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기쁘다: 한강의 문장들

봄에는 기쁘다: 한강의 문장들

$19.50
Description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문장으로
시대 상황과 인간의 내면을 통찰한다
민정호 교수(동국대 국어국문학문예창작학부)의 『봄에는 기쁘다:한강의 문장들』이 푸른사상의 교양선 23으로 출간되었다. 스무 살 시절에 겨울을 버티듯 읽었던 한강의 작품들을 다시 탐독하며, 한강의 문장을 자신만의 감성으로 해석하면서 시대의 아픔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심리를 통찰하는 독서 경험을 독자들과 공유한다.
저자

민정호

저자:민정호
울산에서태어났고,일곱살이후파주에서자라났다.읽고쓰는것을좋아해동국대학교국어국문학과에입학하여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동국대학교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에서학생들을가르치고있다.틈틈이책을읽어다정한글을#북스타그램을올리는데,이책의글들은모두그로부터출발한것이다.저서로는『이유없는다정함:김연수의문장들』이있다.

목차

작가의말

1봄
2호기심
3뒷모습
4출가
5만남
6꽃
7물구나무
8어른
9위로
10장례식
11양심
12소생
13차가움
14혼자
15그곳
16규칙
17배제
18방어
19접촉
20소통
21연결
22재건
23영원히
24의미
25기억
26우리
27의지
28함께
29습관
30심장
31자전거
32황홀
33가면
34사랑
35선
36관찰
37뒷면
38유다
39바람
40이야기
41태도
42부끄러움
43함께
44견디는법

참고자료

출판사 서평

『이유없는다정함:김연수의문장들』을통해소설을읽고감상하는새로운방법을제안한저자가이번에는한강의소설을탐독하며『봄에는기쁘다:한강의문장들』을펴냈다.노벨문학상위원회의안데르스올슨위원장은한강을2024년노벨문학상수상자로선정하면서,“육체와영혼,산자와죽은자사이연결고리에관한독특한인식을시적이고실험적인현대산문으로표현한혁신가”이며“은유를통해강렬한시적산문을보여주었다”라고말했다.스웨덴아카데미회원안나카림팔름은“그의산문은매우강렬하면서도서정적이고부드러우면서도잔인하다”고평했다.야만의시대를살아간사람들의깊은상처를섬세한문장으로표현해낸한강의작품들은국경을넘어읽는이의마음을울리는것이다.

저자는스무살시절에겨울을버티듯읽었던한강의작품들을다시탐독하며,한강의문장을자신만의감성으로해석한다.제목인‘봄에는기쁘다‘는한강의소설집『내여자의열매』에실린단편「아기부처」에나오는“겨울에는견뎠고봄에는기쁘다”라는문장에서가져왔다.아픈시대속에서부대끼며살아가지만그래도봄이오면기쁜사람들을이해하고공감하는독서경험을이제이책을읽는독자들도나눌수있을것이다.

저자의말

나는소설을좋아해서국문학과에입학했다.신입생신분으로첫학기에‘한국문학의이해’라는수업을듣게되었다.첫수업에서김승호교수님은“여러분은한국문학이라고하면한강같은작가만떠오르지요?”라고말씀하셨는데,그때처음으로‘한강’이라는이름을들었다.‘한강’이라는이름때문이었을까?첫수업이30분도채안돼끝나자마자그길로도서관에갔고,바로『내여자의열매』를빌려읽었다.그당시파주에살았던나는동대입구역에서구파발역까지30분을지하철을타고가면서,구파발역에서파주까지60분을버스를타고가면서,그책을읽고또읽었다.지하철과버스를기다리며갈아타는시간에도그책을읽고있었으니까장장두시간동안그책과씨름한것이다.그때무슨생각을했냐면,스무살이감당하기에는너무어렵다는생각을했었다.그게무슨말이냐고?아무리이해하려고노력해보아도,다가갈수없는어떤캄캄한‘터널’같은게그책과나사이에존재했다는말이다.

