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그가 있는 거기

뭉그가 있는 거기

$14.48
저자

신이책

저자:신이책
1960년충남생
나에게시는‘육친’의결혼식에입고가는정장이(어야했)다.
나에게소설은‘숨쉬는펜촉’으로그리는그림자극이다.
아,왜그반대가아니었을거나!
대개는시가그림자극이고,
소설이육친,결혼식,정장의길항관계가아니던가.
하지만나는망치를들고목책을고치다말고혼잣말을뇌까린다.
“세상에는정장이최고의그림자극인사람이있어,포커페이스라는게있어.”
(그때목책바깥을지나가는이웃사람일곱이있었다.)
이웃1:포커페이스가뭘까?
이웃2:크레바스를건너는사다리같은거아닐까?
이웃3:저땅에는크레바스가없더라는풍문이있네.
이웃4:에이,크레바스가없을수가있나.
이웃5:그야안중에안(眼)밖에없는삶이었으니까.
이웃6:생각만해도숨이막혀오는군.
이웃7:글쎄,그원형경기장을덮고그위에원탁을
놓으려했다면!
눈에흙이덮이고도유령이되어저렇듯사다리를
놓는중이라면!
영원히안에갇혀서바깥으로…….
(이웃들이검은모자를벗고잠시서있다가간다.)

목차



후추를가는아이
고목
유리창에비치다
꿈꿀나이에서꿈끌나이로
눈꺼풀
살갗돌
눈물로된칼
바늘꽃
자연인
설인
커튼콜
쏙,풍덩
/블라인드/
무지개의무게를생각해
목젖은고양이의발과목적이같다
바람핥기
나의제과점에서
그밤우리는하얀밤나무를듣는다
폐지줍는노파의느와르
자연법서문
세월호
삼우제

소설

슈가스핑크스
모래가새어나오는가방
뭉그가있는거기(장편소설Ⅰ,Ⅱ부중Ⅰ부수록)

출판사 서평

자유로운‘거기’에서체계화된‘여기’를허물다
보편에저항하며쌓은단하나의언어예술집

《뭉그가있는거기》는신이책저자의시/소설집이다.문학이타예술에비해언어적인민감도가높은것은이미다들아는사실이다.즉,완벽한이해를넘어서(설령비문이라할지라도)문장자체에서느껴지는감각을놓치지않는것,이또한문학이지녀야할큰태도일수있다.《뭉그가있는거기》는그런의미에서모범적인사례이다.체계와보편화된이해에저항하며자신만의언어체계를만들어가고있다.

해당책의문을열고있는‘시’는총22편의작품이수록되어있다.우연히본숲에서한아이에게홀린감각을시작(詩作)의감각으로섬세히잇고있는〈후추를가는아이〉로부터시작하여세월호참사에대한애도를2014년의현장부터2017년까지의시간으로확장하여광활히더듬은연작〈세월호〉,〈삼우제〉까지.다채롭고깊은주제의시들을살필수있다.

소설은총세편이수록되어있다.〈슈가스핑크스〉와〈모래가새어나오는가방〉또한저자의문학적특성이깊이배어있지만,자연스레주목하게되는작품은표제작인〈뭉그가있는거기〉이다.총2부중1부만을수록했지만,해당파트만으로도저자의문학관을여실히느낄수있다.

서사를이끌고있는인물,‘뭉그’의이름은노르웨이의화가‘에드바르크뭉크’를떠올리게한다.하지만국어사전에등록된‘뭉그적거리다’가계속연상되는것은왜일까?나아가지못하고게으르게행동할때표현하는해당동사는뭉그라는인물이언어의민감성으로인해보편화된체계속에서미끄러지고있음과자연스럽게연결된다.

또한‘뭉그’는저자의페르소나처럼보이기도한다.앞서시부터내내보여주었던저자의언어민감성이그대로뭉그라는인물에투영되어있기때문이다.그러니〈뭉그가있는거기〉가메타적소설로읽히는것은충분한독해이다.그렇다면해당소설은‘저자의문학성이앞으로나아가지못함’을그려낸절망적신호일까?

그렇지만은않은듯하다.‘뭉그’라는어두를가지는다른동사가있기때문이다.‘뭉그러뜨리다’라는동사는‘높이쌓인것을무너져내리게함’을표현한다.즉,보편의세계가뭉그를배제하는것이아닌,오히려뭉그의언어민감성이정답이라고믿었던체계들을허물어버림으로써기묘한자유를형성하고있는것이다.

“뭉그의핏속에흐르는선천적공감각이생략되거나누락된다면끝내‘뭉그가있는거기’를이해할수없을것이다.”(138페이지)

해당문장이의미심장하게마음에남는이유는우리는이미알고있기때문이다.세상속의모든체계는‘그렇다고믿고싶었던허황’일뿐절대진실이될수없다는것,오히려진실이라는건끝내잡을수없는무언가일뿐이라는것을.뭉그,그리고저자는그사실을가장문학적으로들려주고있다.둘의헤맴은여전히,그리고내내진실을추구하지않는자세로,실패없는결말로,그저체계가허물어진자유로움안에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