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기억할수있다는가능성의세계
아빠에대한내밀한마음을담다
소설은‘허구적인이야기’이지만,그것이진실의부재라고는할수없다.때때로소설은‘이야기적재미’를넘어서,허구라는방식을통해진실에닿으려는시도가되기도한다.차마전하지못했던진심들을허구이기에가능한다각도의시선으로천천히고백하는것이소설의또다른역할일지도모른다.
여기,권다올의소설《아빠의중앙이발관》도그러한소설의역할을톡톡히보여주고있다.2018년어느겨울,나른한햇살이내리는거실에서화자는휴가를즐기고있었다.하지만그여유로움은길게가지못했다.느닷없이온전화는아버지의시한부소식을전했다.
갑작스러운아버지의시한부에가족들은각자복잡한마음을받아들여야했다.그러한가족들의마음을예상한걸까.“살만큼산거같다.젊어서아플때살아보려고이것저것노력하며발버둥쳤고,지금까지먹을거먹고술마시고싶은거다마시면서잘살았다.”(25페이지)라고말하는아버지의담담함은도리어가족들을다독인다.
아버지가스스로의죽음을받아들이는동안화자와가족은아버지에게치료를권유하며,회복의가능성을놓지않는다.이는아버지의죽음을부정하려는것이아닌,아버지의생을끝내놓지않으려는가족들의따뜻한마음과의지일것이다.그과정에서화자는아버지와의사소한추억을곳곳에서복기한다.
“글을써서좋은점이생각보다많은것같다.시간을거스를수있고,지나간사람을내마음대로언제든떠올릴수있다.”(29페이지)
어쩌면이것이화자만의애도일까.누군가는잊어보려고발버둥치고,누군가는잊지않으려고애쓸때,화자는‘기록’이라는매개체로인해서‘언제든아빠를만날수있다는’가능성의세계를담담히열어둔다.그러니《아빠의중앙이발관》은경험을각색하여허구적이야기로기록한것을넘어,그기록으로인해아빠에대한기억을언제든지받아들이며살아가겠다는성찰에도달했다고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