20년이훌쩍지나우연히나카시마미카(中島美嘉)의〈내가죽으려고생각한것은(僕が死のうと思ったのは)〉을듣게됐는데,그때내가느꼈던그터널이무엇을의미했는지를알게되었다.그녀는가수에게매우치명적인‘양측이관개방증’을앓고있어서활동을중단한적도있었고,세살연하의배구선수와결혼했다가이혼한적도있었다.그런그녀가가슴을치며,때로는무릎을꿇고스피커에자신의손을대면서‘죽는것만생각하게되는것은분명살아가는것에너무진지하기때문이야’라는가사를노래하는데,불현듯한강의『내여자의열매』가다시생각났다.그러니까어떤식으로든이해하기위해서무릎을꿇고스피커에손을대면서몸부림치지못했던그시절,스무살의내가생각난것이다.누군가갑자기이책을왜썼냐고묻는다면,20년전에느꼈던그터널속문지방을한번넘어보기로결심했기때문이라고말해야겠다.몸부림쳐보니,이제뭔가조금알것도같다고고백하며말이다.

책속에서

겨울이가면봄이와야하는데,여전히겨울인사람들도있다.『고흐그림여행』을보면,고흐는파리에서두번살기회가있었지만,도회적인인상파화가들의화풍을흡수하지않고자신의“농촌지향적인성향”(134쪽)을그대로유지했다고한다.만약고흐가자신의농촌지향적성향을세련된도회지와비교하며촌스럽다느끼고,이를감출목적으로도회적인인상파화풍만을따라하며그상태를버티고또버텼다면?누구나좋아하는지금의고흐는우리가알고있는그고흐가아니었을것이다.결국,겨울이가도여전히겨울인이유는‘잘못된선택’을하고도그선택의결과들을손에쥔채로어리석게만버텼기때문이아닐까?소설에서는분명하게말하고있으니.“눈물로세상을버티려고하지마라.”(119쪽)나는내선택의정당성을훼손하지않으려희생하고헌신하는가장이라는미명하에어리석게도눈물로버텨나간꼴이었으니,입이열개라도할말이없다.그날새벽,아내와이야기한후?정신이번쩍들지않았다면,거짓말일것이다.아내덕분에나는겨울에는견뎠고봄에는기쁘다.(17쪽)

수전손택은『해석에반대한다』에서“지금중요한것은감성을회복하는것이다.우리는더잘보고,더잘듣고,더잘느끼는법을배워야한다.”(34쪽)라고말했다.예전에계절학기로개설된글쓰기수업을이공계열학생하나가수강했다.그때항상심드렁했던그학생표정이마음에걸려쉬는시간에조심스럽게수업이어떠냐고물은적이있었다.뭔가를골똘히생각하던그학생은문학이라는게,또감성이라는게,하나의비현실적환상같다는말로나를적잖게당황시켰다.자신은당장4학년이라서취업을해야하는데,이런수업이자신에게왜필요한지모르겠다고도말했다.그런데그학생의대답을들으면서나는역설적이게도수전손택의지적,‘감성의회복’이필요하다는바로그주장이생각났다.구구절절한말들이,혹은지나치게풍부한설명들이오히려뻔할뻔자라는확신을만들고,감성적해석의여지자체를줄여버리는구나.다시말해서기억하고소통할가능성자체를배제해버리게만드는구나.여기서중요한건감성이구나,하고말이다.(95쪽)

사실나도많이궁금했다.인선어머니는왜그렇게아픈몸을이끌고제주와육지를오가며전문가도구하기도힘든자료들을모았을까.인선은좋은감독커리어를쌓고있다가혹평을받을줄알면서도세번째다큐멘터리에서갑자기제주4·3사건을왜다뤘을까.게다가혼자감당하기에너무나버거운‘작별하지않는다’프로젝트를왜그렇게까지손가락이잘리면서까지준비해야했을까?인선이1948년제주도를다룬다큐멘터리를가지고영화제에참석했을때,본인의사와상관없이“아버지의역사에부치는영상시”(236쪽)라는부제가붙었는데,인선은이부제를전면부정한다.이영상이아버지를위한게아니라는말이다.경하는다시그프로젝트를언급하는인선에게자신이꾼악몽은더이상광주와는상관이없다고,자신에게있었던안좋은가정사가꿈으로나타난거라며,꿈의의미가바뀌었기때문에프로젝트를더이상할필요가없다고말한다.그때인선은경하에게이런말을한다.“……내가있잖아.”나는이대답을보고알게되었다.인선은경하와의약속을지키기위해그프로젝트를하는게아니라는걸.인선이다큐멘터리를만든것도아버지를위한게아니라는걸.인선어머니가아픈다리를이끌고자료를모으고유족회활동을한건오빠유골만을찾기위한게아니라는걸.그건모두에게“……내가있잖아.”라고말하기위해서라는걸말이다.(128~12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