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는 무엇을 짓지? (김경동 세번째 시집)

이제 우리는 무엇을 짓지? (김경동 세번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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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와 학문이 어우러진 사무사(思無邪)의 세계
김경동 교수(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의 세 번째 시집 『이제 우리는 무엇을 짓지?』가 푸른사상사에서 출간되었다. 한국 사회학계의 원로인 김경동 교수는 의외로 이미 두 권이 시집을 출간한 시인이기도 하다. 전통적 의미의 선비라 할 만한 그의 시집에는 사회학자로서의 날카로운 현실인식뿐만 아니라 이웃과 자연에 대한 따뜻하고 소박한 감성까지 담겨 있어 읽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저자

김경동

저자:김경동
서울대학교사회학과를졸업하고,미시간대학교에서석사,코넬대학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서울대학교교수,기획실장,한국사회학회회장,한국정보사회학회초대이사장,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위원등을역임하였다.시집으로『너무순한아이』『시니시즘을위하여』,저서로『사회적가치』『자발적복지사회』『한국의사회윤리:기업윤리,직업윤리,사이버윤리』『한국사회발전론』『미래를생각하는사회학』『발전의사회학』『인간주의사회학』등이있다.옥조근정훈장,대통령표창,인촌상,경암상,성곡학술문화상,중앙문화대상,탄소문화상대상등을받았고,마르퀴스후즈후등에이름을올렸다.현재서울대학교명예교수,대한민국학술원회원이다.

목차


발문:우리시대의선비김경동교수의시와함께_장경렬

제1부__나와배롱나무
물러나새길가기/비오는소리/흐름Ⅱ/흐름Ⅲ/별을그리는마음/힘들어힘들어/쉬어가자/뒷모습Ⅰ/뒷모습Ⅱ/아버지의방황/애스펜회상/오이를씹으며/가는길/가을하늘/꽃이면다꽃이다/나와배롱나무/자명종(自鳴鐘)/이른봄함박꽃눈(花雪)/달력을넘긴다

제2부__패러디세상
도시(都市)/버성김의계절/패러디세상/소통이로고/패러디탄소문화/만족(滿足)/새로움의색조(色調)/풍선/자연이복수를하네/이제우리는무엇을짓지?

제3부칸타타:계성찬가__계성한세기,모교여영원하라
서곡/어둠에빛이내리다/3·1의횃불높이/시련의고비를넘어/변화속에내실다져/빛나는계성의아들들/모교여영원하라!/피날레:교가

부록
철이일등병/황소

후기

출판사 서평

후기

시(詩)라는글을세상에처음발표했던일을한번되돌아보렵니다.솔직히이제부터는어지간히자신없으면시쓰고발표하는일은그만하고싶어서말입니다.그때가1982년5월이었으니대학에서는수업도제대로할처지가아니었을만큼교정에는군인과경찰이득실거리고학생들은교실이아니라이름하여‘아크로폴리스’라는도서관전면학생회관앞그리고대학행정관뒤의광장에서소리지르며노래하며시위에몰두하던시절이었습니다.돌이켜보면지금도가슴아팠던기억이생생합니다.교실에서는멀쩡한눈길로교수의강의를듣던학생들이집회현장에서학생들을해산시키라는당국의명(?)에따라출두하여학생들의모임을둘러싸고본분으로돌아가라권고하는시늉이라도해야하던교수를바라보는눈매에는자기들의정의로운투쟁에동참하지는못할망정오히려저지하려는교수의비굴함을꾸짖는비수와같은날카로운질타가시퍼렇게날을세우는모습에질려슬그머니자리를떠야만했으니까요.

