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감에도푸르름이있었기에
사라지지않는이름의조각들을건져내다
잎하나없는나무,새하얗게지워진거리…우리가통상적으로떠올리는겨울의이미지는외로움,고독감과같은정서와맞닿아있다.많은문학작품안에서이별의상징으로서겨울의이미지들이많이차용되는것도그때문일것이다.하지만여기,그겨울의이미지에상반되는‘푸르름’을덧붙인시집이있다.신현구시인의《푸른겨울》이그렇다.
2022년첫시집《숨꽃》을통해문단에발을딛어,2023년월간〈시사문단〉으로신인상을수상한신현구시인은《푸른겨울》을통해고독함과그안에피어오른기묘한푸르름에대해노래한다.
삶이라는순간속에서반짝사라지지않고
홀로퇴색해갈이름한조각을건지는일은
얼마나아름다운행위인가.
-지은이의말부분
‘사는내내사라지지않고퇴색해가는이름한조각을건지는일’이시를쓰는일이라면,그행위가마냥고통속에있지않고,아니고통속에있다하더라도결국아름다움이란이름아래존재하게될것임을시인은알고있다.그리고그믿음이시인의시쓰기동력이되기도한다.
그과정이오롯이담긴표제시〈푸른겨울〉을살펴보면,눈발처럼몰려오는그대라는존재에게속수무책으로당하는화자는춥고고독한계절감안에서헤매게된다.하지만중요한것은마지막연이그리고있는여름의이미지이다.
그대푸르러
무성한여름처럼푸르러
여태,푸르러
-〈푸른겨울〉부분
겨울에있는화자와달리그대는여름에존재한다.이대비감은‘만날수없음’이라고해석할수도있지만,화자또한다시푸르른여름을맞이할수있다는가능성을내포하고있다고도할수있다.비극없이희극이존재하지않고,희극없이비극이존재하지않듯,여름과겨울의이미지가절묘히섞인이〈푸른겨울〉은삶자체를메타포로삼고있는것은아닐지생각해보게된다.
이처럼겨울속에서도여름의가능성를품고있는시인에게삶은‘살아내야할짐’이아닌,‘살아갈수있는무한한가능성’으로존재할수밖에없다.그러니“사는게점점즐거워진다”(자서自敍중)는시인의말에자연스레설득되는것은당연한일일지도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