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문 날들이 많았다

머문 날들이 많았다

$12.42
Description
소외된 존재들과 함께하는 공동체의 가치를 추구하는 시
박현우 시인의 시집 『머문 날들이 많았다』가 푸른사상 시선 204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이웃을 비롯한 사회적인 존재자들과 친밀감을 토대로 개인적인 윤리와 아울러 사회적인 윤리를 만들어간다. 소외되고 파편화된 자신을 극복하는 것은 물론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자세로 사회 공동체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저자

박현우

저자:박현우
전남진도에서출생하여조선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였다.고등학교국어교사로오랜기간재직했다.참교육운동을하던1989년『풀빛도물빛도하나로만나』(부부교사부부시인공동시집)로작품활동을시작하였다.
시집『달이따라오더니내등을두드리곤했다』『멀어지는것들은늘가까운곳에있었다』가있으며,<시가꿈꾸는그림,그림이꿈꾸는시>(부부시화전,그림홍성담외7인)를개최하였다.한국작가회의이사를역임했다.

목차

제1부아적은꽃
늦맺이/틈을메우며/아적은꽃/입동/그러고도한참/배동/울컥/은목서가있는풍경/정류장옆느티나무/월영(月影)/아무래도나는/통증/고하도가는길/상외상(像外像)/광장의밤/바다를건넌사람들

제2부아무리맵다고
꽃편지/조기교육/소주잔받던날/아무리맵다고/어떤인연/소만죽추/밥은먹고사냐/봄동/첫눈몸살/간지런데가있는갑소/보따리두개/고맙다는말/매미/뻥을튀기는리어카옆에서/구두를닦으며

제3부갔다가또와
사거리집감나무/갔다가또와/하늘다람쥐한마리가/목련꽃이웃었다/하루/참새가놀던자리/지우개를찾습니다/드들강에앉아/가을비에부르는이름/칼국수먹는데/청보리밭에서/총각김치/지금은수술중입니다/애증의그림자/위위불진(爲爲不盡)

제4부진도,그거리쯤에서
벽파항/피뻘등/진도,그거리쯤에서/감서리/댓돌에눈이가네/현우랑께그라네/자네참용하네/수심(愁心)/초헌잔올려놓고/파문1/파문2/마지막꽃도지네/겨울,소화네집/큰나무그늘/동천(冬天)

작품해설:긴시간의너른품-맹문재

출판사 서평

박현우시인의시세계를형성하는주요요소이자토대는시간인식이다.시는본질적으로시간예술에속하므로시간성을띠는것이그의시세계를부각하는특징이라고볼수없지만,지배적인면이기에주목된다.시인은작품에등장하는인물들의행동이나상황을시간인식으로반영한다.지나간시간을단순히회상하는데그치지않고현재나미래의시간으로연결해존재성을나타내는것이다.
시인의시간인식에는자기를긍정하는세계관이들어있다.이세계속에서자기존재를부정하거나배제하지않고지속적으로견지한다.자기의처지를비관적으로여기기보다는만만하지않은삶의조건들을기꺼이품고나아간다.분노나불안같은정서에굴복당하지않고“세상에눈감는자가되지않”(「꽃편지」)는자세로사회적참여를늘인다.이기적인자세에서벗어나주체적인사고로타인과의친밀감을높이고신뢰를쌓는다.
자본주의체제에순응하는사람들은자기이익의추구에함몰되어다른이들과경쟁할뿐연대의기회를마련하기가쉽지않다.사회의한구성원으로서공동체가치를추구하지못해“너무많은뻥에뻥튀기를당”(「뻥을튀기는리어카옆에서」)하는것은물론자기자신으로부터도소외당한다.시인의시간인식은이와같은상황에놓인사람들의자기애를회복하는역할을한다.사회적존재성을자각해궁극적으로다른사람들을품는인간가치를추구하는것이다.
시인은시간을연대기적으로기술하지않고입체적으로구성해현실을인식하는거울이나미래를지향하는푯대로삼는다.결과보다도과정에대한이해와탐색으로사람들과함께하는세계관및역사관을제시한다.시인의그시간인식은사실을기억하는감각과사회적정서가더해져넓고도무겁다.
―맹문재(시인·안양대교수)해설중에서

시인의말

<고백>

내벽을쌓고그렇게
바람따라바람도없이흔들리고흐르고
꽃잎보다뿌리를섬기던
낡은족보가슴에담아

그렇게쓴

견고하다자찬한벽들에금이가면
틈비집는무명의씨앗처럼
역설이역설을만난
무화과처럼

머문날들이많았다

책속에서

<늦맺이>

저거제구실이나할까몰라

강아지풀아늘거리는길
한세상짚고가는지팡이

폭우에쓰러진콩대붙들어매다가
구부정한허리펴던

뿌리까지마음이통했는지
느지막이가지마다구실이생겼다

머문날이많았지만.

<청보리밭에서>

마당가득보릿대쌓이고
타작기도신명나게난장을칠적이면
일꾼들얼굴가득땀먼지범벅되어
번들거리곤했지

이따금시원케바람이라도칠양이면
흩날리는꺼시라기에
타작기멈춰두고땀을훔치며

워따메징한것들그틈에사타구니파고든다며
우스갯소리잘도하던개울재아짐도
새참이늦어서선소리가안나온다며
타작기늦추던선배아재도없는

고창청보리밭축제사람들틈에끼어
까칠한땡볕속거닐다보니
한시절도어느덧바람의시가되어
깔끄럽게출렁이고있었네.

<갔다가또와>

장성사거리자라뫼밭에가니
갈아엎은이랑사이뾰족이솟는풀

저리모진것들과함께한

처가마지막지키시는이씨할머니
뒷짐지고나와

가버린시절허리굽히는동안
다가오는모든것이그리움이라

손수짠들기름손에안기며
“갔다가또와~”

이승의더없는여운이여.

<마지막꽃도지네>

별도없는밤,바람만거세
잡히지않는사랑은어둠에묻혀
누군가흘리는외로운달빛
떨어져쌓이네흩어지네

처음처럼새롭던꽃잎도향기도
나만홀로길어내는우물물인듯
넘치는사연들기다림되어
제무늬마저보내고나면

줄기마다굵어오던아픔이아직남아
씨방을톡톡터트리는것이어서
얼굴붉히며멀어진꽃잎처럼
남몰래자분자분떠오를지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