아낌없이베풀고(이경철)
못다한이야기보따리풀어놓으셨나요(이명옥)
말소리는부드러웠지만말속에쇠심을박은것처럼강했다(이상문)
천알의밀알,만알의밀알들(이수영)
선생이소리높여외쳐부르던인사동아리랑(이승철)
독해하지못하는우리의무지라고나할까요(이영숙)
대륙횡단기차표를생각하면가슴이먹먹해집니다(이원규)
선생님은사랑이시다(이은정)
누가길을물어오면돌아가는길을알려주리라(이인성)
‘사람’을사랑하고‘정의’를귀히여기고(이혜선)

4.
흘러서이렇게또/우리를적시네(장우원)
광화문촛불물결/배고프다하시며(정승재)
돌아가환히웃으시는군요(정원도)
꽃이진다고다시꽃이오지않겠는가(조미희)
언제나눈물을닦아주는손수건이셨습니다(조정애)
후배들에게인간적인선배로기억되는분(채상근)
내보이지않으셨던따스한적막(최금녀)
끝까지주제는전쟁과민주화였다(함동수)
양심을들고광장으로간다(함진원)
나의기도는사막이다(허형만)
스스로는/밤하늘이되었지요(홍사성)
시종이일관했던당신의인품(홍신선)

5.
시를쓰셔서시인이아니고느끼고살아가시는게시로구나(강일구)
사회적약자를위해힘써왔던참된민주투사였다(방배추)
―책머리에

세상에나가살다숨이막히곤하는때면아버지를찾아뵙거나전화를드리곤했다.그리고어머니께서소천하시고아버지께서이못난자식과같이살아주시기로한다음에야알게되었다.아버지께서는시를쓰셔서시인이아니시고,느끼고살아가시는게시로구나.이후에도나의바닥을들여다본것같은부끄러움에휩싸일때,나는곁에계신아버지께서읊조리는나지막한콧노래소리에위안을얻었다. ―강일구,「아버지의발견이라는사건」(15~16쪽)

사회적약자를위해힘써왔던참된민주투사였다.
내가박정권과전두환정권때두번이나감옥소에서고생하고나왔을때도제일먼저부인과함께찾아와위로와용기를북돋아준고마운친구였다.지난광화문촛불집회에도빠짐없이참석했다.항상민중의일원으로투쟁현장에서묵묵히자기가할일만하고남달리이름을내세우지않는그런사람이었다. ―방배추(동규),「강민형을그리며」(18쪽)

아직도이땅은시인의비망록에묻힌
비참한어느한곳이다,싱싱한살육의벌판이다
그러나그미로속으로얼쩡거리는그림자
머뭇거리며걷는미로의배회는끝나지않았다
건물도바뀌고사람도바뀌고인심도바뀐
점점서걱거리는인사동모퉁이에서,명동어디쯤에서
시대를같이한벗들의자취더듬으며그어둠에스미듯
스스로역사의한자취가된유목민으로
피난길에만난,북에서온친구를보내고외로웠던시인
광풍같은피의역사를지우며술한잔을나눈
북에서만난그시인은잘계신가또그립고
외로운이땅에서가난과병으로낙오병처럼절름거리며
멈칫멈칫이거리저거리에서한세월보냈더니
무잡한세상이라니,한마음낄자리없어방관자가되었다니
촛불과함께,옛조선에부여에고구려에백제에신라에고려,조선에핀
진달래를만난듯달뜬얼굴로일민중(一民衆)―민주의불씨피워
느껍게저깊이움츠린목을뽑아소리치며
참혹한병신년(丙申年)을건너던시인의의지는아직너끈했다
오랜배회를마치고비로소물큰한민중의가슴에안겨
그깟철조망쯤이야,그깟지뢰밭쯤이야
수시로넘나드는이겁없는사랑을어찌막을것인가
머리를백두에두고다리는한라에걸친
시인의깊고질긴사랑을어찌할것인가
아무렴,인사동거리어디선가홀연히묻힌이름아니라
곰탕집골목이거나귀천,오줌골목에서
무심코불쑥불쑥튀어나와시대와어깨동무하는
한시절아픈문학을살다간시인의불멸(不滅)을
진달래봉긋봉긋피어오르는봄날하냥보겠다
―김이하,「그리움에진달래는피어나라―촛불시인강민을그리며」(30~40쪽)

<한무리꽃잎처럼
갈매기무리져날고있다
아름다운비상이다
싱싱한자유다
소망이다>

어젯밤그들은어느꿈에머물다
아픈추억물고
여기외포리바다위를날고있는가

북녘의바다에서남녘의하늘로
남녘의바다에서북녘의하늘로
내겨레뜨거운가슴은여전히먼데

무리져끼득이는자유의갈매기
우리소망은어디서날고있나
가고파도못가네
그리워도못만나네
아,우리사랑
누가이땅을둘로갈라놓았나
―강민,「외포리의갈매기」(117~11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