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양장)

비밀 (양장)

$17.87
Description
“딸의 몸과 아내의 마음 모두를 지키는 것
그것이 아버지인 내게 주어진 사명이다.”

★제52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
★히로스에 료코 주연 영화 〈비밀〉 원작

‘무관의 제왕’이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격을 한 단계 올린 전설의 작품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행복한 가정을 송두리째 빼앗긴 평범한 가장 스기타 헤이스케. 탑승자 대부분이 사망한 버스 사고에서 딸 모나미가 기적적으로 살아남는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인지 딸의 몸에 들어 있는 것은 사고에서 사망한 줄 알았던 아내의 영혼이다. 누구도 납득하지 못하는 현실을 숨기고 아버지와 딸로 살아가기로 결심한 두 사람이지만 일상을 이어가는 것조차 쉽지 않다. 새로운 인생을 살아내야 하는 아내 나오코와 세 사람의 소중한 가정을 지키고픈 남편 스기타의 미묘한 입장 차이가 풀기 힘든 숙제로 남는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1998년 작품, 『비밀』이 소미미디어에서 출간되었다. 이름이 장르 그 자체로 평가받는 작가, 대중 소설가로서 이미 독보적 위치에 오른 히가시노 게이고이지만 『비밀』이전 그의 별명이 ‘무관의 제왕’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독자는 많지 않다. 데뷔 이후부터 큰 인기를 얻었지만 한계를 지적받고 번번이 문학상 수상의 문턱에서 미끄러졌던 작가는 정면 돌파를 선언하고 1년 넘게 원고 집필에만 몰두한다. 그 결과물이 바로 스스로 작가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밝힌 이 책 『비밀』이다. 출간 후 독자와 평단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제52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하며 ‘무관의 제왕’이라는 불명예를 벗었고, 소설은 이듬해 히로스에 료코 주연의 영화로 제작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

오랫동안 사랑받은 작품이자 작가의 커리어에 한 획을 그은 대표작인 만큼, 소미미디어에서는 게이고의 작품 세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진 양윤옥 번역가를 통해 새로운 번역으로 선보인다. 책에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믿음, 그리고 사랑이 가득하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녹나무의 파수꾼』의 독자라면 재미와 감동을 함께 추구하는 작가의 원점이 『비밀』에 있음을 금세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신이 던진 미스터리, 인간의 균형추로 꿰맞추다
흔들리지만 무너지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느끼는 든든하고 따뜻한 사랑

아내의 영혼에 딸의 몸, 겉으로 보기엔 두 사람이지만 셋이 함께인 스키타 가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딸을 아내로 대해야 할지 아내를 딸로 대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아버지의 모습은 슬픈 한편 웃음을 자아낸다. 이상한 형태로나마 아내와 딸 모두 곁에 남은 스기타는 버스 사고를 낸 당사자 가족과 피해자 가족을 챙기기 시작한다. 그 여정에서 히가시노 게이고가 『비밀』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비로소 완성된다. 사고를 내고 죽은 탓에 유족들의 모든 원망과 비난을 감당해야 하는 버스 기사의 가족, 느닷없는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난 후 살기 위해 악착같이 보상금 협상을 해야 하는 유족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와 이웃의 복잡한 시선까지…… 히가시노 게이고는 절대 악도 절대 선의 개입도 없는 신의 변덕, 일상을 덮친 ‘재해’ 앞에서 인간이 인간으로 남기 위해 견뎌야 할 것, 죄와 벌의 균형, 참는 것과 용서하는 것의 차이 등 무거운 주제들을 자유롭게 펼쳐 보인다. 한 인간으로서 감당할 수 없는 삶도 가족과 함께라면 아버지에게는 가능하다. 흔들리지만 무너지지 않는 스기타의 모습은 든든하고 따뜻한 사랑 그 자체이다.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양윤옥 번역가는 “『비밀』은 단지 신기하고 자극적인 이야기가 아닌, 가슴 뭉클한 가족 소설이자 신이 던진 부조리한 문제를 인간이 인간다운 방법으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애쓰는 작품”이라고 평한다. 그러면서 『비밀』이 인간의 마음을 써내고자 고심한 작가의 터닝포인트라는 의견, 진정한 출세작이라는 세간의 평가에 동의한다고 밝힌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어렵게 독자들과 다시 만나게 된 만큼, 과거의 게이고와 지금의 게이고를 잇는 다리로 오래 남길 바란다는 말로 후기를 마무리했다.
저자

히가시노게이고

일본최고의베스트셀러작가.1958년오사카출생.오사카부립대학졸업후엔지니어로일했다.1985년『방과후』로제31회에도가와란포상을수상하면서작가로데뷔하였다.『비밀』로제52회일본추리작가협회상,『용의자X의헌신』으로제134회나오키상과제6회본격미스터리대상소설부문상,『나미야잡화점의기적』으로제7회중앙공론문예상,『몽환화』로제26회시바타렌자부로상,『기도의막이내릴때』로제48회요시카와에이지문학상을수상하였다.또한2019년해외를포함한출판문화에대한높은기여도로제1회노마출판문화상을수상하였다.주요작품으로는『동급생』『라플라스의마녀』『가면산장살인사건』『위험한비너스』『눈보라체이스』『연애의행방』『녹나무의파수꾼』등이있으며,그외에도동화『마더크리스마스』에세이『히가시노게이고의무한도전』을출간하는등다양한저작활동을하고있다.
본작품『비밀』은1998년출간당시독자들과평론가들의호응에힘입어2002년히로스에료코주연의영화로만들어진히가시노게이고의명작중하나이며,이번에새로운번역과표지로돌아왔다.

