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딜레마 : 의사들에 관한 서문 포함

의사의 딜레마 : 의사들에 관한 서문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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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 명을 위한 여유 병상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생사를 다투는 두 환자가 찾아왔을 때, 이들 중 누구를 살려야 하느냐는 딜레마에 빠진 의사 리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는 새로운 결핵 치료법을 발견한 공로로 이제 막 기사작위를 받았다. 하지만 이용할 수 있는 의료자원의 한계로 무리한다 해도 두 환자를 다 살릴 수는 없다. 한 환자는 타락한 천재화가이고 다른 환자는 선량하지만 무능한 의사다. 게다가 미술 애호가인 리전은 화가의 아내에게 매력을 느끼고 있으며 아픈 의사와는 오랜 친구다. 장차 그는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이며 두 환자는 어떤 운명을 맞을까?
1906년 초연된 이 희곡을 구실로 삼아, 버나드 쇼는 ‘의사들에 관한 서문’이라는 긴 에세이를 썼다. 내용은 의료윤리와 공중보건, 생체실험의 폐해, 통계적 착각, 의료의 상업화, 약물과 수술의 오남용, 의사의 미덕과 고충 등 광범위한 갈래에 걸쳐 있는데, 당시 영국사회가 가진 의료문제를 작가가 얼마나 심각하게 보았는지가 낱낱이 드러난다.

저자

조지버나드쇼

저자:조지버나드쇼
1856년7월26일,아일랜드의수도더블린에서태어났다.성악가였던어머니의영향으로어릴적부터음악,오페라,미술등다양한예술을자연스레익혔다.1871년학교를떠나독학으로배움을이어나갔다.1876년에는런던으로이주해영국박물관독서실에서주로시간을보내면서읽고쓰는데전념했다.1880~1890년대에음악,미술,연극비평가로활약했으며,처음에쓴소설들이환대받지못하자노선을바꿔극작가의길로들어섰다.36세였던1892년첫번째작품『홀아비의집』을런던에서초연한것을필두로60편이넘는희곡을썼다.대표작으로『인간과초인』『피그말리온』『성녀잔다르크』『칸디다』『카이사르와클레오파트라』등이있다.
직접쓴긴서문이포함된그의작품은종종정치,사회,경제,여성의권리,빈곤등당대의사회문제를부각하면서토론과논쟁을불러일으켰다.그는점진적사회주의를표방하는페이비언협회에가입했고,마르크스의『자본론』에심취했으며,이후사상가,연설가,논객,사회개혁가,정치활동가의행보를이어갔다.
1925년노벨문학상을수상했고,1939년에는영화〈피그말리온〉으로아카데미각색상을수상하며노벨문학상과아카데미상을모두수상한최초의작가가되었다.두차례의세계대전을겪는동안에도작품쓰기를멈추지않았고,스물다섯살이후죽을때까지채식주의를고수했다.1950년11월2일,에이옷세인트로렌스의자택에서94세의나이로세상을떠났다.

역자:이원경
기계공학자.영남대학교명예교수로서독서하며지낸다.기계공학부에서동역학,기계진동,공업수학등을가르치며탄성진자계,보,원판의비선형진동을연구했다.영남대학교박용기계공학과에서학사,KAIST기계공학과에서석사,미국캘리포니아대학교(버클리)기계공학과에서박사를받았다.
2012년서울동아마라톤대회에서완주(4시간56분53초)했으며,수필집<<할아버지는왜회사안가요?(좋은땅,2020)>>와번역희곡<<워렌부인의직업(조지버나드쇼지음,좋은땅,2023)>>이있다.

