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의 코끼리

고요의 코끼리

$18.29
Description
세상의 고요를 진동시키는 역동적인 이야기들
김동숙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고요의 코끼리』가 푸른사상 소설선 69로 출간되었다. 작가는 치밀한 문장으로 환대와 적의, 상실감, 고독 등 현대인의 삶의 한 국면에서 마주하는 감정들을 예리하고 세밀하게 그려낸다. 세상의 고요를 진동시키는 역동적인 이야기들은 독자들을 깊게 울린다.
저자

김동숙

저자:김동숙
2011년『경상일보』신춘문예에「매미울음소리」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2019년경기문화재단창작집발간지원에선정되어소설집『짙은회색의새이름을천천히』를펴냈다.2020년영축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작가의말

가장최근에만난사람
고요의코끼리
노란색삼선슬리퍼
짠바람이불고있다
불편한쪽으로앉으세요
눈부처
낙원다푸르로가는밤

작품해설:정동의관계론혹은감응의사회학_임정연

출판사 서평

김동숙작가는두번째소설집『고요한코끼리』에서반듯하고치밀한문장으로환대와적의,상실감,고독등삶의한국면에서마주하는감정들을예리하고세밀하게그려낸다.세상의고요함을진동시키는역동적인이야기들이이소설집에펼쳐진다.
이소설집에서는취약하고고립된존재들의순간을포착하고있다.표제작인「고요한코끼리」는동명의두사람이등장한다.텅빈통장잔고앞에서살길이막막한‘유희’는새직장을찾는동안빌라아래층여자를대신하여뇌병변장애2급의32세남성인동명의‘유희’씨를돌보는일을맡는다.남은삶을코끼리와지내고싶다며낡은다마스한대만남기고떠난아버지,폭설이내린어느날사라진유희씨와길고양이등일련의사건들로유희는자신이얼마나외로웠는지,고양이가유희씨가얼마나위안이되었는지깨닫게된다.한편비릿한‘짠바람’이부는항구를배경으로,이상과현실사이에서갈등하는인물들을그린「짠바람이불고있다」,수학여행을떠났던학생들이침몰된배에서결국돌아오지못한딸과‘보상’을운운하는잔인한눈길들을그린「노란색삼선슬리퍼」등이눈길을끈다.
‘앞으로나아갈수도,뒤로돌아갈수도없는긴터널앞’에서있는이들에게사려깊게반응하고,그들의내밀한마음에귀기울이는저자의모습이따뜻하게다가온다.

작품세계

김동숙의소설은존재의모서리와가장자리에웅크린마음들을주목한다.모호하고수상한,그래서자칫‘아무것도아닌것’으로취급받기쉬운감정의옹이들을찾아내그응달진세계를자신의문학공간으로점유한다.그렇게김동숙의이야기들은일렁이다흘러가고,스며들어물들이는마음의행로를따라고요하게만개한다.
두번째소설집『고요의코끼리』에실린일곱개의이야기에도환대,적의,모욕,수치심,슬픔,상실감,불안,공포,고독과같은친숙한감정들이관계의변화와이행을따라매순간낯선표정을지으며위태롭게출렁거리고있다.그러면서도삶의매국면에서발생하는감정을예리하고심원하게묘파해내는김동숙의단단함과정갈함은여전하다.
김동숙소설의변칙적이고다면적인감정작용을‘정동(Affect)’의관점에서포착해보고싶어진것은순전히이런이유에서다.거칠게표현하자면,감정이단일하고통합된정서를일컫는반면,감정의역동성,수행성,관계성에정초한스피노자-들뢰즈적개념으로서의정동은하나의감정안에존재하는상이한정서들의집합이자외부의자극을감지해촉발되는정서적반응상태를의미한다.나아가이것은한개체의심리적범주를넘어주체와대상혹은이를둘러싼모든요소들,즉이질적인것과의마주침에호응해변화되는‘감응’의능력이라고할수있다.
김동숙은존재의마주침이야기하는감정작용과이들의불협화음을정동의형식으로조직해내는데능숙하다.작가의이런특기가여지없이발휘되고있는『고요의코끼리』에서감정은하나의실체로고정된명사로수렴되지않는다.감정은생성·변형·유동하는동사로,타자와관계맺게하고다른차원의사유로옮겨가게하는정동적전회를통해역동적이고도실제적인힘으로수행된다. ―임정연(문학평론가,안양대교수)해설중에서

저자의말

경적소리에눈을떴다.깜박잠이든동안신호등은초록색으로바뀌어있었다.그러나차량의물결을눈으로만좇으며머뭇거렸다.알수없었다.

어디에있는지,어디로가던중이었는지.

헤드라이트가뿜어내는불빛들은또렷하게눈부시었지만,어둠에잠긴주변풍경들은흐릿하게낯설었다.신호대기하는그짧은시간동안,시공간을분간할수없을정도로깊은잠에들었던스스로는더욱낯설었다.그러나나와마찬가지로고단한하루를마쳤을차량들은기다려주지않았다.멈추지않는경적소리에떠밀려무작정나아갈수밖에없었다.핸들을꽉붙들고가속페달을밟았다.나자신을잃어버릴지도모른다는두려움에눈물을조금흘린것도같았다.
오롯이글을쓸수없는나날이었다.
백미러에불안한눈길을무연히던지다뒷좌석의누군가와시선이마주쳤다.그누군가는차안의소리없는혼란을무름하게감싸며고요히앉아있었다.고요의코끼리는아무런말도하지않았지만대단히중요한일이일어났다.알수있었다.

어디에있는지,어디로가야할지.(중략)
앞으로나아갈수도,뒤로돌아갈수도없는긴터널앞에서내게로와주었던고요의코끼리.이책을읽는분들도자신안의고요의코끼리를만날수있었으면좋겠다.천천히,조금씩.

혹고요지역을여행하다가코끼리를만나면그행운을즐겁게받아들이시길바랍니다.
고요의코끼리가잠시당신에게로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