목차

비밀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예감같은것따위,하나도없었다.
그날야간근무를마치고오전8시정각에집에돌아온스기타헤이스케는3평짜리거실에들어서자마자텔레비전부터켰다.하지만그건어제스모대회의결과가궁금했기때문이었다.올해마흔이된헤이스케는지금까지의39년이그랬던것처럼오늘도평범하고온화한하루가될게틀림없다고믿었다.아니,믿는다기보다그건이미그에게는기정사실이었다.피라미드보다더움직이기힘든사실이었다.
그래서텔레비전채널을맞추면서도화면에자신이소스라치게놀랄뉴스가나오리라는건상상조차못했고.설령세상을떠들썩하게할만한사건이일어나도그건자신과는관계없는일이라고굳게믿고있었다.
_본문7쪽

하지만모나미는곧바로입을열지않고지그시그의얼굴을들여다보았다.그눈빛을보면서헤이스케는퍼뜩기묘한감각에사로잡혔다.이상한눈빛이구나,라고생각했다.모나미답지않다.아니,그보다어린애답지않은눈빛이다.단지어딘지반가운마음도드는것이었다.누군가가이런눈빛이었는데…….
“여보,내가하는얘기……믿어줄거야?”모나미가물었다.
“그럼,믿고말고.모나미가하는말이라면아빠는뭐든다믿어.”딸을향해웃음을건네면서헤이스케는말했다.
그리고말한뒤에의문을느꼈다.여보,라고?
_본문40쪽

모나미는그의얼굴을빤히지켜보면서말했다.“나,모나미아니야.”
“뭐라고?”헤이스케는웃음을지은그대로얼굴근육이정지했다.
“모나미아니야.모르겠어?”
이번에는얼굴근육이파들파들떨렸다.그래도헤이스케는웃는얼굴을유지하려고노력했다.
“무슨바보같은소리야?하하하.깨어나자마자아빠를놀려먹어?하하하.하하하하.”
“농담하는게아니야.정말로나,모나미아니야.당신이라면알잖아.나야,나.나오코야.”
_본문41쪽

헤이스케는보상금따위는얼마가됐든상관없었다.아니,물론받지않겠다는얘기는아니다.액수도많은편이당연히좋다.하지만그런것에시간과노력을들일마음은나지않았다.그런것보다여전히사고원인이명확히밝혀지지않은것에더답답한마음이들었다.운전기사가과로상태에서운전실수를한것같다,라는식으로두루뭉술한결론이나왔다.하지만왜굳이그런과로상태에서운전대를잡았는가,라는점이여전히애매하기만하다.돈을좀더많이벌기위해서?물론그럴것이다.그렇다면왜돈을그렇게많이벌고싶었던것인가.호사스럽게살고싶었기때문인가.빚이있었기때문인가.따로여자가있었기때문인가.도박에빠졌기때문인가.헤이스케는그것까지밝혀져야한다고생각했다.그것까지명명백백히밝혀진뒤에야비로소자신에게떨어진지금의상황을어떻게든받아들일수있을것이다.
_본문172쪽
“글쎄끝까지들어봐.내년이면중학교진학이라고생각했을때바로사립중학교가떠오른건예전부터그쪽을염두에뒀기때문이야.하지만그다음부터는전혀달라.왜냐면실제로중학교에가는건모나미가아니라나잖아.
나는또다른이유에서역시사립중학교에가야겠다고마음먹은거야.”
“또다른이유라니,뭔데.”
“간단해.”나오코는싱크대에몸을기대고한쪽다리를엑스자로엇갈렸다.“공부가하고싶어.”
“뭐?”헤이스케는눈이휘둥그레졌다.전혀예상도못한말이었다.놀란끝에웃음이터졌다.그는웃었다.웃으면서책상다리를틀고앉았다.“진짜야?초등학생문제를술술풀었다고도쿄대합격하는건아닙니다요.”
하지만나오코의얼굴은흔들림이없었다.무표정하게선언하듯이말했다.
“나,지금진지하게얘기하는건데.”
차가운목소리였다.생김새가어린애라서더더욱차갑게느껴졌다.헤이스케의웃음기가순식간에날아갔다.
“내가이렇게되고벌써석달이지났어.당신은지금내가어떤느낌일거같아?혼자끙끙고민하면서,왜이렇게됐는지한탄하면서,하루하루를보냈을까?”
_본문188-189쪽

이런장면을어느영화에선가본듯한느낌이들었다.
하지만그건착각일뿐,지금이상황을헤이스케의마음속에숨은또다른인격이객관적으로지켜보는것인지도모른다.
주위에수많은사람들이있는데도헤이스케의눈에는나오코와소마의모습밖에잡히지않았다.아마그들두사람도마찬가지였을것이다.둘다꼼짝도하지않고자신들을향해걸어오는중년남자의얼굴을응시하고있었다.
헤이스케는멈춰섰다.세사람의위치가거의정삼각형을그려냈다.
“아빠.”가장먼저목소리를낸것은나오코였다.“어떻게…….”
다양한의문이담긴‘어떻게’였다.
_본문40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