목차


옮긴이서문5

의사의딜레마

등장인물11

제1막12
제2막67
제3막92
제4막133
제5막158

의사들에관한서문

1.의업(醫業)이가진의심스러운평판176
2.의사의양심178
3.별난사람들180
4.의업이무오(無誤)하다는교조(敎條)가의사에게미치는반작용182
5.왜의사들은서로다르지않은가186
6.수술열풍187
7.순진함과클로르포름190
8.의사의빈곤191
9.성공한의사193
10.외과의사의자존심에관한심리학196
11.의사는과학자인가?200
12.세균학이라는미신203
13.예방접종의경제적어려움207
14.예방접종의위험성209
15.노조주의와과학213
16.의사와생체실험216
17.원시야만족의동기217
18.더높은동기.지식의나무220
19.논거의결함222
20.지식에대한권리의한계223
21.그릇된대안224
22.그자체로서의잔인함227
23.우리자신의잔인함228
24.잔인함에대한과학적조사231
25.생체실험자의감정을검증하기위해제안된실험실검사233
26.일상적관행235
27.사람과짐승사이의오래된경계선242
28.인간을대상으로하는생체실험244
29.“거짓말은유럽의권력이다”245
30.어떤범죄도옹호할논거248
31.네가바로그사람이다251
32.대중이원하지만얻을수없는것253
33.백신열풍253
34.통계적착각256
35.관심과무관심의놀라움260
36.문명으로부터공로를훔친다263
37.‘바이오메트리카’265
38.환자가만든치료법267
39.개혁은또한일반인한테서나온다268
40.유행과전염병269
41.의사의미덕270
42.의사의고충272
43.공공의사276
44.의료조직277
45.의료문제의사회적해결책280
46.개인의원진료의미래282
47.기술적문제284
48.최신이론들290

옮기고나서301

출판사 서평


작가는왜이희곡을썼나?

이작품을초연하고(1906년)서문과함께출판하던(1911년)무렵쇼는이미삶의절반너머를살았다.스무살청년이아일랜드를떠나(1876년)이곳런던에온지는30년도더지났다.그동안그는자신을세상에맞추기보단세상을자신에게맞추는게낫다고보고열심히달려왔다.직장인으로서나소설가로서나정치인으로서실패도경험했지만문필가로서는상당한성공을거두었다.특히극작가로서는입센의정신을잇고장차셰익스피어를능가한다는자신감을갖추기위한발판도마련했다.
그가이러한활동을해나가도록사상적자양분을공급한곳은페이비언협회다.그가점진적사회주의를지향하는이단체를창립한(1884년)건아니지만,창립하던해에가입하여이걸반석위에올려놓는일에서경험을쌓을수있었기때문이다.이단체를통해많은사람을만나고,많은것을읽었으며,강연과글쓰기를통해사상의기반을다지고스스로를단련했다.그성과는곧드러났다.먼저그는1895년런던정경대(LSPE)를공동설립했다.쇼와그의동료들은기존의대학에서정치학과경제학을연구하는주된동기가부자를더부자로만드는데있지,가난한사람들이왜가난하게살아야하는지,어떻게이들을빈곤에서벗어나게할수있는지가아니란걸알아차렸다.그래서그런연구와교육을수행할기관을몸소만든것이다.
또한그는1898년‘페이비언사회주의(FabianessaysinSocialism,고세훈역,아카넷,2006)’의초판본서문과한장인‘사회민주주의로의이행’도썼으며,1900년에는‘페이비어니즘과제국(FabianismandtheEmpire:AManifestobytheFabianSociety)’이란책을편집하고서문을썼다.더나아가페이비언협회는1900년,노동대표위원회(LabourRepresentationCommittee,LRC)에참여했는데이위원회가1906년노동당으로정식개명했으니,이제는학술단체의범위를넘어영국의주요정당의창당에한역할을담당함으로써정치에직접나서게된것이다.물론이당이집권당이되기까지는몇년더기다려야했지만말이다.게다가그는정치에관해서말하고글쓰는일에만머물지않았다.1897년부터런던세인트팬크라스의교구위원과자치구의원으로도합6년반을일하며예결산수지를맞추느라눈에피로를느낄정도로숫자를들여다보던시절도거쳤다.비록간접선출의형식으로맡게된공직이지만말이다.이직책의연임을위해나선1904년선거에서낙선도경험했다.하지만별로아프진않았다.그에게는정치말고도할일이많았기때문이다.그중에서희곡작가로서의일이가장만족스러운결과를안겨다주었다.특히‘악마의제자’의성공(1897년)으로금전적고민은영원히사라졌다.게다가1898년에는자기보다12배이상의안정적인수입이있는샬롯페인타운셴드와결혼도했다.
이제이작품을쓰게된계기를들여다보자.

