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올해의 문제소설 : 현대문학 교수 350명이 뽑은

2025 올해의 문제소설 : 현대문학 교수 350명이 뽑은

$19.24
Description
새로운 문학적 감각과 세대적 감수성의 창발적 진화,
그 신호탄을 쏘아 올리는 소설들
2024년 한 해 동안 문예지에 발표된 중·단편소설 중 한국현대소설학회에서 선정한 11편의 작품을 수록한 『2025 올해의 문제소설』이 푸른사상사에서 출간되었다. 다양한 서사 문법과 편폭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는 작가들의 새로운 문학적 감각과 세대적 감수성을 만나볼 수 있다.

저자

한국현대소설학회

엮음:한국현대소설학회
현대소설분야를전공하면서‘한국의현대소설’을강의하고있는교수들을중심으로결성된연구학회이다.이학술단체는현대소설을연구하고자료를발굴·정리하며연구결과의평가를통해이론을정립,한국현대소설연구의새로운방향을제시하는것을목적으로하고있다.

목차

책머리에

김병운|만나고나서하는생각
[작품해설]속죄의깊이와보상_신종곤

서고운|여름이없는나라
[작품해설]피로사회에서‘함께’살기_김지영

서장원|리틀프라이드
[작품해설]누군가의삶이스크롤될때_곽승숙

성해나|스무드
[작품해설]약한연결_김남혁

예소연|작은벌
[작품해설]허위적삶에서진실한얽힘으로_신제원

이미상|옮겨붙은소망
[작품해설]진화하는이야기와희망_이정현

이서수|AKA신숙자
[작품해설]그녀를안다,사랑한다,그리고모른다_민선혜

이주혜|괄호밖은안녕
[작품해설]언어의심연과환대의조건_김보경

이준아|청의자리
[작품해설]자리를구하는사람들_강도희

이희주|최애의아이
[작품해설]FAN_노태훈

최미래|과자집을지나쳐
[작품해설]그러나만약우리가손을잡고걷는다면_안세진

출판사 서평

한국현대소설학회가주관하는『올해의문제소설』은1994년처음발간된이래로해마다문예지에발표된소설중그해에주목할만한문제작을선정하여엮어왔다.이번『2025올해의문제소설』에는2024년한해동안발표된중·단편소설중에서11편작품을실었다.현대사회의단면을포착하여저만의문제의식과밀도있는언어로문학의지평을넓혀온작가들이모인것이다.특히한국현대소설을연구하고가르치는대학교수들이직접작품을검토및선정하고해설을달아,독자들의소설읽는즐거움을더한다.

이책에서는다양한서사문법과편폭을통해새로운시장을만들어가는한국문학의흐름을살필수있다.최근한국문학의변화를이끌어왔던페미니즘및퀴어문학뿐만아니라다양한소재와주제를반영한소설들도눈에띈다.한국사회의초상이며현대인들의애환을담은서사들도주목할만하다.새로운문학적감각과세대적감수성의창발적진화,그신호탄을쏘아올리는소설들을이책에서만나볼수있다.

책속에서

나는나를단숨에밀어내는듯한진동에뒷걸음질치기시작했다.물속을걷는것같은무게감과저항감을느끼면서,동시에내발이점점더다급하게움직이는것을지켜보면서.이대로돌아서면오래도록후회하리라는걸알면서도돌아섰고,여기서달아나면영영죄스러우리라는걸알면서도달아났다.그렇게나는,도망쳤다.
(김병운,「만나고나서하는생각」,23쪽)

미주의어설픈위로에덕희는톡쏴붙였다.대화는대충그렇게끝이났다.둘은조각난딸기더미에설탕을붓고나서한동안마주앉아있었다.한사람이하나의삶을지탱하는것보다는두사람이두개의삶을지탱하는편이낫다.비슷하게고생하고비슷하게안쓰럽고비슷하게불행하면서도종종같이즐거울수있는미주와의삶이딱좋았다.
(서고운,「여름이없는나라」,51쪽)

“이거……정말힘들지않나요?여러가지로요.”
오스틴은다안다는듯고개를끄덕였다.그는사지연장술에대해한참설명한다음,이제거의마음을굳혔다고덧붙였다.
“그렇게해서,새출발을하고싶어요.좋은여자도만나고요,페미가아닌좋은여자.”
(서장원,「리틀프라이드」,81쪽)

내말에미스터김이고개를힘차게끄덕였다.‘열사’가무슨뜻인지묻자그는생각에잠기더니아주좋은사람들이라고풀이해주었다.
아주좋은사람들.그의말을나도미온하게나마수긍했다.여기모인이들은모두좋은사람들같았다.대가없이호의를베풀고수고를마다않고마음까지내어주는온정으로넘치는이들이었다.
(성해나,「스무드」,120쪽)

게다가이중일은이일이싫었다.타인의삶과죽음에대해서도제대로생각해보지않은채오래도록이일을해왔고환자들의삶에관여하는것은정말이지,죽도록싫었다.그래,죽도록.이중일이건사해왔던그이상한평화는,그들의삶에관여하지않고서야가능했다.
(예소연,「작은벌」,149쪽)

n&n’s는세상물정에어두운사람이전혀아니어서아파트를팔겠다는아이디어를떠올렸을때에도앞으로집값이계속오르리라는것을알았다.그런데도남편에게이렇게말한것이다.“여보,나살면서한번은돈을이겨보고싶어.아파트를팔아버리자.손해볼까전전긍긍하지말고선제적으로손해를봐버리고손해로부터자유로워지자.”
(이미상,「옮겨붙은소망」,174쪽)

미리야……나는중요한일을하려고태어난사람이라는생각이이나이에도자꾸만든다.왜그럴까.이우주에신숙자로태어나헬레나로살어리랏다,가되는건불가능한일인데.
엄마,양말포장하는것도중요한일이야.
맞아,그것도중요하지,하고숙자씨가순순히답했다.
(이서수,「AKA신숙자」,217쪽)

오직손짓과몸짓,표정만을동원할뿐인데이상하게도여자가무슨말을하려는지저절로이해되었다.여자는마임배우라고해도좋을만큼동작이섬세하고표현력이뛰어났다.몸에서출발한언어는의식적인해석의노력이필요없게단단한괄호에담겨곧바로내몸에도착했다. (이주혜,「괄호밖은안녕」,237쪽)

윤은단을발견하고활짝웃었다.여전히걷지않는다리위에는청을만들기위한과일꾸러미가한가득얹혀있었다.단은당장이라도그과일들을물가에내동댕이치고윤을휠체어에서끌어내리고싶은충동을느꼈다.
(이준아,「청의자리」,262쪽)

스스로를사랑할수있는기회를놓쳐버렸고,그기회는앞으로도오지않을것이다.진짜비참하지?그런데이렇게비참한내가사랑할수있는아이를가졌다는건얼마나행운인가.다른누구도아닌유리의아이를.
(이희주,「최애의아이」,302쪽)

힘없이걷는두사람앞에과자집이보였다.달콤하고알록달록한과자집이하나,둘,셋,넷끝없이.우리는앞으로과자집을몇개나더지나쳐야할까.모든과자집을무사히지나칠수있을까.구운과자냄새는어찌나향긋하고부드러운지.
(최미래,「과자집을지나쳐」,34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