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 (한여름 장편소설 | 19세 이상 상품)

순정 (한여름 장편소설 | 19세 이상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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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여름 장편소설 『순정』. 인간 세상을 떠돌던 악마 이스엘은 어느 날 짝사랑의 아픔에 울던 피닉을 마주친다. 그에게 매혹된 이스엘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제안하지만, 피닉의 세 가지 소원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오는데……. 피닉을 위해 금기를 깨고 저승의 강을 건너려던 둘은 결국 지옥의 왕과 천사에 의해 벌을 받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한국의 대학생으로 재회한 피닉과 이스엘. 사랑을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판 인간 피닉과 사랑을 위해 인간에게 심장을 바친 악마 이스엘. 세 가지 소원의 결과로 천국과 지옥에서 버림받은 인간과 악마의 진실한 사랑을 찾는 애절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

한여름

저자한여름은서울시마포구에서고양이와함께살고있습니다.

목차

제1장:Asyouwish
제2장:추적
제3장:꽃노래
외전제0장:불꽃(Anotherpointofview:Iskaran)
외전제1장:야하고싶어(Anotherpointofview:FinnickOdair)
외전제2장:서열정리
외전제3장:예수천국불신지옥
후기

출판사 서평

“계약을하자.내가너의세가지소원을들어줄게.
대신네가죽고나면네영혼을나에게줘.”


인간세상을떠돌던악마이스엘은
어느날짝사랑의아픔에울던피닉을마주친다.
그에게매혹된이스엘은소원을들어주겠다고제안하지만,
피닉의세가지소원은전혀예상치못한결과를가져오는데…….

“빨리다시되돌릴수있다고말해!”
“왜화를내……?나는소원을들어준건데.”

피닉을위해금기를깨고저승의강을건너려던둘은
결국지옥의왕과천사에의해벌을받게된다.
그리고시간이흘러한국의대학생으로재회한피닉과이스엘.

“요즘꿈에자꾸어떤남자가나와요.”
“그꿈……언제부터꿨는데?”

사랑을위해악마에게영혼을판인간피닉과
사랑을위해인간에게심장을바친악마이스엘.
세가지소원의결과로천국과지옥에서버림받은인간과악마의
진실한사랑을찾는애절한이야기가펼쳐진다.

“말해줘.나를사랑했어?”

[책속으로추가]

나는지옥의귀족이며역병과질투의아들이다.질투의가슴을찢고세상에나와가장먼저한일은살아있는인간의피를마시고살점을뜯어먹는일이었다.인간의뜨거운피는나를황홀하게했고붉은살점은내혀를달게적셨다.태어나처음으로맛본진미였다.그얼굴이아름답든추하든,그신분이고귀하든천하든인간은내게모두먹이로만보였다.
하지만피닉은달랐다.나는그를먹고싶지않았다.오히려말을걸고싶었다.곁에두고관찰하고싶었다.항상무표정을유지하는그가다른표정도보여주었으면했다.그래서그와계약을맺었다.이후나는소원을들어준다는핑계로내내그의곁에머물렀다.같은침대에서잠을자며아침부터저녁까지함께했다.피닉은불편해보였지만,딱히제지하지는않았다.
기실피닉은처음제앞에나타난나를요정이나천사뭐그런종류의것으로착각했다고했다.계약을맺고나서야알게된사실이다.아마겉모습을보고그런거겠지.고위악마의외모는인간을현혹하는데안성맞춤이니까.어쨌거나내정체를안후에도피닉은그다지후회하는기색이아니었다.오히려어떻게하면세번의기회를가장효과적으로써먹을수있을지고민하는눈치였다.
일주일뒤,피닉이내게처음으로빈소원은이러했다.
“내게작위를줘.”
“작위?”
“그래.”
“그게뭔데?”
피닉은귀족의아들이었지만차남으로태어난탓에작위를가질수없었다.그의아버지가가진작위와영지,그외모든권리는장남인형에게상속될것이었다.피닉의몫으로돌아오는건아주약간의재산뿐이다.
나는이모든사실을이미알고있으면서도꼬치꼬치캐물었다.피닉의목소리가듣고싶었기때문이다.피닉은곤란하다는듯인상을쓰면서도성실히답해주었다.그모습이귀여워나는웃음을터트리며피닉의목에얼굴을묻었다.
“작위는누구에게로상속되는데?”
“보통첫째아들에게상속되지.장남이불의의사고를당하면차남에게,차남도죽는다면그다음아들에게로.만약아들이없다면가까운친척에게.”
“너희집안의작위는지금누가가지고있는데?”
“내아버지,오데어백작이가지고있다.”
“그럼아버지가죽으면너한테오겠네?”
“나는차남이다.작위는내형님에게승계되겠지.”
“차남?”
“둘째아들.”
그정도는아는데.몸을일으켜테이블위에놓인케이크를찾았다.케이크의속을장식한크림을손가락으로찍어입에넣고쭉쭉빨았다.엉망진창으로먹어대는내앞에서피닉은반듯하게앉아차를마셨다.
“가능한빨리그작위라는것을네게주는게좋겠지?안그러면그아가씨가결혼해버릴테니까말야.”
“그래주면고맙겠군.하지만작위를얻을만한공을세우는일이그렇게쉽지는않아.여왕폐하께서는…….”
그가작위를얻는방법에대해열심히설명하기시작했다.나는건성으로고개를끄덕이며오직그의목소리와얼굴에만집중했다.어서피닉의소원을들어주고싶어심장이쿵쾅거렸다.빨리밤이왔으면했다.
그의소원을들어주면환하게웃는모습을볼수있을테지.인간들은친애하는사람의볼에입맞춤을남기기도한다던데,어쩌면그런것을받을수있을지도몰라.
“혹은남아프리카나인도에서…….”
“피닉.”
“왜그러지?”
“소원들어주면뭘해줄거야?”
“……내영혼을가져가기로했잖나.”
“아니,그거말고.”
“…….”
“웃어봐.환하게.”
피닉은이해할수없다는표정을지었지만,이내마지못해웃어보였다.시원한입매가보기좋게위로휘어졌다.그모습을보는데어쩐지기분이좋아졌다.나는케이크의크림과빵에곁들여나온잼을피닉의턱에묻히며장난을쳤다.그의흰크라바트에찐득한붉은덩어리가묻었다.피닉이질색하는표정을지었다.하지만피하지는않았다.
“뭐든지들어줄게.”
“…….”
“네가원한다면,뭐든지.”