‘1906년늦은여름그랑비바커(연극배우겸제작자로서쇼의여러작품을제작해큰성공을거두었다)가새작품을종용하러쇼를찾았을때,쇼는아내와콘월의메비지시(Mevagissey)에머물고있었다.수영을무척좋아했던쇼는매일아침을바다에서보냈고차기작에대해서는아무생각이없었다.쇼부인이다음과같은기억을일깨우기전까지는.쇼가저명한외과의사암로스라이트경과세인트메리병원에서대화를나누고있을때였다.암로스라이트경에게조수한명이다가오더니,새로운옵소닌치료법을적용할환자모집단에결핵환자한명만더받아주면안되겠냐고물었다.치료할수있는환자의수는제한되어있었기에,암로스라이트경은물었다.“그럴만한가치가있는사람입니까?”순간,쇼는그상황에연극적인무언가가있음을발견하고부인에게얘기했다.하지만그때이후로는완전히까먹고있다가메비지시에서부인덕에다시생각난것이다.그주제라면윌리엄아처(연극비평가)가제기한도전에응할수있었다.아처는무대에서죽음을얘기하기전까지는쇼를최고의극작가반열에올리기어렵다고평했다.그래서쇼는의사와죽음에관한비극을쓰되,자신이쓸수있는가장재미있는작품을쓰기로했다(버나드쇼-지성의연대기,헤스케드피어슨저,김지연역,뗀데데로,2016).’

이렇게시작한이연극을끌어가기위해작가는주요인물로6명의의사와,타락한화가루이스두비댓과그의매력적인부인제니퍼두비댓을등장시킨다.먼저콜렌조리전(콜리경)은창작의계기를열어준암로스라이트경을모델로한의사로서,옵소닌방법을발견한공로로극의앞부분에서기사작위를받는다.그에게는이미열명의결핵환자가있어서자신에게할당된자원으로는더이상의환자를받기가어려운처지다.그런그에게갑자기두환자가나타난다.화가루이스와,리전의동료의사다.화가는뛰어난예술가이지만도덕적으로는타락한반면,동료는도덕적으론나무랄데가없지만의사로선무능하다.환자하나를더살릴수있다하더라도도대체누굴살리는게더나으냐가리전의딜레마다.그에게는자신보다20년이상연장인멘토가있다.이노인은리전을자식처럼아끼며북돋아주는의사로서리전이고민끝에결정을내리자그를적극적으로돕는다.세번째의사는독일계유대인의사다.그는‘치료보장’이란과대광고를내걸고개업하여나름성공하곤은퇴했다.네번째는환자의‘쓸모없는’장기를떼어주는쓸모없는수술을유행시켜성공한외과의사다.다섯번째는성공에눈이멀어환자의치료에치밀함을희생시키길망설이지않는내과의다.마지막이리전의딜레마에등장하는,선량하지만무능력하고아픈의사다.여기서주목할점은이들모두는작가가실제의사들과개인적으로쌓은친분을바탕으로가공해낸인물들이란점이다.쇼는작품에서등장인물의개성과대사하나까지상상력의결과라기보다는주로자신의삶에서마주친적이있는장면에서골라쓰는작가로유명하다.그게바로그의작품에서인물들의성격과대사가관객에게생생하게느껴지는이유이다.
피어슨이쓴쇼의전기를더읽어보자.

‘그리하여‘의사의딜레마’를쓸때그는당대최고의사들의면면을극에녹여낼수있었다.그결과물은배꼽빠지게재미있었다.‘두비댓’이라는예술가는여러사람이투영된인물로,돈을빌리는성향은(엘레노어마르크스의연인이었던)에드워드에이블링을참조한것이었다.’

엘레노어마르크스(1855-1898)는칼마르크스(1818-1883)의막내딸로서대영박물관필경사로일하던시절,이박물관의도서실에서‘자본론’을읽던쇼의관심을끌게된아가씨다.

‘두사람의관계가무르익기전에경쟁자가나타나서그녀를가로챘다.에드워드에이블링이엘레노어와같이살기로합의했을때그는이미유부남이었지만아내를버린상태였다.나중에에이블링의부인이죽자사람들은이상적인마르크스-에이블링커플이합법적인부부가될것으로기대했다.그러나에이블링은법적으로자유의몸이되자마자몰래다른사람과결혼을했고이사실을알게된엘레노어는결국자살하고말았다.’

