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우물에 부는 화을바람 (사라지는 연습에 대하여)

마른 우물에 부는 화을바람 (사라지는 연습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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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고갈된 감정과 기억을 살려내는 바람 같은 시
유희주 시인의 시집 『마른 우물에 부는 화을바람』가 푸른사상 시선 226으로 출간되었다. 그의 시적 여정은 몸의 체험에 대한 사유로부터 시작하여 가족, 특히 어머니와의 관계를 거쳐 사회와 문명에 대한 기억을 더듬으며 다시 자신의 내면으로 돌아온다. 태양이 저무는 서쪽에서 불어온 화을바람 같은 시들의 호흡과 이미지가 역설적으로 삶의 활기를 불러일으킨다.
저자

유희주

柳熙珠

1963년서울에서태어나상업고등학교를졸업했다.문학과미술을정규로배울수없는환경속에서도글과그림을놓지않았다.60세가되던2024년,매사추세츠대학교앰허스트(UniversityofMassachusettsAmherst)에서비주얼아트를전공하며예술세계를확장했다.2000년『시인정신』으로작품활동을시작해2007년미주중앙신인문학상평론부문을수상했다.2015년소설「박하사탕」을발표하면서소설창작을시작했다.시집으로『떨어져나간것들이나를살핀다』『엄마의연애』『소란이환하다』,산문집으로『기억이풍기는봄밤』이있다.비영리단체를설립해한국도서관,한국학교,한국문학번역사업을진행했다.현재는시인과화가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제1부
구멍/마른우물에부는화을바람/초록을잡고/눈을씻는다/기억의풍장/꿈꾸는의자/얌전한우리들의서사/어디에서위로의울림을찾을까/어쩌면귀도필요없을지몰라/완성으로가는그림/넓적한시간에앉아/죽는연습/별이담긴격자무늬시간

제2부
청록색깃발/나가는문/어머니수발/굽은허리,복사꽃/사라진집의힘/충분히남아있는서랍속의씨앗들/추억을다듬다/어여쁘신손님/우리들의전성시대/콰빈저수지에서/무궁한힘/보라를좀나누어주련

제3부
종아리/평범의경지/박주가리/기차는달린다/지루한사회적동물에게/물속의시계/머리카락의목소리/바람주머니/보자기/개/흩어진사람들/가시/관계의해석/광화문

제4부
생명연습/1분의희망/받침ㅆ의희망/리셋,신비한비밀을위해/산양의걸음/나비가될수도있잖아요/저멀리혼자있던아웃라이어/딸깍,라이터를켜는/식탁에앉은시리와/나혜석,이제는알수없는소식들/여자들의사회학/주파수91.5

■시인노트사라지는연습에대하여

출판사 서평

나의시는몸의경험에서시작되었다.추의진자운동처럼한쪽으로밀려난삶은,오히려반대편에있는문학을향한정신적지평을넓혀주었다.서정적인언어를찾아이미지함축에집중하여독자에게다가서는방법보다는몸이경험한이야기를시의형식을빌려표현했다.이런접근은시가내안에갇히거나서정성이상실될수있는위험을동반하지만이미몸에밴이길을지속하여걷기로한다.
적막함과고요함사이에서도자라나기를포기하지않는식물처럼늘햇빛이드는방향으로기울어지는내면의움직임은여전히진행중이다.나는더이상말랑한시어에감동이되지않고직설적이어서다말라버린단어를살도붙이지않고쓰는것을더선호하게되었지만,누가아무맛도안나는시를읽겠는가.절필을요구하는상황에이르렀다고생각하기도했다.마음을촉촉하게해주는단어와냉담하고뻣뻣하게사실을직시하는단어사이에서서성거렸다.경계인이된나는적막하게마른뼈에잘빨아말린옷을입혀밖으로나가라고등을떠민다.
이시집은4부로나누어내면의변화를느리고직설적인어투로말하고있다.의도한것은아니지만4편의시가분화되어51편의시로구체화한듯하다.현재내안에흐르고있는열정과냉정함을섞어놓은보라색라벤더향이있는시편들을1부에앉히고,그뒤로현재가있기까지지나왔던시간과공간을넘나들며근원적이유에서부터사회적이유로나아가며배치했다.시인의산문을읽으면서시가담겨있는페이지를찾아들어가면시를좀더밀도있게느낄수있을것으로생각된다.
(중략)
몸,관계,기억,사회를통과한시선은다시창작의문제로되돌아온다.추의진자운동처럼한쪽끝까지밀려났다가되돌아오는힘,그반복속에서감각을정제시키고언어를세공한다.이과정은단순한표현방법의기술을익히는것이아니라나자신의존재를재구성하는행위에가깝다.가장작은감각에서출발한사유는점차외연을넓혀별과빛,그리고근원에관한질문으로나아가며우주적상상력으로확장할수있는문장을곳곳에접목했다.시집의제목인‘마른우물에부는화을바람’은이러한흐름을상징적으로압축한다.마른우물은고갈된기억과감정,혹은비어있는내면을의미하는동시에,그안에여전히남아있는흔적의공간이기도하다.몸에남은감각,관계가지나간자리,기억이되살아나는순간,그리고언어로다시태어나는과정까지멈추지않는흐름을기록한것이다.서쪽에서불어오는바람은끝과소멸의방향에서불어오는움직임이며,사라진것들이다시돌아오는경로를암시한다.보이지않지만,분명히존재하는이바람은비어있는곳에서도계속해서무언가를흔들고움직이게하여허무한들판위에서생을활기차게끌고갈수있는에너지를공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