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의 바탕과 바닥

죄의 바탕과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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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끊임없이 수행 정진하는 시작(詩作)의 경이로움
강태승 시인의 시집 『죄의 바탕과 바닥』이 푸른사상 시선 205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불가의 선승이 수행하듯 생명체의 허기와 슬픔 등을 화두로 삼고 끌어안는다. 인간의 삶과 죽음조차 구별하지 않고 근원의 죄는 물론이고 가족과 노동과 시간 등을 깊은 내재율로 노래한다.
저자

강태승

저자:강태승
1961년충북진천백곡에서태어났다.2014년『문예바다』신인문학상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머니투데이경제신문』신춘문예대상,김만중문학상,한국해양문학상,추보문학상,포항소재문학상,백교문학상,해동공자최충문학상,무성서원상춘문학상,김명배문학상을수상했으며,시집으로『칼의노래』『격렬한대화』『울음의기원』이있다.현재민족문학연구회회원이다.

목차

제1부
물방울과햇빛/민들레/소신공양하기/벚나무가피는뜻은?/하나로묶기/슬픔의기원/즐거운수술대/하얀허기와검은허기/진달래개나리목련/지구가생기기전에지옥이도착했다/울화(鬱火)또는울화(鬱花)/저승동행명령서/사랑의기억/슬픔깎아먹기/낙화/정신현상학

제2부
노동하시는하느님/물소와사자의지옥건너가기/빗방울의계보(系譜)/뼈의비밀/폭력이푸른세렝게티/흔들리지않기/죄의바탕과바닥/죄의꽃이핀아프리카/염습(殮襲)또는빈집/죄의질문/햇빛에시집말리기/나속의사람/죄의유효성?/노동의선물/겨울의비결/맛나게죄를먹고있다

제3부
신비한거리/감자를심는시간/개의치마시고/절벽에피다/주름또는걱정의힘/석류의발설(發說)/나이테의시간/막걸리/말해봐/방(房)그리고손님/사람속의사람/쉬운방법으로행복하기/검은산/지독한대화/불꺼진집?/0실(室)에입원하기

제4부
논이사는법/노동별곡/화두(話頭)또는화두(花頭)?/즐거운쟁기질/속도/죽음이웃는뜻은?/이탈?속탈?해탈?/방화(放火)/허물벗기/매화가피는뜻은?/죄가없는나무가되어/아버지와이별하기/시(詩)채집하기/옷벗기/하느님의시(詩)를읽자/폭설이내리는마을

작품해설:시(인)의수행정진,‘태초의내재율’에공명하는-고명철

출판사 서평

(전략)
차마말못할숱한사연을가진수좌는속세를떠나불가에입문하여도량(道場)에서불성(佛性)에이르는수행정진중이다.이수행이야말로물방울이함의한성(聖)과속(俗)의진성(眞性)을온몸으로깨우치는것이되,여기에는햇빛이온축한성과속의진성이물방울과서로조우하는가운데불성을득의(得意)하는경이로움의속성을띤다.수좌의이러한수행정진은,달리말해강태승시인의시작(詩作)과관련한일체라해도과언이아니다.강태승시인의이번시집을관류하고있는것은「물방울과햇빛」에서음미한바,수좌로서시인이불성을득의하고자부단히수행정진하는시작(詩作)의경이로움자체다.
(중략)
이번시집의제명이기도한‘죄의바탕과바닥’은‘지옥/천국’의대위적인식과상상에제동을건다.지금까지몇편의시를톺아봤듯이,강태승의시편들은시(인)의수행도정과다를바없다.「물방울과햇빛」의수좌승이시인과동일성을갖듯,그렇다면불도(佛道)에수행정진하는‘수좌승=시인’에게‘지옥/천국’은서로정반대의대위적윤리철학세계로함부로구분되는게아닌,다시말해불가의불이론(不二論)이함의하는,근대의합리적이성으로서로다름을인식하고구별짓기하여타자를맹목적으로배척하고타매하는것과다른차원의진리탐구를요구한다.강태승시의‘슬픔의풍요’가자아내는시적공명에감응하는이유다.그러면서‘죄’자체를전면부정하는것은결코아니다.다만,‘죄’를낳는,그리고‘죄’와연루된것과절연된,‘죄’의어떤고유영역을‘죄의바탕과바닥’으로구분지을수없다며수행정진하는‘수좌승=시인’의존재를거듭주목하자.
(중략)
강태승시인의시적수행정진이불이론(不二論)과성속(聖俗)의포개짐과어떤경계의자연스러운넘나듦이함의하는시적진실의도정임을주목하고싶다.아울러그의시작(詩作)이우리의일상속‘태초의내재율’을향한시의감응력이배가하는것임을주시하고싶다.그럴때우리는시적화자가막걸리를마시며슬픔과기쁨이뒤섞이는삶의떨림에대한시적재현으로서의내재율이미치는시의감흥에함께전율할터이다.(하략)
-고명철(문학평론가,광운대교수)해설에서