사위가고요했다.사용인들까지모두잠든밤,꺼져가는벽난로의장작타는소리만이괴괴히복도를울렸다.나는피닉의형을찾아갔다.
침대의휘장을걷었다.미색의이불속,피닉과똑닮은얼굴이평온하게누워있다.옆에는그의부인이자고있었다.허리를굽혀형의얼굴을뜯어보았다.나쁜꿈을꾸는지빽빽한속눈썹이이따금가늘게경련했다.피닉과찍어낸것처럼닮은얼굴임에도아무런감흥이들지않았다.피닉이아니었기때문이다.
귀를기울여그의숨소리를들었다.충만한생명의소리였다.그소리를앗아가기는매우쉬웠다.내손이스치는것만으로도그의얼굴은파랗게질렸다.숨을쉬지못해괴롭게헐떡헐떡몸부림치더니몇분도되지않아목을꺾고죽어버렸다.옆자리의남편이죽어가는와중에도깊게잠든부인은미동조차없었다.
한껏구겨진그의몸을정성스레펴서도로반듯하게누였다.상처도,독의흔적도없는죽음.누가봐도의심하지못할사랑스런죽음이었다.
휘장을치고돌아서기전다시금그의얼굴을내려다보았다.아까와달리숨을쉬지않는다.여전히나는아무감정도느끼지못했다.그의옆자리에누운부인에게로시선을옮겼다.부인도죽여버릴까했지만,태중에아이가없기에그냥살려두었다.저여자가깨어나지르는비명은나와피닉의기쁨이되어줄테니까.그래도혹시모르니심장의박동을매우빠르게만들어놓았다.남편을잃은충격에절규하다그대로절명할수있도록.이미죽어버린남자의얼굴을손가락으로어루만지다등을돌렸다.
피닉의아버지를죽이는일은더욱손쉬웠다.초로의남자는몸부림칠시도조차하지못한채숨이끊어졌다.그의옆에는비명을질러줄부인이없다는점이조금아쉬웠다.주름진얼굴이피닉과는전혀닮지않았다는것도.
피닉의아버지가뿜어내는죽음의냄새를맡으며나는한동안침대맡에앉아있었다.지금쯤스틱스강에서재회하고있을부자의얼빠진얼굴을생각하니웃음이났다.
동이트고날이밝았다.형의부인이지르는날카로운비명이들렸다.급하게뛰어가는사용인들의발소리도들린다.곧집사가백작의침실문을쾅쾅두드렸다.여유가없다못해주먹질에가까운손길이다.다급한노크소리를배경삼아일어섰다.침실의창을열고춤추듯훌쩍뛰어내렸다.

