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길목에서쓴시140여편
그리움의잔상을다독이는성숙한인생별곡
조영두시인의글에는젊은이못지않은색다른춘심이끓어오르고,중후한신선감이넘쳐흐르고있어독자들에게큰감동을제공해준다.특히,황혼녘에겪어낸이별의체험을차원높은피안세계의꿈의경지로승화하여성숙한인생의긍정과깨달음의미학을보여준다.
어머니
어디계십니까
배가고픕니다/황량한벌판에모래바람이붑니다
(중략)
귀뚜라미한마리가/내가먹는밥그릇에오줌을누고갔습니다
어머니/보글보글끓는된장국에
밥한그릇담아주십시오/배가고픕니다
-「절규(絶叫)」중에서
부모와의사별은누구나겪는일이지만누구나쉽게극복할수있는상실은아니다.슬픔과그리움과회한은일생내내따라다니며그것은그자신이손주들을본노년에도예외는아니다.「절규(絶叫)」는전혀현학적이거나수사적이지않다.아무런기교나꾸밈이없이그저말하고싶은그대로아이들처럼제느낌그대로토로한다.어머니에대한그리움을‘배가고프다’는기본적욕구로치환함으로써뼈에사무치는그리움을피부에확와닿도록표현한다.
그리움을노래하는애잔한분위기가주를이루는와중에도이따금천진하고재치있는말로분위기를환기하기도한다.예를들어개구리가올챙이적달고있던꼬리를찾으러물속으로들어갔다엄마개구리에혼나개골개골운다는표현은(「이쁜개구리」)아이처럼해맑고색다른시야를보여준다.그러나언뜻재미나게꾸며놓은것같은말에도뼈가있기도하다.「꼰대외출」이그예이다.
인간사배우고나니
꼰대신세
그신세되었는지잘모른다
어느날자고또자고나니되었다
빛바랜유행떠난
고색창연(古色蒼然)한
멋진차림
벙거지얹고
그래도
니들웃지마
나도사랑하는것안단다
-「꼰대외출」중에서
화자는“니들웃지마.나도사랑하는것안단다”라며노인,혹은꼰대에대한곱지않은시선을어수룩한듯당당한모습으로받아친다.지하철에탄‘꼰대’는어두운눈때문에빈자리인줄알고임산부석에앉았다가일어나며“외출도꼰댄가”라고멋쩍게중얼거린다.자조가스민씁쓸한외출끝에돌아온‘꼰대’에게반가운전화가걸려온다.“여보세요,할아버지살아있네!”그한마디가반가워우는모습은독자로하여금많은것을느끼게한다.이시는단순히노인경시풍조에대해비판하는것이아니다.우리가특정단어로낙인찍고선을그어놓은어떤존재도우리와마찬가지로나름의사연,사랑,가치관을품고있다는것을보여준다.‘취향존중’,‘개인주의’등의명분으로남을배척하는데익숙해져가고있는것은아닌가돌아보게하는시이다.
『까치는안다』에는깊이있는정한과번득이는재치의균형이잘이루어져있다.「봄비가오는사연」에서“내리는봄비는꽃잎을깨끗이씻어주니/날좋은날벌나비여보를만나러갈거다”라고노래한,봄기운완연한날,이한권의시집이사랑에목마르고온정에허기져있는많은이들의가슴에반가운봄비가되어촉촉이적셔주길바란다.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