극중에서리전의멘토인노인이‘한남자의돈문제와여자문제에대한평판을알기전에는그남자에대해아무것도모르는것’이라고말하는장면이나온다.두가지모두에서하자가있었던에이블링이야말로루이스두비댓의모델로는안성맞춤이었을것이다.
극에서는리전의집에서일하는조수레드페니가‘병원에서우린선생님을구닥다리콜리리전이라고부릅니다’라고고백하는장면이나온다.병원에서자기스승을‘구닥다리암로스라이트’라고불렀을만한인물로는알렉산더플레밍이있다.물론나중의일이지만1차대전당시영국군은라이트에게‘상처감염’을줄일방법을개발하라는임무를맡겼는데,최선을다했지만그는별성과를거두지못하자‘상처감염을치료할수있는방법은없다’라고확신하게되었다.그래서감염을치료하는항생제를만들려는시도에매우회의적이었으며사사건건반대했다고한다.이러한스승의조수생활을하던플레밍이결국1928년페니실린이란항생물질을발견해냈다.
이풍자적비극에희극적요소를두드러지게보태준인물은리전의하녀에미다.극의주요인물이랄순없는그녀는,리전보다는몇살은위로보이고말투로보아리전을어려서부터보모로서돌봐온걸로보인다.그녀는,바빠서상담할수없다는리전을달래어제니퍼와면담하도록설득하느라마음이바쁘다.리전이자신의기사서훈을축하하기위해모인의사들에둘러싸여하염없이노닥거리기만하는모습에,결국그녀는불같이화를내며‘불쌍한환자들과함께해야할의사들이모여서잡담이나한다’고일갈하고는의사들을집에서내쫓는다.‘돈키호테’로치자면산초판사요,‘춘향전’으로치자면방자같은인물을좋아하지않을관객은없을것이다.
쇼가이렇게공들여쓴이희곡은1906년11월20일초연이래수준높은관객을동원하며6주동안상연되었다.하지만이러한성공에도불구하고작가가평론가들로부터칭찬만들은건아니었다.평론가들은루이스두비댓이사도신경을흉내내어‘저는미켈란젤로와벨라스케스,렘브란트를믿사옵고’라는신조를내뱉고죽는장면에대해서는취향이형편없다며쇼를비난했다.게다가윌리엄아처도‘쇼가죽음을정면으로다루는데실패했다’고불평했으며작가는이에동의했다고한다.

희곡의서문

연극을초연한후,쇼는이희곡을구실로삼아‘의사들에관한서문(PrefaceonDoctors)’이라는긴에세이를48개의장(章)에담았다.그내용은의료윤리와공중보건,생체실험의폐해,통계적착각,의료의상업화,약물과수술의오남용,의사의미덕과고충등광범위한갈래에걸쳐있는데,작가가당시영국사회의의료문제를얼마나심각하게보았는지가낱낱이드러난다.그가가졌던염려의단면을보여주는두대목을들어보자.
‘통계분석자들이기록하지않은가정때문에통계가얼마나왜곡되는지를심지어훈련받은통계학자들조차도종종이해하지못한다.이통계학자들의관심은광고목적으로통계를부당하게사용하는사람들의노골적인속임수에너무많이사로잡힌다.가령,퍼센트에는속임수가있다.거의이름조차없는작은마을에서천연두유행기간동안두사람이감염된다.하나는죽고다른하나는회복한다.한사람은백신접종자국이있고다른사람은없다.즉시승전보들이발표된다.백신찬성론자는그곳에서단한명의백신접종자도천연두로사망하지않았고백신을접종하지않은사람들은100%비참하게죽었다고하며,백신반대론자는백신을접종하지않은사람은100%회복했지만백신을접종한사람들은모조리죽었다고하면서말이다(제34장‘통계적착각’에서).’

‘의사는명예로운직업이기때문에의료계가부패할리없다고장담한다면오산이다.천명의사람들이개개인만놓고보면하나같이훌륭한사람들이라고해도,공통의이해관계가맞아떨어지면다같이부패할수있다는사실을상기해야한다.의사들은선하고순수한의도에서좋은일을많이하기때문에의사에게형사법을적용하는것이영불편할수가있다.하지만정치인이명심해야할것은선한충동이나직업윤리가아무리강해도금전적욕구에비하면아무것도아니라는사실이다.선한충동에서하는행동들은간헐적이고단발적이다.반면금전적인욕구는변하지도않고사라지지도않는다(‘쇼에게세상을묻다,버나드쇼저,김일기,김지연역,뗀데데로,2012)’.’
약110여년전영국의의료문제를바라본한작가의시각이오늘날우리네현실을개선하는데어떤도움이될수있을지는알수없다.하지만인류의한지성이가졌던염려중일부는시간과공간을뛰어넘는다는생각을지울수없다.지난겨울‘의료개혁’이란이름으로시작된일들의결과가여름이지나도록‘의료대란’인지‘의료붕괴’인지로이어지는과정을지켜보자니더욱그렇다.(‘옮기고나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