책속에서

<물방울과햇빛>

물방울이새벽예불하러가는수좌의
발목에숨어불당으로가고있다
시생대적시고원생대가슴에고였다가
고생대의눈동자를반짝이게하던
길짐승날짐승의발톱과날개를
세웠던물방울이새벽예불을한다
하늘땅억년에억년오르내리다가
수좌의발목을적신아침이다
세상의슬픔과기쁨다녀왔지만
어느것기억하거나저장하지않고
햇빛에반짝웃고마는물방울이
오늘은발목에서머무는시간,
구더기분뇨에섞이고개구리와뱀
뱃속에있었고사자이빨을적시던
물방울이지금은향이가득한
그것도수좌와절을하는때,
햇빛이따라온것인지지나는것인지
낡은용마루에서놀다가대웅전으로
쑥,들어와발목을말리고있다
물방울찾아왔다고대웅전에서있다.

<죄의바탕과바닥>

나무는바탕과바닥중어느곳에
뿌리를내렸는지더듬어내려가면
바탕이바닥을가로막고있고
바닥이바탕을밀어내곤앞자리에
찔레꽃피우고있다는하늬바람
바탕이물러나면보이지않는하늘
바닥을지우면까매지는저승길,

사자가물소의모가지를뜯은것
바탕을믿고휘두른발톱인가?
바닥이언제나지켜주고있어서
오늘오후도굶지않았는지를
알고있다끄덕이는강가의풀
그러나말거나하늘을이고있는
바오밥나무사이로드나드는구름,

바닥이깊고바탕은멀고먼것인가
하늘을바탕으로빛나고있는별
바닥을믿고밤마다떠오르는달
바탕없는바닥이없고바닥이없는
바탕을알지못함을가르치는연못은
바탕을깔고바닥에피우는연꽃
바닥을믿고바탕에떠있는낙엽,

지옥을바탕으로큰것이천국인가
천국의바닥으로온것이지옥인가
죄의바탕을만나려면어느바닥을
열고들어가야하고죄의바닥을
읽으려면어느바탕을지워야지?
오늘도태양은연못의바탕에있고
연못의바닥에서연꽃이웃고있다.

<막걸리>

길과길이꼬이고접혔을때
한잔이면절로풀어져
진달래개나리얼굴에피었다
자진모리휘모리섞어가며
굽이굽이돌다젓가락툭치면
가슴속으로활짝피었다

벌컥벌컥마시는것은
막걸리에대한예의
빈술잔척내려놓으면
꽃들이다투어피느라
얼굴이벌겋게달아올라
여자는자꾸뜨겁다고했다

주전자로부으면향이솟는
북북찢어야맛나는김치
쌩욕띄우면더맛나는것
산다는것에막걸리를부으면
멀어진것들이막그리워졌다
슬픔과기쁨이뒤섞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