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에서마주한삶의그림자
송원섭저자의이책은일상에서문득찾아오는낯선순간들을예리한시선으로포착한작품집이다.여행지에서의우연한만남,번잡한도시속에서부딪치는타인들,그리고구조화되고일상화된억압적상황에대한저항의몸짓이곳곳에배어있다.
표제작〈벚꽃〉은나이들어가는여성의내면변화를조용하면서도강렬하게그린다.생의중반을넘긴주인공은가족과사회속에서점차희미해져가는자신을깨닫고,그상실감을벚꽃여행이라는상징적인공간속에서마주한다.벚꽃은찬란한순간을의미하지만,동시에피고지는과정속에서삶의무상함도보여준다.그러나이는결코단절되지않는영원한연속성을담보하고있음을일깨운다.
〈시카고의파란슬리퍼〉는해외출장을떠난주인공이낯선환경속에서겪는문화적충돌과오해를흥미롭게풀어낸다.단순한해프닝처럼보이지만,그안에는저급한허세와정체성에대한고민그리고사회적편견이스며있다.
그외작품에서는시대의변화속에서도여전히체제의도구로전락해가는계엄군출신경호원,본질이무너져가는우리교육의파편화된현장,이시대노동약자들의부대낌과그연약한저항,인간의고유영역을침범해버린AI에무방비로노출되고급기야선택의기로에까지몰려버린시대적상황,일상화되어버린위압적인편견과잔혹한폭력에짓눌려살아가는도시인들의존재적불안등을강렬하게그리고있다.
송원섭저자의문장은담백하면서도예리하다.감정의과잉없이도인물들의내면을깊이들여다보게하며,사소한순간을특별한이야기로바꾼다.《벚꽃》은삶이란결국크고거창한사건뿐만이아니라,일상의작은선택과우연속에서도형성된다는사실을조용히일깨운다.익숙한풍경속에서낯선감정을발견하고,스쳐지나가는순간들에의미를부여하는이소설들은독자에게깊은여운을남길것이다.