실은
어둡고답답한시대의한구석에서
일그러져가는역사를살며
함께왜곡을겪는지성이
세월과더불어병들어갈수는없다는
안타까운넋두리몇토막일따름인데…

하며시를쓰기시작한것입니다.
(중략)
이번시집의특징을굳이내세우라면,그건개인의사적인정서를담는시도좀부드럽게다듬어보려했고,그보다는본격적으로‘문명’을여러각도로다루는시를조금보탠것이특징이라할것입니다.이문명의문제는본인의최근학문적인관심의핵을이루고있는데,그런변화도바로2000년에책한권(『김경동의문명론적성찰:선진한국,과연실패작인가?』)을낼때부터시발한것이라감회가각별합니다.그래서본인의소망은“이제우리는무엇을짓지?”라는문명론적인시에담아보았고그질문이이번시집의표제가된것입니다.(하략)

작품세계

분업화와전문화가극도의단계에이른오늘날의현실에서우리는고대희랍사회가꿈꾸었던바의“아레테를소유한자”가되기를누구에게도요구하거나기대할수없게되었다.하지만우리는분업화와전문화라는한계를뛰어넘어넓은의미에서의‘전인적인인간’이우리사회에존재하기를바라는희망까지저버릴수는없다.그런맥락에서보면,학문연구에진력하는학자이면서도이와함께시창작이라는문학적또는예술적과업에도열의와성의를다하는김경동교수는우리에게하나의위안이되지않을수없다.그는“폭넓은지혜의소유자”이고,또한“실제로.?.?.탁월한만능인간”이기때문이다.
―장경렬(서울대영문과명예교수)발문중에서

추천사

주지하듯이김경동교수는한국이경제적으로나문화적으로급부상하면서수반된사회적모순과이에따른여러문제를사회학적예지와통찰력을통해선명하게조명한탁월한학자다.김교수가이에그치지않고사회에대한책임과비판의식을시적형식을빌려표명한것은장경렬교수가지적했듯이그의내면에조선사인(士人)의전인적소양의전통이온전히자리하고있기때문으로보인다.이는김경동교수가시도한시적작업의중요한일면이다.김교수의이러한작업은한국의근대화과정에자신의가족이겪어야했던어려움을긍정의마음으로감싸는포용의시심(詩心)에서출발하여,일반서민들의삶과사물을향한애정어린시선과공감으로확대된다.이는김경동교수가생래적으로지닌따뜻하고천진한심성의발현이라하지않을수없다.이사무사(思無邪)의세계가김교수시작(詩作)의기저를형성한다.결국시(詩)-학(學)불이(不二)의진경(眞境)을유감없이보여준노대가의사화집(詞華集)은후학들로하여금감연(敢然)한분발을촉구할뿐아니라망진막급(望塵莫及)의찬탄을자아내게할것이다.
―정재서(이화여자대학교명예교수)

책속에서

<가는길>

이제
그뜬구름한두자락
떼어놓고
홀가분히갈수도있으련만
삶이
발목을잡누나
미처채우지못한
욕망의가녀린비명에
온갖희로애락을
고스란히안은삶도
손이시린가보다.

희망이면
온기溫氣가절로일까
눈치만뻔하지
기왕에나선길
쉬어가려해도
재촉하는걸음에는
지난날의회한도희열도
촉촉이묻어나고
서산을넘는해는
하품끝에눈물만훔친다.

<이제우리는무엇을짓지?>

농사짓기로문명을짓기전엔
캐어먹고뜯어먹고잡아먹고연명하며
굴속에서움막에서앞가림만겨우한채떼지어살았다.
농사지어밥짓고길쌈으로옷짓고
집짓고살면서그안에서짝짓고
무리짓고살면서오순도순
웃음짓고한숨짓고눈물도짓고
약짓고이름짓고멋있는글도짓고
새로지은도시에높다란빌딩짓고공장도짓고
새로지은기술로자연에다온갖짓다해버리고
새로지은기기(器機)로인간은온갖짓다즐기고
새로지은문명에바벨탑을지었다.

그러나사람은온갖표정꾸며짓고그럴싸한자세짓고
거짓말지어내고욕심탓에죄도짓고
특권독점하자고끼리끼리패지어남의일훼방짓고
신이지은인간이뒤틀려변질하고
신이지은산과들흉물스레망가지고
신이지은동식물하나씩멸종하고
신이지은지구는더위먹어쓰나미치고
우리지은관계도우리가비틀고
우리지은규범도우리가짓밟고
우리지은공동체우리가허물고
우리지은문명이신나게복수한다.

이제우리는무엇을짓지?
우리가지은매듭우리가해결짓고
언제나웃음짓는해맑은마음짓고
푸근한공동체한데얼려지어서
사람스런새문명정성스레지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