일부러저택의곳곳을돌아다니며시간을끌었다.정원의폭포와분수대를구경하고오두막의나무벽에대고장난을쳤다.지금쯤내가돌아오기만을기다리고있을피닉을생각하니기분이들떴다.
내활기를반영하듯날씨도화창했다.피닉의눈동자보다훨씬밝은색의파란하늘위로하얀조각구름이떠가고,신선한공기가피부를가볍게감쌌다.늘비가와눅눅하던곳이었다.맑은날씨는정말오랜만이었다.어쩌면천사들조차나의우아한솜씨에놀라비를뿌리는일을잊어버린걸지도모르겠다.당연하지,나는지옥에서300년만에태어난고위악마이자마천전쟁당시홀로천사한군단을몰살한질투의아들이니까.
정원을둘러싼저택에서터지는인간들의울음과비명이끊임없이내기분을돋웠다.하루만에자신의소원을이뤄준내게피닉이어떤찬사를보낼지벌써부터기대감에심장이두근두근했다.그는준남작정도면충분하다고했는데,내가그에게준것은무려백작위였다.게다가어마어마한재산과영지도함께였다.성취감에목구멍이간질간질했다.
빙글빙글돌며저택으로돌아오는데검은사냥개가나를보고컹컹짖었다.저시끄러운개의피로간지러운목을축일까생각하다이내그만두었다.저개는이제피닉의재산이므로.
술저장고에서훔쳐낸포도주를들고피닉을찾아갔다.피닉의아버지가아끼던것이라피닉역시특별한손님이방문했을때를빼고는마셔본적이없다던술이었다.하지만백작은이제죽어버렸고,이저택의새로운주인은피닉이었다.이까짓술쯤피닉이원한다면얼마든지마실수있었다.
“피닉!”
소파에웅크리고앉아있는피닉의뒤에서왁하고모습을드러냈다.포도주병과잔을든손으로피닉의목을끌어안았다.그의얼굴에뺨을비비고귓불을물며방방뛰었다.하지만피닉은굳은채였다.내힘에온몸이들썩거리는데도신기할정도로반응이없다.
한참이지나도돌아오는대꾸가없어의아함에몸을뗐다.피닉이천천히돌아보았다.그의얼굴이기이할정도로일그러져있었다.흰뺨에눈물이흥건하고안구의실핏줄이모두터져시뻘겠다.당황해뻗은내손을피닉이사납게쳐냈다.튕겨나간유리잔이쨍그랑,소리를내며깨졌다.황망하여물었다.
“피닉,왜그래?”
억눌린대답이돌아왔다.
“네짓인가?”
“뭐가?”
“네가아버지와형님을죽였나?”
나는얼른고개를끄덕였다.대체무슨일인지는모르겠지만,조금이라도피닉의기분이나아졌으면했다.오늘은좋은날이아닌가.
“내가소원들어준다고했잖아.너무빨리이루어져서얼떨떨해?괜찮아,별일아니었으니까.우리이거먹으면서축하하자.너이술다시마셔보고싶다며.”
“내가,언제…….”
“이거아니야?다른거가져올까?”
생긋웃으며피닉의뺨을감쌌다.순간그의몸이격하게요동쳤다.피닉은속에서치받쳐올라오는것을삼키듯눈을질끈감더니씹어뱉듯한마디를토해냈다.꽉쥔그의주먹이부들부들떨렸다.마치당장에라도내목을죄고싶은것을참고있는양.
“다시되돌릴수있다고말해.”
“…….”
이해가되지않았다.나는멀뚱히선채눈만끔뻑거렸다.내가고개만갸우뚱할뿐반응이없자벌떡일어난그가내목줄기를잡았다.커다란손이온통땀으로축축했다.나는충분히피닉을뿌리칠수있었지만그러지않았다.그가내게왜화를내는지몰라당황스러웠다.
“빨리다시되돌릴수있다고말해!”
“왜그래,피닉…….의심받을까봐그래?걱정하지마,아무도몰라.상처하나안남겼어.그냥숨통만막아서죽였단말이야.”
달래듯조근조근설명했다.역효과였다.내목을움켜쥔그의손에잔뜩힘이들어갔다.이러다간정말내목을부러뜨릴수도있을것같았다.놓아달라고턱끝으로톡톡치자더강하게조여온다.이를악물고나를노려보던그가쉰목소리로말했다.
“되돌려놔.소원같은거필요없으니까,다시살려놔.”
“이미죽은사람을살릴수는없어.스틱스강을건넌영혼을다시데려오는건우리왕도함부로하지못하는일인걸.”
“…….”
“너무갑작스러워?아버지는죽이지말걸그랬어?하지만나는네가빨리작위를가졌으면해서…….”
아버지가죽으면바로작위를받을수있잖아,중얼거리며피닉의눈치를살폈다.태어나누군가의눈치를본건처음이었지만그런것을떠올릴겨를도없었다.풀죽은나를본그의얼굴이형편없이구겨졌다.세상에서제일끔찍하고혐오스러운것을보듯내몸에닿은제손을천천히떼어냈다.나는피닉이움켜쥐었던목을가만히쓸어보았다.목구멍이부어화끈거렸다.그는정말로내게화가난모양이다.나는항의했다.억울함에목소리가떨렸다.
“왜화를내……?나는소원을들어준건데.네가그랬잖아,작위를달라고.작위를줬는데왜화를내.”
“그게네귀엔아버지와형님을죽여달란소리로들렸나보지?!”
피닉이악을썼다.갈기갈기찢어진그의목소리가허공을벴다.내게손을뻗었다가도로거둬들였다가차라리자기목을조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